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메타세콰이아 가로수길을 걸으며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올 가을만큼 

붉은 단풍을 기다린 적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이번 가을엔 정말 예쁜 단풍을 보고 싶었다.

강렬한 생명력을 느끼고 싶었다.


그러면 지금 내가 느끼는 이 무력감과 슬픔이 

조금은 무뎌질까.


이기적이다 누가 욕할지 몰라도.

'나 여기 생생하게 살아있다' 

어떤 존재라도 내게 증명해 주길 바랐다.


담양 메타세콰이아 가로수길의 잔잔한 호수


하지만 올 가을 나무들은 어느 지역 할 것 없이

나뭇잎에 예쁜 알록달록 물을 들이지 않고 

그냥 시들하게 잎사귀를 떨어뜨려 버렸다.


마치 우리와 함께
애도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처럼.


더 귀하고 덜 귀한 생명이 있을까만은..

우리는 또 

참으로 귀하고 어린 수많은 생명을 잃고 말았다.


정해진 애도의 기간을 보낸다 한들,

우리가 일상을 아무렇지 않게 보낸다 한들,

슬픔이 쉬이 사라질까.

우리의 일상이 이전과 같을까.


담양 메타세콰이아 가로수길


이른 아침 조용한 가로수길을 걸으며

잔잔한 호수와 투명하게 빛나는 물빛을 보며

구름 한 점 없는 새파란 하늘을 보며


깊이 애도합니다.


하늘의 아름다운 별들이 된 분들께

슬픔에 빠진 유가족분들께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