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그리워했던 것일까.
만나기 전부터 이미 그리워하던 사람.
그래서 너와의 만남은 시작이 아니라, 끝이었다.
그것은 나의 공기였던 외로움,
살아있는 것이 바위처럼 가만히 있는 것의 동의어였던, 긴시간.
천천히 차가워지고 딱딱해져 더 이상 움직임을 잊은 이야기들.
살아있는 것들의 배경.
나의 소리였던 고요함.
그것들의 끝.
종종 백치처럼 나는 아무것도 모르면서 정확하게 말한다.
널 만나기도 전에 말했다.
나는 너다.
아무 것도 모르면서 너는 알아 들었다.
너는 그걸 어떻게 알았니?
나는 너에게 들어갔고,
너는 나에게 물들었다.
핏줄이 내 살을 뚫고 네 몸속으로 연결되었다.
맥박이 같이 뛰었다.
네 손이 닿는 곳에 내 살이 생겼다.
따스함과 부드러움이 내 살이 되었고,
너의 입김이 날 둘러싼 공기가 되었다.
나에게 공기가 된 너.
어느 날, 바위가 치워진 그림을 보며
궁금해졌다.
사람들이 바위가 있어야 아름다운 그림이 된다고 했는데..
그러자,
궁전에 불이 꺼지고
훈훈했던 공기가 열려있는 창문 밖으로 달아나 버렸다.
그건 무서운 동화 속 이야기다.
공기는 달아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