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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넉넉 Apr 07. 2022

엄마가 필요하구나

목요일 에세이

재재는 졸릴 때, 불안할 때, 무서울 때, 나의 살에 입술을 대고 비빈다. 손, 팔, 팔꿈치, 허벅지, 다리, 종아리, 발 할 것 없이 어떤 곳이든 살이 드러난 곳이라면 재재는 입술을 갖다 댄다. 


이럴 때마다 생각한다. "우리 아이에게 엄마가 필요하구나."

그리고 느낀다. 재재의 살결, 온기, 엄마를 향해 흘러넘치는 사랑.


재재가 평온함을 되찾기 위해 나에게 다가올 때,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따뜻한 눈모양을 하고 두 팔 안에 재재를 쏘옥 받아준다. 긴팔을 입고 있으면 얼른 걷어 올려 재재에게 살을 느낄 수 있게 한다. 10분, 20분, 재재가 괜찮아져 내 품을 벗어날 때까지. 


오전에 바삐 준비하고 일을 하러 나가야 하는 조급한 마음이 들 때에도 우리만의 '따스한 의식'은 빠뜨리지 않는다. 그런데 놀라운 건, 나의 조급함과 걱정을 뒤로 하고 재재를 온전히 받아주었을 때 단 한 번도 우려한 만큼 시간을 잡아먹는 일이 없다. 재재와 '따스한 의식'을 치르는 데는 절대로 20분을 넘기는 일이 없다.


이것이 무엇을 의미할까? 잠시 멈춰 아이에게 엄마 품을 아낌없이 주면 아이는 그것의 10배, 100배, 1000배로 날개를 달고 더 멀리, 더 자유롭게 나아갈 수 있는 힘을 기른다. 잠시라도 아이가 엄마를 온전히 자기 것으로 가질 수 있다면 아이는 엄마에게 사랑을 받고 주었던 시간을 자양분 삼아 그 어떤 시공간에서도 딱 자기답게 머물 수 있다.


엄마는 언제나 우리 재재가 엄마의 품에서 안정감을 원할 때마다 이 자리에 있을 거야. 언제나. 엄마 팔, 여기 있어. 이리 오렴, 내 아가. 내 아들. 

(언젠가 다 큰 어른이 되어 “내 아가”라는 말에 오글거린다면, 그때는 얼마든지 단어를 바꿔서 소리 내어 읽어도 좋아. “우리 재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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