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가지 연애의 기억

[부부 연애 소설] 별 보러 가자

by 써니B

31 가지 연애의 기억이 있다. 31 살 생일, 그에게 선물했던 31 가지 에피소드 추억들이다. ‘지금도 쓰여지는 사랑의 역사’라는 다소 투박한 제목이 붙어있는 클리어 파일. 낡고 누렇게 바랜 속지 안에는 온갖 소소한 기록들이 쌓여있다. 생일 이벤트로 그에게 파일을 선물하지 않았다면, 사소하지만 소중했던 기억들은 어두운 터널 안을 빙빙 돌고 있을지도 모른다.


고맙게도 이 파일은 풋풋했던 연애 시절로 돌아가는 타임머신행 티켓이 되기도 하고, 또 현재 진행형 사는 이야기가 담기기도 한다. 작은 메모들과 쪽지, 사진, 편지 그와 나누었던 수많은 사랑의 밀어(密語)들이 담겨 있다. 그녀는 가끔 그 파일들을 열어본다. 산다는 게 참 별일 없다고 느껴질 때, 열병 같은 사랑의 흔적이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되기도 한다.


# 에피소드 1. 별 보러 가자!

만나면 별 말없이 눈빛으로 공모를 하던 두 사람. 그녀는 운전면허 시험 준비를 하라며 40 만원을 건넸다. 그는 최단기간에 운전면허를 땄다. 하지만 둘을 싣고 달릴 애마가 생긴 건 한참 뒤의 일이다. 그래도 둘은 당장이라도 떠나고 싶었다. 별을 보러 가자고 했다. 그곳에 가면 무수히 많은 별들을 가까이서 볼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상상만 해도 설렌다.


첫날밤, 그녀는 너무나도 선명한 별들을 보고야 말았다. 짙고 푸른 바탕 위에 떠 있던 하얀색 별들이었다. 그의 별무늬 팬티. 남자 팬티를 자세히 볼 일이 없었던 그녀는 난감한 미소를 지었다. 그와 눈을 마주치지 못했다. 모든 게 어색하고 낯설기만 하다. 이 이상하고 낯선 경험을 공유하는 사이가 된다는 것은 아찔하면서도 짜릿하다.


그와 함께 별 보러 가는 밤, 심장이 나대기 시작한다. 그는 만나면 만날수록 알고 싶어 진다. 기차에서 내려 한적한 시골 밤길을 걸었다. 꽃샘추위로 쌀쌀해진 밤길을 두 손을 꼭 잡고 걸었다. 밤 추위에 오들오들 떨면서도 서로의 온기에 의지해 길을 걸었다. 누가 뭐라 할 사람도 없는 시골길에서 어스름한 밤을 비추는 달빛 아래 입맞춤을 나눈다. 누가 뭐라 할 사람도 없다. 방해꾼 오리들이 나타났다. 꽥꽥거리는 소리마저도 악기 연주처럼 정겹다.


꾀나 깊숙한 곳에 있는 천문대 카페. 황토 흙으로 지어진 카페 안에 아늑한 벽난로와 나무 장식 소품들이 눈에 띈다. 함께 차를 마셨다. 몸을 녹이고 오리고기를 먹었다. 건물 바깥은 거북선 모양이다. 안에는 식당과 카페와 잠잘 곳이 마련되어 있었다.


옥상으로 올라가는 계단, 별을 볼 수 있는 조그마한 전망대가 있었다. 말 많은 카페 사장을 피해 둘은 눈빛을 주고받았다.


‘저기 별 보러 갈래?’


등대처럼 솟아오른 조그마한 전망대. 천체 망원경으로 토성을 보았다. 보기 힘들다는 토성을 보자 환호성을 질렀다. 토성에 휘둘러진 띠도 선명하게 보였다. 무수히 떠있는 별들의 품으로 빨려 들어갈 것만 같다. 꿈속인 듯 몽롱하다.


밤하늘 별들이 윙크하듯 계속 반짝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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