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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앤 쑤 Oct 18. 2019

아떼의 꿈

<카자르 사전>에서

"나는 책을 읽으면서 허리까지 차오른 물을 건너가고 있었지. 그것은 바로 쿠라 강물이었어. 바닥은 진흙투성이였고 물풀이 자라고 있었지. 그 물을 마시려면 머리카락이나 턱수염으로 입을 가려, 걸러야만 했어. 커다란 파도가 다가오면 나는 책을 높이 들어 물에 젖지 않도록 한 후에 다시 읽었지. 깊은 곳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에, 그전에 나는 책을 다 읽어야 했어. 그런데 그 순간 천사가 나타났어. 천사의 손 위에는 새가 한 마리 앉아 있었지. 천사는 나에게 이런 말을 했어. '주님은 당신의 행동에 기뻐하시지 않고 당신의 속마음에 기뻐하십니다.' 그리고 나는 잠에서 깨어났어. 눈을 뜬 다음에도 나는 허리까지 차올라오는 물속에 있었지. 물풀이 가득하고 진흙이 뒤섞인 바로 그 쿠라 강 속이지. 나는 같은 책을 쥐고 있고 내 앞에는 꿈에서 본 천사가 서 있었지. 같은 천사에 같은 새였어. 나는 재빨리 눈을 감았지만 강과 천사, 새 그리고 이 외의 모든 것이 다 그대로 거기에 있었지. 나는 눈을 떴어. 그래도 모든 것은 똑같은 거야. 정말 끔찍하지. 나는 손에 들고 있던 책에서 이런 글을 읽었지.  '신발을 신은 자가 으스대지 않도록 해라.' 거기에서 나는 눈을 감았지만, 그다음 문장이 계속 눈앞에 보였지. '신발을 벗어 버린 사람처럼...' 바로 그 순간에 천사의 손에 앉아 있던 새가 날아가 버리고 난 비로소 눈을 떴어. 나는 새가 하늘 높이 날아 올라가는 모습을 보았어. 그리고 나는 이제 더 이상 진실 앞에서 눈을 감아 버릴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지. 눈을 가리고 있는 자에게는 구원이 없으며, 꿈도 현실도 없으며, 깨어나는 것도 잠이 드는 것도 없어. 모든 것은  하나이고 시간과 이 세상은 영원히 같은 모습으로 남아서 뱀처럼 가까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 이 세상의 커다란 목적은 텅 비어 있으며, 작은 목적은 나의 사랑이라는 것을 이해하게 되었던 거야. 그리고 난 그렇게 한 거야"     



무엇이 꿈이고 무엇이 현실인가.

꿈을 읽지 못하는 자는 영원히 어둠 속에 갇힌 빛을 보지 못한 자이다.


“깊은 밤, 우리는 잠을 잘 때마다

모두 배우로 변합니다.

우리는 매번 다른 무대에 올라서서

충실하게 자신의 배역을 공연합니다.

그렇다면 낮에는?

낮에 깨어 있을 때에는 그 배역을 연습합니다.

때때로 자기의 배역을 제대로 연습하지 못했을 때에는

감히 무대에 나타나지 못합니다.

그 대신 다른 배우들 뒤에 숨어 있습니다.

그 배우들은 자신들의 대사를 잘 알고 있고

동작도 우리보다 더욱 훌륭합니다.

그리고 당신들은

우리들이 연기하는 것을 보기 위해 극장으로 찾아옵니다.

극장에서 연기를 하는 것이 아닙니다.

내가 연습을 잘해두었던 날에

당신이 나를 쳐다본다면 좋겠습니다.

일주일 내내 현명하고 아름다운 사람은 없으니까요.”


이 시는 아떼 공주가  꿈 사냥꾼들의 수석 사제에게 바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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