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찰의 앞마당에 있는 상징물들
불이문을 지나 내부로 들어가게 되면 넓은 마당이 나온다. 그리고 우리에게 왠지 익숙한 나무에 단청을 칠한 한옥이 등장한다.
불전 앞마당엔 주로 본당을 마주 본 탑과 석등, 그리고 향로가 놓여있다. 사찰의 크기에 따라 앞마당이 좁을 때에는 석탑등은 다른 공간에 따로 존재하는 경우도 많다.
1.탑
탑은 다른 조형물에 비해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탑은 기본적으로 석가모니의 사리(보석화된 신체의 일부분)을 모시는 인도의 스투파(무덤)에서 시작한 것이다. 인도의 탑은 발우나 종모양에 더 가깝고, 대개 우리나라의 탑은 다른 형태를 띄고 있다. 통도사의 경우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모신 법보사찰로 탑의 형태가 인도의 것과 유사하다. 통도사는 불상을 모시는 대신 탑을 향하여 창을 뚫어 차경의 형식으로 불탑에 예배를 올린다. 다른 사찰의 경우, 진신사리를 세계 모든 사찰에서 모시기엔 한계가 있어 불경, 불상등 대신 상징이 될 만한 법보사리를 넣어 탑을 만든 경우가 대부분이다. 현재는 탑이 불상보다 큰 숭배의 대상은 아니지만, 이전에는 탑이 불상에 비견할 만큼 소원을 비는 대상이었다고 한다. 한국의 전통 건축양식을 생각해보면 탑 역시 목재로 짓는 것이 자연스러운 듯 하지만 남아있는 것은 의외로 석탑이 대부분이다. 목탑의 경우 불에 취약해 외세의 침략을 당했을 때 사찰과 함께 대부분 소실되었다. 하지만 현존하는 보은 법주사 팔상전이 석탑과 비교도 안될 만큼 큰 규모를 가지고 있음을 보면, 지금 터로만 남아있는 도심 사찰의 목탑들이 얼마나 큰 규모였을 지 가늠된다.
역사시간에 불교에 대해 배울 때 가장 혼란스러웠던 부분이 탑의 층수를 셀 때였다. 탑은 몸통에 해당하는 탑신부분만 층을 세고, 탑의 무게를 받쳐주는 기단부와 탑위를 장식하는 상륜부는 세지 않는다. 얼마나 헷갈리는 지 시험문제로 자주 출제될 정도이다. 대부분의 탑들은 양의 숫자인 홀수를 긍정의 의미로 받아들인 문화 덕분에 홀수로 지어졌지만, 경천사지 10층석탑등의 예외도 존재한다.이는 보통 원간섭기 티베트불교(라마불교)의 영향을 받아 지어진 것이 대분이다. 또한 홀수 3과 7의 결합으로 보는 경우도 있다. 붓다의 사리를 봉안하여 숭상의 대상이었지만, 후대 불상이 들어오며 권위를 빼앗기게 되었다.
2. 석등
탑 근처에 탑과 비슷한 모양으로 세워져 있는 조형물이다. 탑이 붓다의 몸을 의미하면, 석등은 붓다의 마음을 의미한다. 원래는 실제 어둠을 밝히는 실용적 기능이 있었으나 후에 불법으로 중생을 밝힌다는 의미를 가진 상징적 조형물로 바뀌었다. 주로 지혜를 상징하는 사자의 조각들이 받히고 있다.
3. 괘불대
조선시대는 임진왜란 이후로 전기 후기로 나뉘는데, 이때 조선 불교의 입지도 달라지게 된다. 일제와 몽골침략과 수탈에 가족과 재산을 잃은 사람들은 지배층이 믿는 유교로는 마음을 달랠수 없었고, 조정에서는 사람들이 불교로 마음을 달랠 수 있도록 허락한다. 하지만 당시 너무 많은 사람들이 심적 고통을 얻었던 지라 법당에서는 사람들을 다 수용할 수 없었고, 조정은 커다란 불화를 그려 사찰의 마당에 걸고 법회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이 커다란 그림을 괘불탱이라고 하고 아직도 유서깊은 사찰에서는 큰 법회때 이 괘불탱을 마당의 괘불대에 걸어 야단법석을 한다.
4. 향로
주로 법당안에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나, 마당에 나와있는 경우도 있다. 고온다습하여 몸에 악취가 나기 쉬운 인도에서 나쁜 냄새를 없애는 것이 향이 기능이었는데, 이것이 마음의 때까지 없앤다는 생각으로 발전해 불교의 설법장소에선 불보살에게 바치는 중요한 공양 중 하나로 전래 되었다. 향은 현재도 사찰에 가면 빠지지 않는 공양물 중 하나이다.
5. 본당 외벽
앞마당은 아니지만 법당의 외벽에도 자세히 보면 여러가지 재미있는 그림들이 그려져 있다. 건물 삼면을 둘러 그린 그림들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일련의 스토리가 있음을 알 수 있다. 대체로 심우도나 팔상도(붓다의 생애)가 그려져 있는 경우가 많고 이외에는 그 사찰의 설화에 연결된 이야기로 구성된 그림들이 있는 경우도 있어 유심히 보는 것도 재미있다. 팔상도는 탱(불화)에서 다루기로하고 외벽에선 심우도에 대해서 잠시 살펴보자.
심우도는 십우도 혹은 목우도라고도 하는데 선의 수행단계를 소와 동자에 비유해 10단계로 나누고 있다. 내용은 대체로 동자가 본성에 해당하는 소를 찾기 위해 발심을 하고 소의 발자취를 따라가 소를 찾았다. 처음 찾은 소는 갈색에 거칠었지만 점차적으로 길들여져 다루기 편안한 흰소가 되었고, 흰소를 타고 고향에 돌아와보니 소는 사라져 있다. 본성과 자신이 일치한 상태로 번뇌도 없는 깨달음을 얻어 사람들과 나누는 내용으로 되어있다.
6. 종문
사찰의 지붕이나 일주문 옆에는 사찰이 어느 종파에 속해있는 지 보여주는 종문이 있다. 외국의 엠블럼과 비슷한 것이라고 보면된다. 남한에서만 20개가 넘는 불교 종파가 있기에 가장 많이 보이는 종문 3개를 골랐고, 각 종파별로 소의경전(각 종파에서 신행을 하는 근본 경전)과 본사도 첨부했다.
1) 대한 불교 조계종
남한에서 제일 큰 종파로 삼보륜을 상징화 했다. 삼보륜의 둥근 원은 지혜의 바퀴를 뜻하고 세개의 점은 불법승 - 부처, 부처님의 말, 승려 - 를 상징한다. 서울 종로의 조계사가 본사이이며 금강경을 소의경전으로 하고 있다.
2) 한국 불교 태고종
현재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종파이다. 법륜을 상징으로 쓰고 있으며 부처님 말의 수레바퀴라는 뜻이다. 부처님의 말이 수레바퀴와 같이 원활하고 대중에게 편안하고 고르게 펴진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전남 순천 선암사가 본사이며 금강경과 화염경을 소의경전으로 하고 있다.
3) 대한 불교 천태종
숨은 강자와 같은 종파이다. 마음의 번뇌를 없애주는 벼락 금강저의 중심에 금강역사의 얼굴을 넣은 것을 상징으로 하고 있다. 충북 단양 구인사가 본사이며 법화경을 소의경전으로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