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당에는 벽화가 사찰에는 탱이.
사찰의 중심에 있는 가장 큰 건물이 바로 그 사찰의 주된 부처를 모시고 있는 법당(=불전)이다. 사찰은 모시는 불상에 따라 법당의 이름이 바뀌기는 하지만, 한국에서는 석가모니불을 주로 모시고 있어 대웅전의 규모가 가장 큰 편이다. 아주 작은 암자나 선원의 규모라도 법당은 대부분 비슷한 형태이다.
법당안에 들어가면 정면에 불단이 보인다. 불단은 불상이 높여진 단을 말한며 보통 3개의 불상이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주불 하나만 있는 경우도 있다. 주인공 답게, 가운데 있는 불상이 이곳에서 주로 모시는 불상이다.주불 양옆에 있는 불상은 협시불이라고 하는데 보통 석가모니불 옆엔 대체로 문수보살과 보현보살이 있다. 만약 보살이 아닌 불상 (보통 아미타불과 약사여래)이 있을 경우엔 대웅보전이라고 격상된다. 이 경우 협시불 옆에 보살이 하나씩 더 붙어서 불상이 5개까지 늘어날 수 있다.
불상 뒤에는 탱이라고 불리우는 불화가 있는데, 삼국시대부터 있었다고 하는 기록이 있다. 주로 경전의 장면들이나 붓다의 설화를 그림으로 묘사한 것들로 지금 읽어도 뜻을 알 수 없는 어려운 불교의 이야기들을 그림으로 풀어주거나 인물의 역할을 설명해주는 용도이다. 이는 중세시대 글을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성당에 그린 종교화 - 예를 들어 시스티나 성당의 천지창조- 등과 같다. 석가모니불이 모셔져 있을 경우는 영산회상도나 팔상도가 후불탱(붓다 뒤에 있는 탱화)으로 걸려있다. 본당이 아니라도 불상이 모셔져 있는 극락전이나 지장전등의 전각도 각 불상의 이야기를 담은 후불탱이 걸려있다. (아는 사람만 잘 보이는 그런…..극강의 화려함과. 디테일이다.)
영산회상도의 경우 석가모니가 영축산에서 법화경을 설한 법회를 그린 그림으로 많은 법당이 영산회상도를 뒤에 걸고 있다. 법화경은 40년간의 붓다의 설법이 집약한 정수로 대중의 깨달음을 중요시하는 대승불교에서 경전의 왕으로 취급하는 경전이다. 보통 석가모니를 중심으로 두고 문수, 보현 2명의 보살을 기본으로 짝수로 10명의 보살까지 늘어나며, 그 아래 부처님의 말을 수호하는 호법선신 사천왕을 기준으로 대범천, 제석천, 혹은 조사들이 더해져 그려지기도 한다.
팔상도의 경우는 석가모니의 일생을 8개의 주요 사건으로 나누어 그린 그림이다. 팔상도만 따로 모셔놓은 영산전이랑 전각이 있기도 하고 법당 밖에 벽화로 그려지기도 한다. 보통은 도솔천에서 코끼리를 사바세계로 내려오는 장면(도솔래의상), 룸비니 공원에서 마야부인의 옆구리를 통해 탄생하는 장면(비람강생상), 태자가 성문 밖의 중생들의 고통을 관찰하고 인생무상을 느끼는 장면(사문유관상), 부모의 반대를 무릅쓰고 출가하는 장면(유성출가상), 설산에서 신선들과 수행하는 장면(설산수도상), 태자가 온갖 유혹과 위협을 물리치고 정각을 얻는 장면(수하항마상), 부처가 녹야원에서 최초로 설법하는 장면(수하항마상), 부처가 사라쌍수아래에서 죽음에 이르는 장면(쌍림열반상)으로 구성되어있다. (장면이름은 통도사 영산전 팔상도를 따름)
시선을 윗쪽으로 옮기면 불단 위 천장에 집모양의 장식물이 보이는데 이는 ‘닫집’으로 ‘따로 지어놓은 집‘이라는 의미다. 인도에서 불상에 씌워놓은 양산이 중국을 거쳐 집으로 발전한 형태로 보이는데, 이는 근정전 어좌위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불단의 양쪽엔 불교의 신들을 모신 신중단과 고인의 위패를 모신 영가단이 보인다. 사찰에 따라 서로 위치가 바뀌는 경우도 더러 있다.
신중단에는 불교의 호법신(붓다의 말을 수호하는 신)을 그려놓은 신중탱이 있다. 신과함께 편에서도 이야기 했듯, 힌두교의 전신 바라문교에서 회의를 느껴 나온 것이 불교여서 힌두교의 많은 신들과 겹치는 부분이 있다. 차이점은 바라문교의 신들은 불교에서 붓다의 말과 세계를 수호하는 수호자들이 되었고 힌두교에서는 붓다가 그들의 신으로 종속되었다. 어찌되었건 바라문교에서 불교로 넘어온 신들은 중앙에 모셔진 붓다보다 위계가 낮은 위치에 있지만 여전히 신의 위치에 있다. 조계종의 경우 보통 예배시간의 마지막에 신중단을 향해 반야심경을 외며 그들도 열반에 세계에 함께 들기를 기도한다.
신중단을 마주보는 방향에는 보통 영가단이있다. 영가단은 죽은 영혼을 달래기 위한 장소로 그 앞에는 대체로 흰색 연꽃무늬를 한 등이나 초들이 누군가의 이름을 단 채로 불을 밝히고 있다. 그리고 그 중앙에는 지장보살 상을 모신 경우가 많은데 그럴 경우 지장단이라는 이름이 붙기도 한다(사진 참고). 지장보살의 경우는 지옥의 중생을 모두 구할때 까지 성불하지 않겠다는 원을 세운 보살이기 때문에 영가의 영혼들의 가이드(?!)로써 숭배된다. 규모가 있는 사찰은 명부전(혹은 지장전, 시왕전)을 따로 만들어 장례를 치르고 영가를 모시는 경우도 있다. 가끔 노스님의 사진이나 초상화가 지장보살을 대신해 걸려있는데, 노스님의 경우는 대체로 그 사찰의 조사(종파나 사찰을 세운 승려)의 영정이다.
각 단 앞에는 여러가지 공양물들이 있는데 각자가 원하는 바에 따라 공양물을 선택할 수 있는 특징이 있다. 보통 육법 공양물이라고 해서 보살의 6가지 수행 덕목인 육바라밀, 즉 여섯가지 깨달음에 이르는 길을 상징하는 공양물을 바친다. 지계(계율을 지킴)에 해당하며 번뇌의 속박에서 자유로운 상태인 해탈을 상징하기도 하는 향, 사물을 꿰뚤어보는 지혜인 반야를 상징하는 등이나 초, 하늘에서 내린 단맛의 이슬이자 불사의 약인 감로를 바쳐 보시를 상징하는 물 혹은 차, 성불을 목적으로 자리이타의 원만한 수행인 인욕을 상징하는 꽃, 불교의 최고 이상인 깨달음인 선정에 해당하는 과일, 가르침을 듣고 선정한 환희를 뜻하여 정진으로 대표되는 쌀이 있다. 보통 쌀, 초, 등, 물, 꽃은 사찰에 준비되어있어 일정 금액을 지불하고 현장에서 구매할 수 있다. 불단에 올린 공양물은 제사가 있을 경우 영가단에 올렸다 유가족에게 가져가거나, 사찰내 스님들이 나눠드신다. 물론, 불전함에 돈을 넣는 것이 제일 간편하고 선호되는 방법이기도 하다. 요즘 사찰들은 불전함 대신 계좌 번호를 적어놓을 정도로 발전했지만 아직 QR코드나 카드는 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