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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앤 쑤 Nov 14. 2017

사랑의 뿌리

사랑이 시작되었는지 어떻게 알았을까.

그것은 발바닥에서 시작되었다.

갑자기 땅이 울리고 흔들리기 시작했다.

지진.

흔들흔들 내가 밟고 있던 땅들이 허물어질 듯 푸석거린다.

내 발이 성감대가 된 걸까? 작은 전파들이 발바닥 전체를 찌르르 헤엄쳐다닌다.



도대체 다리에 힘을 줄수가 없다. 힘을 주면 촉수로 전해져오는 그 작은 기쁨을 밟아버릴 것 같아서 말이다.

서있기를 포기하고

가만히 누워 발을 땅에 대고 무릎을 세운다.

이 쿵쾅소리는 발바닥에서 울리는 소리!

내  두발은 맥을 짚은 한의사의 두 손가락처럼 대지의 맥박을 듣고 있다.

천천히 맥박 소리를 타고 대지의 핏줄이 발바닥을 파고든다.

어쩌면 이 사랑은 내가 아닌 대지의 여신 것.

종아리와 허벅지를 타고 오르는 황홀한 기운. 그녀는 내 몸을 제물로 삼았다. 심장에서 솟구친 피가 아래로 달려든다. 두 다리는 허공에 들릴 것처럼 들썩댄다. 절정에 취한 나는 대지의 심장과 하나가 되었다.

쿵쿵 그 소리는 이제 나의 심장 소리.

대지의 혈관은 자물쇠를 풀고 내 온몸을 여행한다.

푸른 정맥을 따라 손끝으로 너를 찾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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