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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율립 Dec 29. 2020

내년을 준비하는 마음(1)

연필 깎기

2020년의 마지막 월요일이 밝았다. 24일부터 내리 4일을  쉬고, 출근한 2020 마지막 월요일. 사실 29일인 화요일부터 31일까지 내리 휴가오늘은 2020 나의 마지막 출근길이자, 업무 날인 것이다. 그렇게 생각해보니, 내가 다시 출근하는 날에는 새로운 해가 밝는다. 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일을 대충 정리하고, 2020년의 업무를 되돌아본다. 그리고 2021년을 맞이하는 준비가 뭐가 있을지 고민하다 퇴근 전에 연필을 깎기로 했다.

나는 일할  주로 연필을 쓰는 편이다. 인터뷰 녹취 파일에 중요한 내용을 정리할 때나, 원고를 정리할 때도 주로 연필을 쓴다. 게다가 나는 소위 문구 덕후이기도 해서  연필꽂이에는 각양각색의 연필이 가득하다. 문구 중에서도 나는 연필을  좋아하는 연필 덕후인 것이다. 이사할  회사의 공용 연필깎이를  이삿짐에  것도  이유다. 물론 우리 팀은 없어졌지만 팀을 기억하겠다는 목적이기도 하고, 사실 일할  연필깎이가 없으면 안 되는 지독한 연필 마니아기 때문이기도 하다.

세어 보니 인터뷰하면서 집에 갔다 놓은 연필  자루를 제외하고도 8개의 연필이 회사  자리 연필꽂이에 꽂혀있다. 8자루를 천천히 보니 죄다 뭉뚝한  보니, 연필을 깎지 않은     같다. 일이  안 풀릴 , 일을 시작하기 전에 연필  자루를 조용히 손에 쥐고 연필을 깎는 행위는 이미 나에게 정갈한 의식이 됐다. 괜히 그렇게 하면  써지던 원고가  풀리는 기분도 들고. 그리하여 나는 2021년을 준비하는  번째 행위로 연필을 깎는다. 형형색색 컬러도 굵기도 길이도 죄다 다른 8자루의 연필.  연필들이 불어넣어  2021 상서로운 여덟 가지의 기운에 의미를 부여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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