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되는 법
어릴적 외화를 보면 수단을 입은 신부가 세례를 하는 장면이 본적이 한번쯤 있을 것이다. 하얀 베일을 쓰고 이마에 기름을 바르며 근사한 라틴세례명을 받아보았으면 좋겠다는 상상. 그 사이 6개월간의 교리공부와 주기적으로 믿음의 공간으로 오게끔 강제하는 활동들이 있다는 것을 쉽게 간과하고는 한다. 이와는 달리, 불교의 경우는 문화재 혹은 열린공간이라는 인식이 강하고 강제하는 활동이 있는 경우도 많지 않다. 그래서 간혹 불교의 신자가 되는 방법이 따로 없는 것 아닌가 생각할 수 있다.
불교 신도되기
불교의 경우 재가 신자와 출가 신자가 구분이 된다. 붓다는 출가자의 신분이었으므로 아무래도 해탈에 이르기 위해서는 출가가 권장된다. 하지만 딱히 출가를 하지 않아도 일정 과정만 거치면 신도가 될 수 있다. 이런 재가 신도를 우바새(upāsaka : 남자 재가신도), 우바이(upāsika: 여자 재가신도)라고 하여 따로 명칭을 부여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본인이 좋아하는, 혹은 자주 가는 사찰의 종무소에 찾아가 신도등록을 한다고 이야기 하고 입문교육등의 절차를 밟으면 된다.(조계종 기준) 수계(불교의 계와 율을 지키겠다는 서약식, 천주교의 세례와 비슷)를 받을 때 천주교식의 세례명이라 할 수 있는 ‘법명’도 같이 받는다. 천주교와 다른점은 세례명의 경우 존경하는 성자의 이름을 그대로 쓰지만 법명은 본인이 깨달(불교신문-불자라면 누구나 법명을 받아야 하는지?) 음을 얻기 위해 지향하는 바를 법명으로 받는 다는 것이 차이겠다. 현대에도 고도로 철학적(어쩌다어른EP.29)인 사유를 필요로하는 불교는, 붓다 당시에도 재가신도는 어느정도 사회적 지위나 재산이 있는 사람들이 신자가 되는 경우가 많았다. (참고로 붓다도 샤카무니 종족의 왕자이다.)그래서인지 재가신도는 스님이 수행에 집중할 수 있게 경제적 뒷받침을 하는 것도 기본적인 의무에 해당한다. 즉, 불교의 공양은 교회나 성당의 십일조나 성금과 크게 다르진 않다. 단지 그 양을 강제하지 않을 따름이다. 만약 조계종의 경우 신도증을 가지고 있고 한자로 된 두, 세글자의 법명을 가지고 있다면 신도인 우바새, 우바이에 해당한다.
스님이 되는 법
어렸을 때 나에게 가장 궁금했던 것은 스님이 되는 방법이었다. 아무래도 예불시간 아니면 자주 볼 수 없어서 신비로웠던 것도 한몫을 한다. 또한 인간의 규율이 아닌 신의 법칙에 맞춰 단정히 살아야 하는 신부님들과 같이 한국에서 자연이라는 법칙에 맞춰진 삶을 사는 스님들은 도대체 어떻게 될 수 있는 지 미지수였다. 그도 그랬던 것이 거의 1700년가량을 이어온 한국불교의 역사에서 확인된 종파만 20개가 넘고(https://ko.m.wikipedia.org/wiki/%ED%95%9C%EA%B5%AD_%EB%B6%88%EA%B5%90%EC%9D%98_%EC%A2%85%ED%8C%8C) 종파의 경전과 수행방식에 따라서 스님이 되는 법도 약간씩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일반적으로 알려진 조계종의 경우를 예를 들자면 이렇다. 우연히 원하는 사찰에 가거나 스님과 함께 대화를 하거나 불법을 공부하며 발심을 한다. 일단, 스님이 되려면 나이제한이 있기에 55세가 되기 이전에 발심(스님이 될 결심을 하는 것)을 하는 것이 좋다.(점점 나이 제한이 오르고 있는 것은 함정) 발심을 한다면 속세에 거칠것이 있으면 안되므로 재산(부채포함)과 가족관계(이혼 및 자식 포기)등 신변을 정리하고 조계종에 행자로써 등록을 한다. 천태종의 경우도 이런 조건은 비슷하지만 나이가 45세 이하로 설정되어있다.
행자란 출가를 하기 전에 일정기간 속세의 때를 버리는 과정을 거치는 사람인데, 그 기간은 6개월 가량이지만 정확히 정해져 있진 않다. 이 기간 동안은 삭발을 하고 고동색 복장을 입고 엄청나게 빡센 일과를 소화해야하는데 이 기간 동안 사찰의 잡일과 기본적인 교리, 예절등을 배운다. 보통 휴식형 템플스테이의 일과를 생각해보면 대체로 9시부터 4시반까지 약 7시간 반동안 비게 된다. 스님들은 각자 맡은 일들을 하시고 행자들은 이때 울력(사찰에서의 소일거리)나 스님의 지시받은 일을 하게 되는데 그 양이 만만치 않고 대체로 시비를 가리지 않는 하심(낮은 마음)의 마음으로 해야한다. 울력으로 하루가 거의 차기 때문에 대개의 경전 공부는 야간에 한다. 거기다 원래 승가는 기본이 집단생활이라 행자 시절 극적인 단체 생활을 하는데 60대 가량 되신 스님들 말씀을 들어보면 한창 스님이 되려는 사람이 많았던 때는 군대의 내무반보다 더한 밀집도로 테트리스 하듯 겹쳐서 잠을 자는 수준이었다고 한다. 지금은 스님을 하려는 사람이 많지 않아서 널널한 편이라고. 이때 눈에 띄는 행자는 스님들의 임명에 따라 방장이 되어 새로 들어오는 행자들의 교육이나 관리를 맡게 되는데, 어느정도 내공이 있는 방장은 사람들의 눈빛과 행태를 보면 오래 있을 사람인지 가늠할 수 있다고 한다. 즉, 승려로서의 생활이 무엇인지 정확히 인지하고 그것을 존중하는 사람들 외에 사회에서 도피를 위해 들어온 행자들은 몇주 버티지 못하고 도망가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하니, 섣불리 도전해서는 안되겠다.
조계종도 힘든 편이지만 천태종에서는 행자가 되기전 속세의 때를 버리는 과정이 따로 있다. 입산대기를 하면서 울력을 하며 수행을 하는 생활을 하는데, 이 기간은 정해진것이 아니라 큰스님의 입산 허가가 내려져야 본격적인 행자생활을 하게 된다. 입산을 허락 받는 것 자체가 큰 벽인 셈인데, 농사일과 요리등 모든 생활을 자급 자족을 하기에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수행을 하는 천태종의 특성상 울력의 강도가 일반 직장생활과 비슷한 듯 하다. 그리고 밤새 기도를 하며 수행에 정진하게 된다. 혼기가 넘어도 결혼하지 않은 자신에게 ”스님이나 되어라“라고 말하는 지인에게 ”제가 스님 씩이나요?“라는 마음이 들어야 비로소 불법에 귀의할 수 있었다고 한다.
조계종에선 행자 기간을 성공적(?!)으로 마치면 예비승려인 사미, 사미니 교육 대상자가 된다. 예전에는 큰스님들의 강의와 발우공양, 삼천배등의 수련과 의식을 거치면 예비승려가 될 수 있었던 모양이지만, 1985년부터는 ‘5급 승가고시’를 통과해야 예비승려가 될 수 있다. 5급승가고시를 통과한 예비승려에게는 은사스님이 법명을 지어준다. 이때부터 속세의 이름이 아닌 법명으로 불리게 되고, 출가자로 인정받는다. 천태종의 경우 이 기간을 따로 두지는 않는데, 입산을 허락받기까지 기간에 포함(조계종 승가고시 페이지)이 되어 있는 것이라고 봐도 무방하겠다.
예비승려가 되면 승복에 의제라는 갈색 띄를 받고, 조계종단의 기본 교육기관에 들어가 공부를 하게된다. 학위가 필요하다면 교육부의 인가를 받은 조계종 산하의 중앙승가대학이나 동국대에 들어가면된다. 학위가 딱히 필요 없다면 본인의 나아갈 방향에 따라 강원(경전위주의 공부)이나 선원(참선등 수행위주의 공부)을 선택하여 공부를 하면 된다. 하지만 대체로 강원과 선원이 함께있는 ‘총림’(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총림)으로 출가하는 경우가 보통이다. 대학교와 같이 ‘4년의 교육기간을 거친다. 그 이후 4급 승가고시를 통과해야 정식 승려인 비구와 비구니가 될 자격이 주어진다. 원래 사미니(여성 예비승려)의 경우 붓다 당시 18~20세 기간동안 출가한 여성의 임신과 출산의 경험이 있어 식차마나니계라는 2년간의 보류 기간을 두었다. 요즈음은 의학의 발달로 따로 그런 기간을 두지 않아도 되어서 육법계를 받고 과정 3년째에 ‘식차마나니’ 수계식(BBC 식차마나니수계식)만을 진행하면 된다. 4급 승가고시를 통과한다면 시기마다 종단이 마련한 [수계산림](지혜와 자비를 구족한 승가의 일원으로 흔들림 없이 살아가겠다는 서원을 다진 자리)에서 5박 6일동안 마지막 교육을 받는다.(불교저널:수계산림의 의미) 이 절차까지 행했다면 연비의식(촛물 먹인 삼베실에 불 붙여 팔목에 올려놓고 진언을 외우며 계행-비구 250계, 비구니 384계-을 지킬것을 서원하는 의식)을 거친다. 부처님 시절에 굉장히 인권이 낮았던 여성들을 승가로 받아들이면서 지켜야할 계가 더 많았던 것이 현대까지 승계되고 있지만 불교계에서도 개혁의 의지가 조금씩 보이고 있기는 하다.
천태종의 경우는 이즈음을 행자기간으로 보아도 무방하겠다. 입산은 허락받았지만 승려가 되기 위한 천태종의 행자기간은 3년이 원칙이다. 비구의 경우 삭발을 하지만, 비구니는 머리가 긴 상태로 입산한다. 주경 야정(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기도에 정진)하는 것을 표방하는 천태종이기에 주간에는 소일거리를 하고 밤에는 염불의식 및 강원교육을 받는다. 교육 후에는 선방에서 새벽 4시까지 정진 - 개인 수양-을 하게 된다. 이시기 노력 여하에 따라 계를 받는 시기가 달라 질 수 있다. 3년의 행자 생활을 마치면 큰스님과 면담을 통해서 최종 출가 여부가 결정된다. 일정기간(천태종 페이지엔 3.7일이라고 기록되어있다.) 수계교육을 받은 후 수계식과 함께 종정 큰스님으로 부터 법명, 도첩, 계첩 그리고 가사와 법모를 받게 된다. 지금은 공식적으로 3년이지만 예전엔 언제 계를 받는지 기약되지 않은 이 기간에 자신과의 싸움이 제일 힘들었다는 후문이 있었다.
코로나가 아직 종식되지 않은 기간 템플스테이에서 많지 않은 인원으로 차담시간을 가질 기회가 있었다. 조계종의 사찰에서 여러번, 천태종의 사찰에서 두번. 한국의 대표적인 종파 조계종과 알토란 같은 숨은 종파 천태종의 경우도 불교인구에 대한 고민은 마찬가지로 보였다. 현재 실무를 보는 스님의 평균 연령이 60대가 되어가고 있어 후임이 줄어들고 있고, 계승이 불분명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출가를 할 수 있는 최고 연령이 점점 올라가고 있는 추세이다. 끊임없이 자아를 성찰하는 종교에 관심을 보여 발심하는 것 부터가 많은 시간이 걸린다. 게다가 깨달음을 향해 정진하는 수도자인 그들에게 부처의 완벽을 요구하는 대중들과 구족계를 지키기는 커녕 오만을 욕심으로 해 모든 스님을 먹칠하는 중사이에서 승려로 살아가는 방법은 승려가 되는 방법만큼 고행의 길인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