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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이정 Jul 14. 2024

여행을 편하게 하는 꿀템 짐 싸기

임상 완료 아이템이니 적용하셔도 좋습니다


이번 글의 사진들은 본문과 아무 상관 없는 아무 여행 사진들입니다...


  이따금 해외 출장 길에 오르는데, 처음에 친구들은 ‘해외 출장이라니 정말 직장인 같고 멋있다’라는 반응을 보였다. 그때마다 그들의 머릿속에 그려지는… 어쩐지 토익 A파트에 실릴 것 같은 사진이 눈에 보이는 기분이다. 깔끔한 수트 케이스(어쩐지 색상은 실버)를 손에 들고 정장을 입고, 단정하게 떠나는 여정. 역시나 단정한 표정과 사회인의 미소를 장착한 채로 회의를 마치고 또 가뿐하게 돌아오는 여정. 그 사이 면세점에 들러 이것저것 사 들고 들어오는 사람의 모습.


  그런 출장은 내게 없다. 일단 나의 출장 지역은 사람들이 여행으로 갈 일이 좀처럼 없는 지역들이다. 국가만 놓고 보면 남들이 여행으로 가는 국가들도 있지만, 그래서 수도까지는 다른 사람들과 비슷한 모습으로 비행기를 타지만, 그 이후 각자 설레는 여행지로 흩어지는 사람들과 달리, 나는 자그만 국내선 비행기를 타거나 차에 실려 우당탕쿵탕 한참을 더 가야 한다. 한국 식당이나 호텔 같은 걸 기대하기는 어려운 지역들로. 터덜터덜 가야 하는 출장 길이므로, 출장 짐은 언제나 간소하고 검박했다.


  비행기에서 내릴 때마다 스티커를 부지런히 제거하지만, 타국의 지방 공항마다 조악하게 찍어낸 ‘보안 체크 완료’ 스티커가 영 벗겨지질 않아서, 결국 반쯤 떨어진 상태로 때만 타고 있고, 수많은 까만 캐리어 중 내 것을 확인하기 위해 달아둔 태그와 붙여둔 고양이 모양 스티커도 빛을 잃어 가고 있다. 노트북이며 서류를 잔뜩 담은 검정색 잔스포츠 빅 스튜던트 가방은 아시아 먼지를 다 먹고 반쯤 회색처럼 보이는 상태가 된다.


  그래도 그런 짐을 싸고 풀기를 여러 번 하다 보니, 나름대로 나의 ‘꿀템’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꼭꼭 챙겨가는 게 뭐가 있지 고민하고, 엄마를 모시고 유럽으로 갈 때 특별히 챙겨야 할 건 또 뭐가 있을지 고민했다. 유튜브에 ‘해외여행 꿀템’, ‘해외유형 추천 템’ 같은 키워드로 검색도 많이 돌려보았다. 즐겨보는 민음사 유튜브 채널에 ‘해외 여행 전문가의 여행 필수템 6가지 추천’ 영상, 김숙 님의 해외여행 아이템 추천 영상도 참고했다.


  그 결과 엄마가 대놓고 좋아했던 아이템, 그리고 엄마가 한탄할 상황을 예방해준 아이템이 무엇인지 명확해졌다. 임상을 거친 결과이므로 여러분의 여행에 바로 적용하셔도 좋습니다.




[엄마가 좋아했던 아이템]

1.     기내용 발 받침대 (발 해먹)
  사실 쓸까 말까 조금 고민하긴 했다. 일부 항공사에서는 사용을 제지한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테이블 바에 끼워서 사용하는 것이라 파손의 위험이 있고, 비상 시 이동에 방해가 될 수도 있어 제재하는 항공사들이 있다고 한다. 그러므로 반드시 확인해야겠지만… 그럼에도 장거리 비행에 너무 도움이 되었던 아이템이라 일단 적어두기로 했다.
  비행에 큰 피로를 못 느끼던 나도 언젠가부터 비행이 길어지면 무릎에 불편감이 들었다. 비행기 의자가 그다지 높은 편은 아니어서, 종아리를 쭉 세우고 있어도 펴고 있어도 불편하다. 게다가 비행을 하면서 다리가 퉁퉁 붓기도 하니까.
  발 해먹을 앞에 걸어 놓고 다리를 얹어 놓으면 그 애매한 높이를 좀 찾을 수 있었다. 덕분에 힘들이지 않고 편하게 왔다며, 엄마의 만족도가 가장 높았던 아이템이다.


2.     접이식 전기 포트
  이것은 민음사 유튜브에서 보고 ‘저거다!’ 했는데 정말 여행 내내 효자였다. 호텔 전기포트에 워낙 위생 괴담이 많기도 하고, 중간중간 독채 숙소를 잡았다 보니 거기 전기포트가 있으리라는 보장도 없었다. 그렇다고 커다란 전기 포트를 캐리어에 넣자니 부담 그 자체. 접이식 전기 포트는 실리콘으로 되어 있어서 착착 접혀, 작은 크기로 캐리어에 쏙 들어간다.
  보통 작은 주전자형과 조금 더 큰 냄비형이 있는데, 냄비형으로 하면 햇반 하나가 쏙 들어가는 크기라서 햇반도 편히 데워 먹을 수 있다. 그리고 보통 여행에서 이렇게까지 할 일은 잘 없겠지만, 계란도 삶아 먹을 수 있는 크기이다.
  컵라면 몇 개와 함께 이 전기 포트를 가방에 넣으면 여행 준비 완료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활용법은 다음 편인 한식 조달처 다각화 편에서 좀 더 자세히 이야기해 보겠다. 엄마가 이 포트를 얼마나 흐뭇해하셨는지.



3.     오프라인 다운로드 콘텐츠
  물론 요즘 비행기에 엔터테인먼트를 위한 게 다 들어있지만… 그래도 엄마가 좋아하는 콘텐츠는 따로 있다. 우리 엄마의 경우에는 이미 본 작품을 다시 보는 걸 꽤나 좋아하고, 특히나 이렇게 모든 게 다 새로운 상황에서는 거기서 느끼는 익숙함을 더 마음 편하게 느끼시는 것 같다. 그래서 아예 넷플릭스에서 엄마가 좋아하는 드라마와 예능을 오프라인으로 다운로드 해두고, 노이즈 캔슬링 헤드셋도 같이 챙겨 두었다.
  하지만 엄마가 제일 만족스러워했던 순간은 여행 중간에 독채 숙소에서 스마트TV로 넷플릭스 로그인 해서 여행 기간 놓친 <눈물의 여왕>을 쭉 본 것이었다. 공교롭게도 귀국 직전에 마지막화를 방영해서, 그건 또 오프라인으로 담아 돌아오는 기내에서 봤다.



[엄마가 한탄할 상황을 예방해준 아이템]

1.     마스킹 테이프
  여행에 대체 마스킹 테이프가 왜 필요하지? 싶겠지만… 잘 들어보세요. 이게 생각보다 유용한 아이템이랍니다. 우리는 여행 짐을 쌀 때 일회용품을 최대한 많이 사용하여 중간에 다 쓴 짐을 버리고 오는 걸 지향하는 경우가 많지만, 모든 짐을 그렇게 쌀 수는 없다. 그리고 우리처럼 10일 이상의 장기 여행에 사람도 여럿 매이면, 큰 통으로 하나 가져가서 같이 쓰는 게 더 나은 아이템들도 있다.
  그런 일이 생기면 안되지만, 가끔 뚜껑이 덜 닫힌 액체나 크림 종류가 캐리어 안에서 참사를 일으킬 수가 있다. 그 중 가장 끔찍한 일화는 지인의 캐리어에서 새어 버린 식용유였던가 참기름이었던가. 지인의 청바지가 정말 고소하고 느끼해졌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그 광경을 상상하는 것만으로 아찔했던 기억이 있다.
  뚜껑을 최대한 꼭 닫아 놓지만 그것만으로 조금 불안하다면. 그 뚜껑을 마스킹 테이프로 싹 감으면 마음이 좀더 편하다. 일반 테이프는 접착력이 좋아 떼기도 불편하고 뗀 후에도 끈적임이 남지만, 마스킹 테이프는 종이 테이프에 가깝기 때문에 붙이고 떼기도 어렵지 않고 끈적임도 하나 남지 않는다.


2.     빨랫줄
  여행이 어느 정도 길어지면 중간에 한 번쯤 빨래를 하고 싶어지기 마련이다. 호텔에서 유료로 세탁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우도 있지만 나는 어쩐지 그게 그렇게 돈이 아깝고… 빨래 결과물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냄새라든가 옷감의 상하는 정도가 썩 만족스럽지 않았던 몇 번의 기억이 있어서. 나도 이런데 그게 엄마 성에 찰 리 없다. 쓸데없는 데 돈 쓴다고 한 소리 듣는 대신 빨랫줄을 하나 챙겨 가자. 속옷이나 양말 같은 건 널어 놓으면 꽤 금방 마르니까 연박을 하는 경우에 꽤 쓸만하다.
  보통 해외 출장을 갈 때는 호텔이 아니어서 그런 서비스는 당연히 없고… 출장이 1-2주 정도로 아주 길지 않기 때문에, 옷걸이를 하나 가지고 가서 작은 빨래를 처리하거나 내일 입을 옷의 구김이 펴지도록 걸어 놓는 용도로 쓰곤 한다. 하지만 사람이 2인 이상이라면 빨랫줄은 꽤 괜찮은 선택이다.



[그 외 나의 추천템]

1.     발열형 앞머리 구르프
  이건 앞머리가 있는 사람들을 위한 아이템이다. 앞머리가 없을 땐 이런 점에서 참 편했는데… 고데기를 들고 가기엔 너무 짐스럽지만 축 가라앉아 눈을 찌르는 앞머리를 좀 말아주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집 근처 다이소로 가보라고 하고 싶다. 구르프 중, 전기 혹은 보조배터리에 연결해 쓸 수 있는 발열형 구르프가 있다. 고데기처럼 뜨겁지는 않지만, 어느 정도 따끈해진 구르프를 앞머리에 감았다가 풀어내면 확실히 그냥 구르프보다는 효과가 있다. 덥고 습한 지역에서 그냥 구르프 말아봤자, 말았다는 기분만 내는 정도에 그치는 경우가 많은데… 발열형은 진짜 쓰임새가 좋다.


2.     도킹형 보조 배터리, 1-2m 충전선, 멀티탭
  웬만한 핸드폰 만한 크기의 큼직한 보조 배터리에 선을 연결해서 쓰는 건, 이동 시에 꽤나 불편한 일이다. 그러나 보조 배터리는 이동 시에 쓰죠. 게다가 치안에 대한 우려가 있을 때에는 그 선 하나가 뭐라고 그렇게 짐스럽게 느껴진다. 얼마 전부터 출장 갈 때마다 도킹형 보조 배터리를 쓰기 시작했는데 확실히 편리한 정도가 남달라, 이번에 갈 때도 엄마에게 하나를 선물 드렸다. 다만 체감하기로 도킹형 보조 배터리가 일반 보조 배터리에 비해 고장 나는 속도가 너무 빠른 것 같은데... 리뷰를 보니 남들도 비슷하게 체감하는 듯하다.
  숙소에서 충전기를 꽂을 만한 콘센트 위치가 침대와 그다지 가깝지 않다면, 우리 엄마는 자기 전에 사천성 게임을 할 수 없어요… 충전선도 좀 길이가 충분한 것으로 준비해 주면 좋다. 아니면 아예 멀티탭을 하나 준비하는 것도 방법이다. 2-3구 정도의 멀티탭 하나면 꽤나 유용하게 쓰인다.



3.     근데 콘센트랑 숙소 비품은 확인하셨죠?
  꿀템 전에 기본부터. 국가별로 콘센트 타입이 다르기 때문에 그걸 먼저 확인하지 않으면 지금까지 언급한 아이템의 태반은 못 쓴다. 요즘은 아예 세계 어디를 가도 사용할 수 있도록 이리저리 방향을 달리해서 쓸 수 있는 범용 콘센트를 판매하니 그걸 구비해 두는 것도 방법이다. 다이소에서 5천원에 팔지만 매우 파들파들 연약하니, 인터넷으로 1-2만원대 하는 것을 구입해서 튼튼하게 오래 쓰도록 하자. 인터넷으로 사고 모자랄까 싶어 다이소에서 더 샀는데 확실히 만족도가 달랐다. 인원수대로 챙기는 게 좋다.
  그리고 호텔이라면 당연히 수건과 헤어 드라이기가 있지만, 간혹 독채 숙소에 헤어 드라이기가 없는 경우도 있을 수 있으니 꼭 미리 체크해 두자. 호텔이 없는 지역으로 가는 출장이 많다 보니, 헤어 드라이기를 자주 가지고 다니는 편인데… 그 습관 덕을 좀 봤다.



  언제나 당사자가 아닌 타인으로서, 타인의 마음을 헤아리는 게 쉽지 않지만… 여행을 앞둔 부모님의 몸과 마음에 필요한 것들이 무엇일까 고민하는 게 필요하다. 같이 대화하면서 짐을 잘 챙긴다면, 이번 여행 분명 더 재미있을 것이다.



<오늘의 요약>
-      (항공사에서 기내 비품 파손, 비상시 통로 위험의 이유로 제재하는 경우가 있으니 반드시 항공사별로 내용을 확인해야 하지만) 기내용 발 받침대 (발 해먹) 좋다
-      접이식 전기 포트를 꼭 챙기자
-      OTT의 오프라인 다운로드 기능을 활용해 즐기실 만한 콘텐츠를 챙겨 가자
-      마스킹 테이프로 쓰던 액체/크림 류의 마개를 싸매 불상사를 예방하자
-      콘센트, 드라이기 등 국가별 특성과 숙소 비품 세부사항을 꼭 사전에 파악해 두자
-      여행을 앞두고 다이소를 한 바퀴 돌아보자. 꿀템을 찾을 수 있다. 예를 들면 부착형 빨랫줄, 발열형 앞머리 구르프,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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