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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넉넉 Apr 12. 2022

만삭촬영

화요일 에세이

뿜뿜이를 임신하고 8개월이 조금 지났을 때 만삭촬영을 찍었다. 누구나 찍는 거라고들 하지만, 우리에게는 처음이자 하나뿐인 특별한 행사이다. 둘째가 생긴다고 해도 둘째를 가진 마음으로 찍는 보물 같은 경험일 것이다. 셋째도, 넷째도... 모든 ‘우리’에게 그렇게 특별하고 소중하겠지.     


나와 남편, 우리 둘 다 오늘 ‘화보촬영’이 있으니 관리하고 가야 한다며 전날 밤부터 각질제거와 팩을 하고 난리였다. 뿜뿜이가 나중에 세상에 나와 볼 기념사진이니 최대한 멋지게 찍어보자며 벼르며 잠에 들었다. 결혼식 후로는 처음으로 눈이 시리게 화려하고 밝은 조명 앞에 앉아 예쁜 메이크업도 받고, 영화 화보의 주인공이 된 듯 사진작가분과 도우미분의 열의 넘치는 목소리와 손짓에 따라 표정도 포즈도 여러 가지로 바꿔보며 찰칵 찰칵 기념사진을 찍었다.      


결혼식 때는 이 세상에서 내가 제일 아름다운 사람인 양 신데렐라처럼 웨딩드레스를 입고 부단히 예뻐 보이려 노력하면서 남편과 히히호호 웃었는데, 만삭사진을 찍을 때는 “나는 이제 뿜뿜이 엄마! 오늘 제일 예쁜 아줌마!” 하면서 남편과 하하허허 웃으며 촬영에 임했다. 오랜만에 이렇게 예쁘고 하늘하늘 새하얀 드레스를 입어볼 수 있다는 것에 감회가 새롭고 재미있었다.


뿜뿜이가 뱃속에 있을 때도 엄마아빠는 이렇게 재미있고 소중한 추억들을 하나 하나 모으고 있단다.      



우리 살 많이 쪘다, 여보야, 그치? 그래도 나한테 맞는 드레스도 있구나. 예쁘다! 하고 함께 웃는다.

손을 이렇게 해? 여길 잡아? 아우 이런 포즈 어색해~ 나 좀 도와줘. 악, 남편 포즈 너무 웃기다! 하고 함께 웃는다.

입을 맞추라고요? 뿜뿜이 초음파 사진을 이렇게 둘이 들고요? 이렇게요? 하하하 또 웃는다.

행복감이 시원한 냉감이불처럼 내 몸을 훑고 지나간다.     


여보야, 뿜뿜이가 있어서 배가 이렇게 동그랗게 튀어나왔는데도, 드레스 안에 수박을 한 덩어리 넣어서 잡고 있는 것 같은데도, 나 웃기지 않고 참 아름답다, 그렇지 않아? 하며 괜스레 목이 멘다.

뿜뿜이가 뱃속에서 하루 하루 건강하게 자라 벌써 우리가 만삭촬영을 하는 단계까지 왔구나, 신기하고 감사하다, 하며 두 눈이 촉촉해짐을 느낀다.

우리 뿜뿜이, 건강하게 나와서 엄마아빠가 뿜뿜이와 찍은 첫 번째 사진을 같이 봤으면 좋겠다, 곧 그럴 수 있겠지? 하며 나도 모르게 흐르는 눈물을 가볍게 훔친다.

벅찬 감동이 따스한 숄처럼 내 몸을 감싼다.     


감동스러운 순간엔 눈시울을 붉혔지만, 사진을 찍는 내내 많이 웃었다.

뿜뿜이도 수시로 우리와 함께 했다.

나와 남편이 포즈가 재미있다고 하면서 꺄르르 웃을 때, 웃는 못습으로 카메라를 향할 때, 한 번 씩 배에서는 뿜뿜이가 반응한다. 발로 빵빵 차면서.

어떤 표현일까?

엄마아빠 웃는 소리가 뿜뿜이에게도 즐겁게 들리는 걸까? 뿜뿜이도 이 기쁨에 함께 참여하고 싶다는 걸까? 아니면 적당히 웃고 자신을 편하게 해달라는 걸까? 어떤 해석을 한다 해도 빵빵 차는 뿜뿜이가 사랑스럽다.     


서로를 쳐다보면서. 배가 가슴보다 한참 더 나온 만삭 시기에도 뿜뿜이로 인해 특별한 경험을 해볼 수 있음에, 사진작가님에게 “뿜뿜이 엄마! 뿜뿜이 아빠!” 소리를 들으며 부모됨의 소중함을 계속 느낄 수 있음에, 나와 남편이 뿜뿜이와의 새로운 인생챕터를 열기 위해 하루를 웃음과 기쁨으로 가득 채울 수 있음에, 참으로 감사하다.     


뿜뿜이 덕분에 엄마아빠가 새로운 형태의 행복을 느낄 수 있으니,

엄마아빠가 서로를 더 깊게, 더 애틋하게 바라보고 껴안을 수 있게 해주니,

뿜뿜이는 뱃속에서부터 엄마아빠의 지혜로운 선생님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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