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상의 종류에 대하여.
불교는 기원전 5세기부터 존재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석가모니 시기에 불상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 시기 석가모니 사후에는 불상이 아니라 그의 사리를 봉안한 탑이나 유품 등을 섬겼다. 불상이 생긴 것은 기원후 1세기경, 파키스탄과 아프가니스탄영역인 간다라 지방의 불교가 알렉산더 대왕이 침공하면서 이끌고 온 헬레니즘 문명과 충돌한면서 부터이다. 인간의 형태를 가진 그리스와 로마의 신상들이 불교와 만나 부처의 형상을 만들어 내는데, 그것이 바로 불상이다. 그 당시의 신상들은 마치 그리스 로마상과 같은데, 제우스의 얼굴을 가진 불상은 국립중앙박물관 세계관에 가면 확인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불교의 창시자인 석가모니를 형상으로 만든 불상을 대부분의 사찰에서 주불로 모시고 있다. 하지만 석가모니 뿐 아니라 ㅇㅇ불이라 붙은 불상들은 다 깨달은 자인 부처에 해당해 각각 이름과 역할이 조금씩 다르다. 특히 삼신불이나 삼세불을 다 모신 전각은 전부 부처에 해당해 생김새가 비슷하므로 대부분의 지권(Mudra-손의 모양)과 지물(손에 들고 있는 소품)에 따라 이름을 판가름한다. 그 외에도 아직 부처는 아니지만 깨달음을 향해 나아가는 구도자인 보살(Bodhisattva)의 상도 있어서 초심자가 보면 누구인지 매우 헷갈린다. 대웅전에서는 기본적으로 석가모니를 모시는 경우가 많지만, 대부분 옆엔 부속 전각들이 많고 모시는 불상에 의해 건물의 명칭이나 기도법이 달라지기도 한다. 따라서 그들의 이름과 특징을 알아두면 사찰의 구성을 이해하는데 편하다. 이번에는 불상에 대해서만 살포시 탐구해보고자 한다.
석가모니불 특징
석가모니는 ‘석가족의 깨달은 자’란 뜻으로 붓다(붓다(佛陀: Buddha: 깨달은 자), 여래(如來: 열반에 다 다른 자), 혹은 대웅(大雄: 큰 영웅), 응공(應供=Arahan: 마땅히 공양받아야 할 존재) 등 10가지의 별칭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석가모니를 모시고 있는 주 전각은 별칭 중 하나인 대웅을 차용해 대웅전이라고 부르다. 만약 석가모니불하나만 있거나, 옆에 협시(본존을 모시는 상)가 보살이라면 대웅전이라고 부르고, 석가모니 옆의 협시가 아미타불, 약사여래등의 부처급이라면 대웅보전으로 높여서 부른다.
튜닝의 끝은 순정이라 했던가. 부처는 이미 깨달음을 얻어 속세의 부귀영화에 대하여 해탈을 했기 때문에 복장이 매우 단출하다. 머리는 곱슬로 위로 솟은 형상을 하고 있고 장신구 없이 오른쪽 어깨에 드러나게 가사(Kasaya-분뇨의. 수행자들이 버려진 옷감을 기워 흙과 분뇨로 염색하여 만든 법의)를 입고 있다. 또한 경전에 나온 부처의 초인적인 면이 생김새 -32상 80종호(붓다의 32가지 형상과 80가지 신체적 특징-중 상징적인 몇 개가 구현되어 있다. 즉, 우리가 불상을 볼때 가장 특징적으로 보는 머리에 높이 솟은 육계, 이마의 백호, 둥글게 말린 나발 머리카락, 금색으로 빛나는 신체, 어께에 닿을 듯한 귓불등이 32상에 해당한다.
불상별 수인
석가모니의 경우 불교의 기둥인지라, 그의 생애 주기에서 시기에 따라 수인이 여러 개로 나타난다.
부처님 오신 날에 사찰이 있는 산의 앞자락을 장식하는 연등에 그려진 자세 - 일명 디스코자세-가 있다. 석가모니가 탄생하자마자 사방으로 7걸음씩 걷고 한 손은 하늘을 한 손은 땅을 가르치며 ‘천상천하 유아독존, 아당인지 삼계개고(하늘 위 하늘 아래 나 홀로 존귀하다. 삼계가 괴로움에 있으니 내가 마땅히 편안케 하리라)를 외친다. 이 한 손은 하늘을 한 손은 땅을 가르치는 자세를 ‘천지인’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평소에 잘 보기 힘들지만 보고 싶은 경우 부처님 오신 날 관불회(아기불상의 머리 위로 3번에 나누어 물을 뿌리는 행사)에 참여하면 된다.
출가한 지 얼마 안 되어 보리수 아래에서 선정(잡념을 버리고 몸과 마음이 통일된 삼매에 든 상태)에서 취한 손자세를 ‘선정인’이라고 한다. 왼손바닥을 위로 해 단전 앞에 놓고 오른손바닥을 위로 해 왼손바닥에 올려놓고 양손의 엄지손가락을 맞댄 상태이다. 명상을 할 때 자주 추천되는 자세로 선정인에서 여러 갈래의 손자세가 나오므로 기본적으로 알아두면 좋다.
우리나라에서 제일 많이 보이는 수인의 형태는 깨달음을 얻는 순간에 취했던 자세인 ‘항마촉지인’이다. 기본적으로는 선정인과 자세가 같은데 오른손바닥을 오른 무릎에 대고 검지손가락으로 땅을 가리키는 형상이다. 석가모니가 깨달음을 얻기 직전 움직이지 않겠다 각오를 하고 보리수나무 아래 선정에 들었는데, 깨달음을 얻으면 중생이 구원되어 입지가 곤란해질 것을 마왕이 깨달아 방해에 들어갔다. 처음엔 3명의 미녀를 보내어 방해했는데 이것이 안 먹히자 군사를 보내어 싯다르타는 금강보좌에 앉을 자격이 없다고 겁박했다. 이에 싯다르타는 선정인에서 오른손을 풀어 검지로 땅을 가리키며 ‘내가 자격이 있음을 지신(땅의 신)이 증명할 것이다’라고 말하자 그대로 되었다. 이때의 자세를 구현해 낸 것이 항마촉지인이다. 기독교로 대입해 보면 광야의 유혹(최후의 유혹)에서 예수가 마귀를 물리치는 마지막 순간을 형상화한 것이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쉬워진다.
설법인은 전법륜인이라고도 하며 붓다가 된 석가모니가 5명의 비구에게 첫 설법을 하며 지은 수인이다. 양팔 혹은 오른팔의 엄지와 검지를 붙여 법륜(말씀의 바퀴)을 뜻하는 동그라미를 만들어 오른 손바닥에 왼손등의 중지부터 약지의 등을 댄 형태이다. 혹은 엄지와 검지에 동그라미를 만든 상태로 오른손은 들고 왼손은 단전에 댄 모습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시무외여원인은 중생을 사랑하는 의미로 나온 수인이다. 붓다의 사촌동생이자 제자였던 제바달다가 승단을 물려줄 것을 요구하다 뜻대로 안 되자 코끼리를 취하게 만들어 붓다에게 돌진시켰다. 이대 두려워하는 제자들을 뒤로하고 ”두려워하지 말라“고 말하며 오른손을 들자 코끼리가 술에 깨며 무릎을 꿇었다고 한다. 이 오른손을 든 상태를 ’ 시무외인‘이라고 하며, 보통 왼손을 밑으로 내려 손바닥이 보이게 하는 수인은 ‘여원인’이라고 한다. 여원인은 중생의 소원을 모두 받아들인다는 표현으로 시무외인처럼 기원이 정확하진 않지만 보통 시무외인과 같이 쓰인다. 시무외여원인은 석가모니뿐 아니라 다른 부처도 많이 하는 수인이라 통인이라고도 불리우며 입상일 때 많이 보인다.
우리나라에서는 대체로 미륵불에서 많이 보이는 수인이다. 미륵은 지금은 보살로 도솔천에서 천인들을 위해 설법하고 있지만, 미래 지상에 태어나 모든 사람들을 구제하는 붓다가 되기로 약속되어 있는 보살이다. 미륵보살은 붓다가 되는 것이 확정되어있어 미륵불이라고도 부르며, 코끼리에게 조차 자비를 보이는 수인인 시무외여원인을 하고 있다.
삼신불을 모셨을 때 특히나 모습이 비슷해 수인의 모양을 보고 구분을 하게 되는데 중앙에 있는 주신불이 하고 있는 손모양이 지권인이다. 지권인에서 왼손의 둘째 손가락을 올려 오른손이 가볍게 감싸고 주먹을 쥐는 형상을 하고 있다. 오른손은 불계, 왼손은 중생계를 나타내어 부처와 중생은 둘이 아니고 미혹과 깨달음은 하나라는 의미를 품고 있다. 이 수인을 한 붓다를 비로자나불이라고 한다.비로자나불은 두루 빛을 비추는 존재를 형상화 한 것으로 부처와 중생이 둘이 아니라는 지권인의 의미는 화엄경을 근본으로 하고 있다. 이 비로자나불을 주불로 모시면 전각의 이름이 달라지는데 보통 대적광전(=비로전, 대적전, 화엄전)등으로 불린다.
아미타불의 경우는 9개의 극락세계를 의미하는 구품인을 하고 있다. 극락세계를 상, 중, 하 3품으로 나누고, 각 품을 다시 상, 중, 하 3 생으로 나눈다. 각각 엄지에 어느 손가락을 대 동그라미를 만드느냐에 따라 상, 중, 하로 나뉘는데 상생은 검지, 중생은 중지, 하생은 약지로 동그라미를 만든다. 상품의 경우는 선정인과 비슷하게 오른손바닥을 위로하여 왼손 바닥 위에 올려놓고 각 생에 해당하는 손가락 등을 서로 맞대 단전에 놓은 모양이다. 중품의 경우는 각 생의 수인을 손바닥을 마주 보게 하여 가슴높이까지 올린 형태이다. 하품의 경우는 중품에서 왼손만 손바닥이 보이는 형태로 아래로 내리게 되어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많이 보이는 것은 하품중생이다. (국립중앙박물관 기준)
아미타불을 모신 전각을 무량수전, 무량광전 등으로 표현한다. 아미타불은 극락세계인 정토에 머물면서 현재까지 설법을 하고 있는데, 다른 수행이 필요 없이 ‘나무아미타불(=아미타불에 귀의합니다.)‘를 외우면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고 설법해 우리나라에 꽤 널리 퍼진 신앙이다. 북유럽의 오딘의 불교 버전이라고 생각하면 쉬울 듯 하다.
약사여래의 경우 치료를 해주는 붓다이기에 왼쪽 손바닥을 위로 향하게 한 다음 약합(보합)을 손바닥에 얹고 있는 형태가 많다. 오른손은 비교적 자유로운데 대체로 항마촉지인처럼 무릎에 오른손바닥을 대고 검지로 땅을 가리키거나 엄지와 검지 손가락을 맞대고 위로 손을 든 형상이 많다. 때에 따라서는 오른손에 지물을 얹고 있는 경우도 있어, 약합을 중심으로 판단하는 것이 좋아 보인다. 이를 약기인이라고 한다.
약사여래와 협시불을 따로 모셔놓은 전각을 약사전이라고 하는데, 약사여래는 치유의 부처로 현대적인 치료가 없던 시절 사람들이 치료를 빌기 위해 왔던 곳이다. 이엔 신체적인 치료 뿐 아니라 정신적인 치료도 포함된다. 일부 사찰의 약사전은 실제 지역의 병원 기능을 했던 곳도 있다.
참고로, 건물밖에 있는 불보살은 돌로 만든 경우가 많고 암벽 등 돌에 새긴 불보살은 마애불이란 명칭이 따로있다. 실내의 경우 목재나 금동으로 만들 경우가 많다. 또한 자세에 따라 입상(서있는 자세), 반가상(의자에 앉아 왼다리는 내리고 그 무릎 위에 오른 다리를 얹는 자세), 좌상(앉아있는 자세), 와상(누워있는 자세)으로 나뉜다. 우리나라의 부처상은 금동좌상으로 가부좌를 틀고 앉아있는 것이 제일 많다. 수인을 보면 붓다를 알 수 있지만, 간혹 시기를 지나면서 여러 형태가 섞여 다를 경우도 있으니 주의할 것! 최근에는 불상 앞에 이름표를 두는 경우도 있어 애매한 경우는 이름표를 확인하거나, 스님 혹은 해설사에게 문의해보는 것이 확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