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형 템플스테이와 수행.
한국인은 통섭에 능해요
한국불교의 특징은 통불교라고 한다. 인도에서 시작한 부파불교가 붓다 사후 크게 소승불교(상좌부불교:Terawada, 혹은 작은 탈것 : Hinayana 로 불림)와 대승불교(큰 탈것:Mahayana)로 갈린다. 중국에서 주로 받아들여진 대승불교는 불경해석이나 수행방법에 따른 여러 분파를 만들어서 우리나라에 들어왔다. 시간이 지나며 중국과 인도의 불교를 다 받아들인 한국은 ‘불교의 핵심은 성불하는 것이다‘라고 말한 원효대사의 통불교처럼 모든 것을 아우르는 성격을 띄고 있다. 해골물을 마신 원효대사 이외의 역사적으로 이름이 있던 스님들께서도 선(참선, 수행)을 위주로 교(경전과 말씀)를 통합하던, 교를 위주로 선을 통합하던 어떤 것도 놓치지 않고 방법을 펼처 성불에 도달할 수 있게끔 유도해준다. 거기다 우연인지, 유교였던 조선시대를 거치며 교종마저도 선종에 통합되어 하나의 종파만 남는 통합의 극치를 보여준다. 물론 종파별 사찰별로 주로 공부하는 경전이나 수행법이 다르기는 하지만 우리나라 어느 사찰에가도 하나 이상의 수행법을 볼 수 있다. 인도와 한국에서 둘 다 출가를 해 한국에서 주지스님으로 계신 혜달스님도, 한국 불교의 특징을 이야기 할 때 통섭에서 오는 자율성을 먼저 꼽는다. 템플스테이에서 많이 하는 체험들도 사실 불교의 수행법 중 하나이니, 이번에는 어떤 체험이 수행과 관련이 있는 지 한번 알아보도록 하자!
아마 템플스테이 체험을 하면 가장 먼저 생각하는 것이 명상일 것이다. 먼저 장에서도 간단히 설명이 되었지만, 달마대사가 면벽수련으로 명상을 하며 깨달음을 얻었기에 중국에서 달마대사를 시조로한 선불교를 받아들인 한국은 명상이 중요한 수련중 하나로 자리잡았다. 아마도 80년대생까지 명상에 대한 이미지는 모두 정좌를 한 상태로 벽을 보며 조금이라도 움직이거나 졸면 바로 어깨에 죽비가 떨어지는 것 정도로 기억이 되었다. 그러나 최근 몇년간 명상에 대한 이미지가 크게 달라진 것은 서양에서 소위 ‘마음챙김(Mindfullness)’라는 명상의 일종을 많은 CEO들이 행하고 있도, 또한 마음에 병을 앓는 사람들에게 치료의 일환으로 활용되면서부터이다. 게다가 이런 마음챙김 명상법은 존카밧진 교수가 한국의 숭산스님에게 참선을 배운 뒤 개발해 치료에 적용시킨 사례로, 오히려 외국인에게 한국명상이 각광받으며 역으로 한국에 다시 한국식 참선이 유행을 일으키는 역수입이 되고 있다. 어느쪽이든 현재 사찰에서도 인도의 명상과 다름을 인지하고 단지 앉아서 벽을 보는 것 만이 아닌 여러 발달된 명상들의 방법을 적용해 색다른 명상을 제공하고 있어 많은 사람들에게 각광받고 있다.
우리나라의 대부분 사찰들은 산에 둘러 쌓여 있어 지방에 있는 사찰들에 템플스테이를 하면 아무리 자율 프로그램이라도 포행이 들어가 있거나 포행하는 길을 알려주며 권유하는 사찰이 많다. 지금은 간단한 산책이나 산행정도로 취급되지만, 원래 포행이란 좌선하며 굳은 몸과 마음을 걸으면서 풀어주는 행위다. 스님중에서도 특히 참선등의 수행에만 집중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분들은 하루에도 몇시간이고 앉아서 명상을 하기에 일정한 시간표에 따라 참선을 하고 약 10분간 살며시 걷는 포행을 하여 굳어있는 몸과 머리를 풀어준다. 하지만 앞에 기술했듯, 일반인인 우리는 사찰 주위를 산책하고 명상을 하는 정도로 생각하면 되겠다. 가끔, 템플스테이를 하는 사람들에게만 평소에 갈 수 없는 산책길을 열어주는 사찰도 있으니 한번 확인해보자.
명상이 마음을 닦는 것이라면 요가는 몸을 훈련하는 것이다. 한국의 몇몇 사찰들은 우리가 널리 아는 형태의 인도식 요가를 체험으로 진행하는 곳들이 많다. 그러나 한국불교에는 ‘선무도’라는 특유의 수행법이 따로 있다. 기본적으로 명상에 결합된 무술의 형태를 하고 있어 우리가 하는 여타 다른 무술보다 동작이 느리게 진행되는 것이 특징이다. 실제 무술을 하는 모습을 보면 사실 저렇게 느리게 동작을 해서 파괴력이 얼마나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하는데 신라시대 화랑들도 필수적인 수행법으로 배웠다고 하고, 한반도 수탈의 역사에서 승병들의 활약들을 보면 쉬운 무술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참선과 다르게 아는 사람만 아는 무술로 외국인들 사이에서 의외의 인기를 끌고 있고, 선무도를 중점으로 수행하는 일부 도량에서는 활쏘기, 말타기등의 체험도 할 수 있다. 건강한 정신은 건강한 몸에서 나온다는 것을 알려주는 체험이다.
만다라는 부처님의 세계나 불교의 교리등을 원형으로 그려내는 것인데, 사실 한국사찰에서는 만다라를 그리는 체험이 거의 없다. 보통 사람들이 알고 있는 모래 만다라는 사실 티베트 불교에서 시작이 된 것인데, 어떤 연유에서인지 한국에서는 흥행하지 않았다. 추측해보건데, 일단 건조한 사막지대가 없는 우리나라에서는 모래를 구하기 쉽지 않은데다, 만약 구한다고 해도 젖어있는 모래가 대부분이라 그런 듯 하다. 하지만 많은 사찰에서 기왓장이나 나뭇조각에 단청을 그리는 체험이 있는데, 의미는 다르지만 기본적으로 그리는 구조는 비슷하다. 또한 부처님 오신날 등 가면 체험할 수 있는 주름종이로 연꽃등 만들기는 평면에서 입체로 바뀐 만다라 같은 느낌이 든다. 놀랍게도 지금 심리학이나 정신분석학에서도 만다라를 활용한 그리기나 색칠하기가 치료의 도구로 활용되고 있으니 한번쯤 집중하여 해봐도 좋겠다.
사경 혹은 인경
경전을 손으로 베껴 쓰는 것을 사경, 경전이 새겨진 판을 먹물을 묻혀 인쇄하는 것을 인경이라고 한다. 사경의 경우는 스님뿐 아니라 많은 신도들이 수행으로 하는 경우가 많은데, 경전을 외우기 위한 한 방법도 되고 또한 경전을 보시하는 것 자체가 하나의 공덕이 때문이다. 인경은 아무래도 팔만대장경을 가지고 있는 해인사에서 진행하는 인경이 제일 유명한 편이고, 사경의 경우도 많이 진행하진 않지만 금으로 사경체험을 진행하는 사찰도 있다. 요즈음에 SNS엔 명사들이나 현자들의 한마디를 매일 매일 올리는 것들이 유행했는데, 그 많은 명사들과 인사들에게 영향을 끼쳤던 부처의 말도 한번 사경해보며 간직해봐도 좋을 것 같다.
사경, 인경이 손으로 경전을 인식하는 행위라면, 염불은 입으로 경전을 기억하는 행위다. 한국사찰에서는 대체로 중국에서 들여온 경전들을 쓰고 있어 읽기가 어렵고, 한국어로 번역이 되어있는 경우도 뜻이 너무 심오해서 잘 외워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마법의 주문으로 많이 외는 ‘수리수리 마하수리 수수리 사바하(좋은일이 있겠구나, 좋은 일이 있겠구나, 대단히 좋은 일이 있겠구나 지긋히 좋은 일이 있겠구나)같이 사람들이 모르지만 불교 경전에서 유래한 것들이 종종 있다. 수리수리 마하수리 같은 경우는 천수경에서 입을 깨끗하게 해주는 구절(정구업진언)중 하나이다. 워낙 외기 어려웠던 경전은 전란을 겪으며 가장 간단한 염불로 바뀌어 유행하곤 했는데 바로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아미타불과 관세음보살에게 귀의합니다)’이 그 예이다. 실제로 예불시간에 생방송으로 염불을 외기도 하며 목소리가 좋은 스님들은 그들의 팬텀도 따로 있다. 손으로 쓰거나 인쇄가 귀찮게 여겨진다면, 입으로 외는 경전에 도전해보자.
108배, 혹은 천배. 사찰에 가면 예배시간 외에도 절을 하는 시간을 따로 둔다. 보통 오체투지(신체의 다섯부분 - 머리 팔꿈치, 무릎 - 이)이 바닥에 닿는 형태로 절을 한다. 절은 상대를 공경하며 자신을 낮춘다는 의미로 한다. 하지만 절의 숫자가 늘어날 수록 하기 싫은 마음도 늘어나는데, 그 마음을 바라 보는 것도 곧 수행의 일환이라고 이야기 한다. 108배의 경우 한국 불교에서 생겨난 특이한 수행법으로 보이는데, 108개의 번뇌를 끊는 다는 의미가 있다. 108개의 번뇌는 6가지 감각기관(눈, 귀, 코, 혀, 몸, 생각)과 그것의 6가지 느낌(색, 성, 향, 미, 촉, 법-사고)을 곱한 36번뇌가 3개의 시간(과거-현재-미래)에 존재하기 때문에 그것을 곱해 108개가 되었다는 설이 주류다. 요즈음 108배는 불교의 종교색을 더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빼는 느낌으로 108개의 좋은 말들로 음성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진행하기도 한다. 가끔 108배와 염주꿰기가 같이 진행되면 처음 하는 사람들은 너무 정신이 없어 가이드라인이 들리지 않는 다는 함정이 있다. 얼마전 불교식 절이 전신 스트레칭이 되어 좋다는 이야기도 나왔으니, 약 30분동안 스트레칭겸 해보는 것도 좋겠다.
사실 위에 적은 것외에도 많은 불교의 수행법이 존재하겠지만, 불자가 아닌 사람들이 대중적으로 접할 수 있고 알 수 있는 체험은 이정도가 편안할 것 같다. 물론 인도에서 건너온 수행법을 그대로 하는 체험들도 있겠지만 기왕이면 한국에서 발전한 체험들에 도전해 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