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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앤 쑤 Jun 06. 2016

네가 없는 시간

시간은 둘로 나뉜다.

네가 있는 시간, 그리고 네가 없는 시간.

그래 아직 나는 어린 아이가 맞다.

엄마가 보이지 않으면, 서럽게 엉엉 울면서 엄마를 불러대던 그 아이.

엄마가 저만치 보이면 사라질까봐 무서워서 차마 쫓아가지 못하던 그 아이가 맞다.


아니 시간은 셋으로 쪼개진다.

너와 함께 있는 순간, 너와 만나기로 되어 얼른 보내버려야 하는 무용한 기다림의 시간, 그리고 네가 없음을 견뎌내야 하는 죽음의 시간들.


너와 함께 있는 시간은 언제나 순간이다.

내 기억 속의 너의 기억은 연속체가 아니다. 어제 만나고, 한달 전에 만나고, 수십년 전에 만났어도,

그 순간들은 비눗방울 처럼, 시간의 끈을 벗어나 내 마음 속을 마음껏 부유한다.

아롱지는 그 순간들은 색채나 선율, 혹은 내 몸 속 어디를 사르르하게 돌아다니는 미세 전류다.

어느 순간에는 행복한 색채가 무지개처럼, 폭죽처럼 내 몸을 황홀하게 감싼다.

그래서 못 견디겠다. 네가 없는 순간을 견디기가 힘들다.

세상은 너의 미소와 눈빛이 있는 곳. 너와 함께 들었던 음악이 있는 곳.

네가 없이 주검으로 누운 나는  살고 싶어 음악을 듣는다.

너를 만나기로 한 그 시간까지, 어린 왕자를 만나기로 한 여우처럼 설레일 수가 없다.

설레이는 것은 너무 잔인한 일이다.

무언가 대충 집어 넣은 음식들이 다시 솟구칠 것 같다.

길고 긴 조각들이 나를 시험한다.


때론 그 조각이 너무 길어져 버리면, 나는 죽음을 통과해야한다.

죽음이 견딜 수 없어, 살아있는 척 하기 위해 다른 인격을 내세운다.

갑자기 바쁘게 일을 한다. 한꺼번에 할 수 없는 일들을 해낸다. 살아있기 위해.

다른 사람에게 친절하게 대한다. 착한 아이에게 형벌의 시간을 줄여주지 않던가.


그리고 견딜 수 없어, 나는 글을 쓴다.

이것이 나의 죽음, 네가 없음을 애도하는 나의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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