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새벽세시 Nov 05. 2020

낙엽의 밤

밤사이 세찬 비가 왔다.

이른아침 세상이 온통 젖어있다


나무에서 떨어져 나온 낙엽이 볼에 붙었다.

차갑고, 축축하고, 거칠다.


떼어낸 자리가 얼얼하여

자꾸만 쓰다듬고 쓰다듬어 낸다.


수북한 낙엽들이 소리를 잃고

오갈 수 없이 바짝 엎드려 있다.


언제까지나 언제까지나

함께 할 것처럼, 나무 밑에서


날씨예보를 보았다.

내일 아침 첫 얼음 관측, 맑고 바람이 불어 매우 건조함


이 낙엽들은 긴긴 밤사이 천천히 얼었다가

내일 아침, 누의 발길에 부서질까


한낮 동안 산산하게 해도 쬐이면

곧 말라서 바스락바스락 소리도 내고


비오던 날 아침의 형체는 다시 볼 수 없이

바람을 좇아 흘러 가겠다.


빗방울 줄줄이 맺힌 전선으로

새들이 날아와 쫑쫑거린다.


내 머리 위로, 소란스러움

흔들린 빗방울이 떨어진다.



앗,

차가워.

매거진의 이전글 각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