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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로이데 전주현 Mar 08. 2024

밀려나지 말라고

24.03.07 14:32 씀

너의 손목을 잡아당긴다

풀칠 한 자리에 너의 엄지를 붙인다


>> 이게 무슨 짓이야<<


너는 소리친다 엄지를 뗀다

지문에 진득한 덩어리가 묻어 나온다


너의 지문이 닿았던 곳에 엄지를 갖다 댄다

이번엔 나의 엄지, 내 차례다


부드러운 게 뭉개지는 감촉 - 끈기의 질감이다

버림받은 느낌이 있다면 - 버림 주는 느낌도 있다


너와 똑같이 한다 엄지를 붙였다 뗀다

옅은 회색빛 덩어리가 발려 나온다


너에게 간다 앞에서 멈춰 선다

너의 엄지에 나의 엄지를 포갠다


>>  이것 봐

      잠깐이었지만

      금세 지저분해져

      아주 제대로 붙어

      그렇게라도

      밀려나지 말라고

      헤어지지 말라고 <<


이번에 너는, 소리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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