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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앤 쑤 Dec 22. 2016

On the way to you

너의 마음으로 가는 길은

여러 갈래가 있다.

내 눈길이 너의 다갈색 눈동자 너머

속고갱이까지 닿아 너의 붉은 핏줄, 너의 희고 질긴 신경줄의 위를

곡예사처럼 마음대로 건너가고 싶다.

네 근육을 꿈틀거리게 만드는 뼛 속 깊이

너를 헤엄치고 싶다.


내 목소리가 너의 작고 오묘한 망치뼈, 모루뼈, 등자뼈를 울리고

부서질 듯 투명한 달팽이관을 지나

네 온몸을 심장이 부풀 때 마다 떨게 만들고 싶다.


나의 언어가 아니 시인의 언어가

너의 오른쪽 회백질, 아니 편도체를 두드려

시상하부를 지나 드넓은 등줄기를 타고

세포마다 들러서 존재의 기쁨을 전해주고 싶다.


방 안을 떠다니던 빛나는 먼지처럼

너의 바다에 그리고 나의 바다에서

만나지 못하던 두 개의 영혼이

겸자처럼 단단하게 서로를 붙잡고

춤을 추고 싶다.


너의 영혼과 나의 영혼이 칵테일처럼 뒤섞여

아름다운 물감이 되어

마크 로스코가 칠한

회당 한쪽 벽면이 되고 싶다.


죽어서 차례로 썩을 연구개나

뇌하수체나 피부 연조직, 내장이 아니라,

너와 내가 살아서 교환한 산소와 이산화탄소,

공기 중에 흩어진 웃음 소리나 교성,

다리미로 누른 것같은 손바닥 위의 온도.

영원히 잊혀질 그 무엇들을

반죽 그릇에 담아 새로운 물질이 될 때까지 저었으면,

그래서 어느 날 아침에

썩지도 사라지지도 않는 104번째 원소를 발견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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