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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j Mar 13. 2016

생각의 정리, Map

보고서 쓸 때

 회사에서 뻔한 일을 할 때는 망설임이 없다. 하던 대로 하면 된다. 익숙하지 않은 일이 문제다. 익숙하지 않은 일도 시간만 있으면, 몸으로 때울 수 있다 이리저리 부딪치면 앞으로는 나아간다. 더 큰 문제는 해보지 않은 일에 대해 보고서, 기획서를 쓸 때다.


 인터넷과 주변 사람을 통해서 이것저것 찾았다. 이것도 중요해 보이고, 저것도 놓치면 안 될 것 같다. 머리 속이 정보, 지식 그리고 생각으로 꽉 찼다. 내 머리 속에 있는 것을 하나씩 빼서 키보드에 던지면, 금방이라도 속이 꽉 찬 보고서와 기획서가 프린터에서 뚝 튀어나올 것 같다. 내 컴퓨터는 아직 알파고 발끝도 안된다. 컴퓨터 앞에 앉으면 바로 끝날 것처럼 보였지만, 내가 꺼내는 생각을 컴퓨터는 함부로 버려둔다. 컴퓨터가 도무지 정리를 안 한다. 어떤 컴퓨터는 세계 바둑 일인자 이세돌도 이기는데, 내 컴퓨터는 아직 때가 아니다. 우리가 회사에서 겪는 현실이 이렇다. 


'생각의 정리'

보고서나 기획서가 새벽길 총알택시와 같지 않고 꽉 막힌 강남대로를 돌아가는 택시와 같다면 생각의 정리가 모자란 거다. 이것저것 찾아서 머리에 넣었지만, 이삿짐을 새 집에 옮겨놓았을 뿐이다. 이삿짐을 풀어 주방에, 화장실에, 안방에 정리하지 않은 것과 같다. 예전 집에서 쓰던 물건을 모두 가져왔는데, 물건이 제 위치에 있지 않으니 제때 쓰지 못한다.  


이 때는 내 생각으로 지도를 그려보자. 이 지도가 Mind Map인지, Strategy Map인지 아니면 Issue Tree인지 모르겠지만, 생각의 키워드를 A4에 던져놓자. 이때, 반드시 키워드야만 한다. 생각을 늘어지게 쓰면, 다시 꼬불꼬불 돌아가는 택시가 된다. 구글맵에서 한국지도를 봐도, Zoom out 하면 대도시가 먼저 나온다. 키워드는 대도시와 같다. 한국지도를 그려야 하는데, 우리 동네 이마트부터 시작할 수는 없지 않나. 


져서 맘이 좋지 않지만, 이세돌 기사님이 열심히 싸우고 있는 알파고를 예로 Map을 그려보자. 구글에서 '알파고'로 검색한 신문기사의 키워드로 Map을 만들었다. 제가 오전에 Map을 만들었으니, 비슷한 기사를 찾을 수 있다. 


 구글이 딥마인드를 인수했다. 딥마인드가 만든 '알파고'가 이세돌 기사님과 바둑을 둔다는 것이 뼈대이다. 이 뼈대로 대도시를 먼저 그린다.  

Map 1

 

 두 번째, 대도시 주변의 중소 도시를 그린다. 반드시, 중소도시는 가까운 대도시 옆에 그려야 한다. 엉뚱한 곳에 그리면 도로를 놓을 수 없다. 

Map 2


Map2가 완성되었다면, 도시와 도시 간의 도로를 그린다. 연관 있는 키워드 사이에 줄을 그으면 된다. 줄을 그은 후, 각 도시의 특성을 구분하자. 산업도시, 주거도시, 복합도시 등으로 도시를 구분하여 표시한다. 알파고 기사에서는 사람, 기업, 바둑, 기술, 돈, 윤리로 구분했다. Map 3이다. 

Map 3


 이 Map3를 완성하면, 생각의 초안이 나온 것이다. 이 Map3를 보고 고민하면 된다. 물론 빠진 것이 있겠지만 나중에 찾아서 보완하면 된다. 


 Map을 '돈(마케팅)'으로 해석해보자. 구글과 딥마인드는 이번 바둑으로 대규모 마케팅을 했고, 구글 주가가 올라갈 것이다. 또한,  인공지능, Deep Learning, 로봇 산업의 다른 기업도 일시적으로 혜택을 받을 것이다. 대국을 중계한 방송사는 광고료를 벌고, 포시즌즈 호텔은 이번에 제대로 홍보했다. 한국기원은 금번 대국이 바둑의 확장 일지, 바둑의 쇠퇴인지 마케팅 측면에서 궁금할 거다. 


 Map을 '시청자'로 해석해보자. 인공지능이나 바둑을 모르는 시청자라도 '알파고'를 보고 가깝게는 일자리 걱정을 하고, 멀리는 '터미네이터'를 걱정할 거다. 한편, 나처럼 컴퓨터가 '보고서'를 대신 써주기를 기대하는 사람도 있을 거다. 

 

 이 Map을 보면서 기술의 미래, 바둑의 앞날에 대해서 생각할 수 있다. 머리가 복잡해서 보고서, 기획서가 막혀있다면, 키워드 Map을 파워포인트에 던져놓고 가만히 생각해보자. 조금씩 길이 보인다. 


언젠가는 알파고가
내 보고서를 써주겠지만,
오늘은 아니다.
아직은 스스로 정리해야 한다. 


PS : 도움이 되셨기를 바랍니다.  최상단 그림의 출처는 https://ko.wikipedia.org/wiki/%EB%A7%88%EC%9D%B8%EB%93%9C%EB%A7%B5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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