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깡총 걷는 강아지와 할아버지

도서관 창 밖 풍경


평일 낮 도서관은 참 오랜만이다.

도서관 창가 자리에 앉아 책을 읽고 있는데

창 밖으로 할아버지 한 분이 작은 강아지를 안고 지나간다.

할아버지는 문득 멈춰

안고 있던 강아지를 살포시 길에 내려두고는

녀석이 어쩌는지 살펴보신다.


한참 가만히 서서 할아버지 눈을 바라보던 강아지는 

큰 결심이라도 한 듯 걷기 시작한다.

깡총 깡총

깡총 깡총

뒷다리 하나가 불편한지 걸음이 깡총 깡총 

그렇게밖에 되지 않는다.


아,, 그래서 안고서 산책하셨던 거구나..

하고 생각하는 순간,

할아버지는 망설임 없이 길에 쪼그리고 앉아 

강아지의 불편한 뒷다리를 만져 주신다.


그렇게

한적한 시골길 한 복판에서

할아버지는 쪼그리고 앉아

불편해 깡총거리는 강아지의 뒷다리를 

한참을

한참을

쓰다듬고 만져준다.

살살

곱게 곱게


문득 바라본 도서관 창 밖 풍경에 

내 마음이 일렁거린다.


나는 지금

불편한 다리로 깡총이는 것인지

살살 곱게 곱게 살피는 것인지...


눈물이 또로록




요즘 나는 회사를 나가지 못하고 있다.

병가도 아니고 휴가도 아니고 연차도 아니고.. 

그냥 못 나가고 있다. 

힘겨운 시간을 살아내고 버티고 있다.


치료도 받고 상담도 받고..

너무 집에만 있으면 안 된다는 의사 선생님의 조언에

집 앞 도서관엘 왔다가


깡총이는 강아지와 할아버지의 모습에

내 마음이 일렁거린다.




작가의 이전글 정신과 약을 먹기 시작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