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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넉넉 Apr 15. 2022

똥 싸는 어린 재재

목요일 에세이


똥이 마려울 때 재재는 꼭 내 두 손을 잡는다. 아빠가 잡아준다고 해도 “엄마가(잡아줘)!”를 외친다.


내가 빨랫감을 한아름 손에 들고 베란다에서 세탁기를 조작하고 있을 때도, 면장갑과 고무장갑을 부러 끼고 설거지를 하고 있을 때도, 정신없이 요리를 하거나 집안 정리를 하고 있을 때에도, 재재는 “엄마 손!”을 주문처럼 말하며 두 손을 나에게 뻗어 다가온다.


그럼 별 수 있나.

내 아기가 똥이 마렵다는데, 건강하게 싸겠다는데, 어떻게 하나.


두 손 가득한 빨랫감을 다시 바구니에 내려놓고 따뜻한 방안으로 들어가 재재 손을 잡아야지. 고무장갑 빼고 면장갑 벗고 재재 손 잡아야지. 레인지 잠시 끄고 요리 멈추고, 집안 정리 잠시 멈추고 재재 손 잡아야지.


그러면 나에게 재재는 사랑스러움을 선물로 준다. 미간을 찡그리고, 코에는 잔뜩 주름이 생기고, 입을 꼭 다물고 두 볼을 양쪽으로 밀어내듯 입을 늘린다. 두 다리를 굽혔다 폈다... 꼰지발을 세우고, 내 두 손을 쥐어짜버리겠다는 듯 재재 나름대로 온 힘을 다해 쥐어잡는다. 나는 그만 깔깔깔 웃고 만다. 너무 사랑스럽다. 문법파괴여도 좋다. 너무너무너무너무 사랑스럽다.



매번, 엄마는 너와의 이 순간을 즐긴다. 너의 얼굴표정, 몸짓, 엄마 손을 세게 잡은 작은 너의 보드라운 손 감촉. 지금 너에게 가장 중요한 대변 용무를 엄마도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일로 여기고 함께 힘을 준다. 엄마는 너에게 온전히 집중한다. 언젠가 “엄마 손”이 아니라, 알아서 화장실 문을 닫고 들어가 배변을 하는 그 날이 올 것이다. 엄마는 그때 네가 준 이 사랑스러운 추억 선물을 떠올리며 웃음 지을 것이다. 그럼 그때도 너는 엄마에게 선물을 주는 셈이지. 고마워, 내 아가. 우리 재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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