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 연애 일기] 우리 동네 꽃구경
모처럼 대체휴가를 받은 남편과 아침나절 느지막이 산책에 나섰다. 집에서 가까운 안양천을 따라 걸었다. 미세먼지를 뚫고 비가 내리더니, 봄꽃들은 더 선명한 자기만의 색으로 사람들을 유혹하고 있다.
아직 피지 못한 적 목련과 군데군데 피어오른 노란 민들레들이 수줍게 인사를 건네 온다. 다른 꽃들에 질세라 주홍색 명자 꽃잎이 소박하게 말을 걸어온다. 살구꽃 하얀색 꽃잎에 이제 갓 태어난 여린 연둣빛 잎들이 마치 축제 때 입는 캉캉드레스처럼 신나게 바람결에 흔들리고 있다. 진한 초록색 잎의 호위를 받은 빨강 동백꽃은 길모퉁이에서 근엄하게 아름다움을 지키고 있다.
꽃들은 봄이 되었는지 어찌 알고 일시에 꽃망울을 터뜨리는 걸까? 벚꽃들의 단체생활 매너는 최고다. 최고! 정자마다 꽃구경 나온 동네 주민들과 직장인들이 한데 어울려 봄꽃 소풍 구경꾼이 된다. 길 건너 활짝 피어오른 벚꽃들은 줄지어 햇볕 샤워를 즐기고 있다. 봄 햇살이 제법 따스하다. 우리도 같이 양지바른 곳을 찾아 걷는다.
꽃들을 바라보는 게 좋은 나이가 되었다.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위안이 되고 , 아무 말하지 않아도 그 자리에서 피고 지고를 반복하는 꽃과 나무가 볼수록 신기하다. 너무 많은 생각들이 쓸데없이 마음으로 흘러들어 가지 않도록 걷고 또 걷는다. 요즘 부쩍 우울모드인 남편과 말없이 걷다가 손도 한번 슬쩍 포개 본다. 그렇게 단순하게 주변 풍경을 보며 걷다 보면 우울함은 어느새 눈 녹듯 사라져 버린다.
고픈 배로 들어선 근처 식당에서 우리는 최고의 만찬 ‘남이 차려준 밥상’을 주문한다. 집밥처럼 풍성한 반찬에 연신 폭풍 젓가락질을 해댄다. 요즘 남편은 내가 웃기고 좋은가 보다. 나를 졸졸 따라다닌다.
“당신 요즘 유쾌하게 사는 거 같아, 보기 좋아”
“당신 이야기 듣고 있으면 그냥 웃음이 나”
둘만의 데이트. 멀리 가지 않아도 좋다.
봄꽃도 보고 뽕도 따고. 좋다. 좋다. 딱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