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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 EZ Sep 27. 2023

14. 너의 지물은.

지물에 담긴 보살과 신들

 보살은 대중을 구하기 위해 있는 이상적인 인간상으로 대승불교의 상징적인 존재이다. 따라서 한국불교에서는 사람들의 염원에 따라 다양한 보살이 존재한다. 깨달음을 이미 얻어 부처가 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속세에 남아 중생을 구제하는 특징때문에 여성 신도에게 보살이라는 이름을 쓰기도하고, 여성 무당에게 보살이라는 호칭을 붙기도 한다. 이미 성불한 붓다는 단촐한 외형과 수인(손짓)으로 구분이 가능하지만, 아직 구도자의 길을 가고 있는 보살들은 속세에 아직 속해있기 때문에 대체로 화려한 외형에 특별한 표식을 가지고 있거나 손에 무언가를 들고 있다. 연꽃(더러운 곳에 있어도 깨달음의 향기를 잃지 않는다는 의미)같이 범용으로 사용하는 지물들도 있지만, 어떤 지물들은 보살들의 특별한 목표나 역할들을 드러내는 용도로 쓰이기도 한다. 한반도에 정착해 중생을 구제하는 보살은 어떤 지물을 가지고 있을까?


예천 수덕사 관세음보살

1. 정병의 관세음보살(=관음보살, 관자재보살, 천수관세음 등등)                       

 관세음보살의 경우 개별적으로 관음전(=원통전)이라는 법당을 만들어 모시거나 야외에 석상으로 모시는 경우가 많다. 한국에 바닷가에 가면 유독히 바다를 바라보며 많이 서있는 보살이다. 관세음보살 설화에서는 그는 바닷가 근처의 보타라카(Potalaka)산에서 살고 있어서, 아무리 커다란 자연재해 - 폭풍과같은-가와도관세음보살의이름만부르면구원받을수있어 대체로 그의 성지는 바닷가에 위치한다. 관세음보살은 항상 곤란에 처한사람들의목소리를보거나듣고있기때문에그들을보고듣고 도울수있는열개의얼굴,천개의눈,천개의손등초현실적인 이미지로 표현되는 경우가 많다. 사람들을 도울 때에는 본연의 모습으로 나투는 경우도 있지만, 상황에 맞게 변신을 하여 나오는 경우가 많으므로 너무 외모에 치중해서 보지 말자. 그가 구현될 때는 마치 술병같이 생긴 정병을 들고 있지만, 그 안에는 중생의 고통이나 목마름을 달래주는 단이슬이 들어있다. 현실의 고통을 구제해주는 보살이라 우리나라에서 꽤 흔하게 신앙의 대상이 되는 보살이다. 



제주 관음사 극락전 지장보살

2. 민머리와 석장의 지장보살                   

신과함께 웹툰에서 중생들을 위한 로스쿨 설립자로 알려진 지장보살은 미륵불이 출현할 때까지 모든 중생을 교화하겠다는 원을 세운 보살이다. 보통 좌상에선 초록 민머리에 시무외인을 하고 보주를 들거나 한손엔 석장, 한쪽에는 보주를 든 모습이다. 지옥문을 여는 석장과 어둠을 밝히는 보주를 들고 있는 입상은 지옥에서도 든든한 가이드가 될 것 같은 모습이다. 특히 조상을 모시는 우리 나라에서는 불교식 장례를 할 때 지장보살을 모신 지장전, 혹은 명부전에서 재를 지내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대부분의 사찰에서는 작게라도 명부전의 형태를 가진 전각들이 위치해있다. 지장보살과 함께 지옥의 시왕(열명의 심판관)을 모실 경우 시왕전이라고 불리기도한다. 지장 보살 역시 한국 불교의 생사에 꽤 밀접한 보살이다. 

강화 연등국제선원 대웅전 문수보살

3. 사자와 칼의 문수보살

대웅전에 들어가면 양쪽에 협시불로 가장 많이 등장하는 보살 중 하나이다. 문수보살은 지혜를 상징하는 보살로 보통은 연화대(연꽃 모양의 좌석)에 앉아있지만 지혜를 상징하는 사자를 타고 있거나 사자가 주변에 있는 경우도 많다. 또한 푸른 연꽃과 번뇌를 끊는 지혜의 칼을 든 모습으로도 묘사된다. 대체로 붓다 기준 좌측에 위치한다.

강화 연등국제선원 대웅전 보현보살

4. 흰 코끼리의 보현보살

문수보살과 항상 함께 대웅전에서 협시불로 많이 보이는 보살이다. 붓다기준 우측에 위치해 있는 보살로 보통 연화대에 앉아 연꽃을 들고 있거나 흰 코끼리를 타고 있는 모습으로 표현된다. 흰코끼리는 덕행을 상징하고 있어 보통 문수와 보현이 쌍을 이루어 지혜와 실행이 같이 있어야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문수와 보현이 들고 있는 연꽃의 경우는 아직 만개하지 않은 상태로 표현되는 경우가 많아 위와 같이 지팡이 모양으로 표현될 경우가 종종 있다.


예산 수덕사 포대화상

5. 포대를 든 포대화상

 사찰 외부에 많이 보이는 후덕한 불상 중 하나이다. 보통 석불로 표현되는데, 올챙이 배를 보면 볼록한 부분이 새카맣게 때가 타거나 닳아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석상의 모티브는 중국 당나라 말기에 실존했던 ’계차‘라는 인물이다. 당에서 송으로 넘어가기 전의 혼란기에 유랑을 하던 그는 항상 커다란 포대자루를 들고다니면서 시주받은 것들을 굶주린 사람들에게 나눠주었다고 한다. 중국에서는 그를 포대화상이라고 부르며 미륵불로 여기고, 일본에서는 칠복신으로 섬기며  우리나라에서도 기복을 하는 대상으로 추앙하는 사찰이 많다. 후덕한 뱃고래와 넉넉한 웃음, 그리고 항상 포대를 가지고 있는 특징이 있어 다른 불상과 헷갈리기 쉽지 않다.

6. 보탑, 비파, 용과 여의주, 검의 사천왕

 수미산 중턱 사천왕천을 지키고 있는 사천왕도 각자 지물을 가지고 있다. 들고 있는 지물로 통일을 하면 편하겠지만, 시대별로 다른 형상을 가지고 있어서 통일이 쉽지 않다. 따라서 지금 쓰는 것은 대체로 조선 후기에 들어와 통일된 지물들을 기준으로 삼았다. 만약 사찰이 삼국시대 이전 것이라면 그 때부터 일관되게 보탑을 들고 있는 다문천왕을 기준으로 위치를 정하는 경우가 많다. 혹은 얼굴에 칠해진 색을 오방색을 기준으로 하여 검은 얼굴 - 북쪽 - 다문천왕, 빨간 얼굴 - 남쪽 - 증장천왕, 하얀 얼굴 -서쪽 - 광목천왕, 파란 얼굴 - 동쪽 - 지국천왕의 형식으로 구분하기도 한다. 친절하게도, 근래에는 사찰마다 사대천왕 앞에 이름표를 붙여놓은 경우가 많아 아랫건은 조선 후기의 기준으로 참고만 하는 것이 좋다.


북방 다문천왕 : 보탑을 들고 호위한다. 어둠을 방황하는 중생을 구제한다.

남방 증장천왕 : 칼을 들고 있다. 자신의 위덕으로 만물을 소생시킨다.

서방 광목천왕 : 용과 여의주를 들고 있다. 악한 사람들에게 고통을 주어 불법을 구하는 마음을 일으킨다.

동방 지국천왕 : 비파를 들고 사람을 편하게 해준다. 선인에겐 복, 악인에겐 벌을 준다.


사천왕의 발 밑에는 고통스러운 얼굴을 한 사람의 상들이 깔려 있는데 이도 시대의 변화에 따라서 다른 생김을 하고 있다. 원래는 지옥의 아귀 형상이지만, 몽골 침략기엔 몽골인의 형상이, 왜란 시기에는 일본인의 형상을 한 경우도 있다. 한국인에게 이들은 단지 사찰의 지킴이가 아니라 그들의 시달리는 삶을 지켜주는 수호자로 여기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화계 쌍계사 금강문 인왕

7. 금강저를 든 인왕

 사천왕 근처에 육체미에 험악한 인상을 자랑하는 두 인왕이 서있는 경우가 있다. 그들도 역시 불법을 수호하는 역할로 금강문에 쌍으로 서있다. 한쪽은 입을 ‘아’ 모양으로 벌린 밀적금강, 한쪽은 입을 ‘훔’ 모양으로 다물은 나라연금강이다. 이는 산스크리트어의 알파와 오메가로 시작과 끝을 의미한다. 그들은 번개를 형상화 한 무기 ’바즈라‘를 들고 있는데, 바즈라는 다이아몬드라고도 번역되 금강저라고 불리운다. 힌두교에서 번개는 어떤 것이라도 베고 꿰뚫을 수 있는 궁극의 무기로 최고의 신 인드라(제석천)이 들고 있다. 이는 불교로 와서 중생의 어리석음을 깨 부수는 불교 도구로 변한다. 그래서인지 인왕은 금강역사라는 이름으로도 불리우며, 그들이 서있는 문은 금강문으로 불리운다.


이외에도 불교에 수없이 많은 보살과 신들이 지물과 함께 등장하지만, 위의 인물들이 우리가 사찰에서 가장 쉽게 자주 접하는 존재들이다. 혹여나 그들의 지물이나 생김새에 기운이 눌려도 당당하게 인사를 하고 들어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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