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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앤 쑤 Mar 14. 2016

공기 이야기

오랫동안 그리워했던 것일까.

만나기 전부터 이미 그리워하던 사람.

그래서 너와의 만남은 시작이 아니라, 끝이었다.

그것은 나의 공기였던 외로움,

살아있는 것이 바위처럼 가만히 있는 것의 동의어였던, 긴시간.

천천히 차가워지고 딱딱해져 더 이상 움직임을 잊은 이야기들.

살아있는 것들의 배경.

나의 소리였던 고요함.

그것들의 끝.


종종 백치처럼 나는 아무것도 모르면서 정확하게 말한다.

널 만나기도 전에 말했다.

나는 너다.

아무 것도 모르면서 너는 알아 들었다.

너는 그걸 어떻게 알았니?


나는 너에게 들어갔고,

너는 나에게 물들었다.

핏줄이 내 살을 뚫고 네 몸속으로 연결되었다.

맥박이 같이 뛰었다.

네 손이 닿는 곳에 내 살이 생겼다.

따스함과 부드러움이 내 살이 되었고,

너의 입김이 날 둘러싼 공기가 되었다.


나에게 공기가 된 너.

어느 날, 바위가 치워진 그림을 보며

궁금해졌다.

사람들이 바위가 있어야 아름다운 그림이 된다고 했는데..

그러자,

궁전에 불이 꺼지고

훈훈했던 공기가 열려있는 창문 밖으로 달아나 버렸다.


그건 무서운 동화 속 이야기다.

공기는 달아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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