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지현 행복코치 Jan 25. 2019

#29, 코치가 되니 불편한 몇 가지

코치가 되는 쉬운 방법

지난번에 코치가 되면 좋은 점에 대해서 살펴봤었죠.  


https://brunch.co.kr/@redica/68 #06. 코치로서 느끼는 좋은 점, 네 가지 


그럼 반대로 코칭을 배우거나 코치가 되면 좀 성가신 점이 무엇인지도 알아봐야겠죠. 세상일에 좋은 점만 있다는 건 말이 안 되잖아요. 세상은 늘 음양이 있으니까요. 


가장 큰 단점은 사람들과 통화 시간이 길어진다는 겁니다. 

물론 전화 코칭이 보통 한 시간 정도 되니 긴 통화시간이 부담스럽지 않습니다. 문제는 코칭이 아닌데 통화가 길어진다는 겁니다. 코칭을 한다는 걸 아는 사람들은 가끔 안부전화를 하면서 "내가 요즘 이런 걱정이 있는데 말이야…"하고 서두를 꺼냅니다. 그럼 코치는 자동으로 코칭 기술이 작동합니다. "그래, 어떤 건데??"하고 질문을 하죠. 그럼 그 통화는 몇 분이 아닌 한 시간 통화로 승화합니다. 가끔은 제 시간이 24시간이 아닌 48시간이었으면 좋겠습니다. ㅠ.ㅠ  


코치들의 시간은 돈입니다. 너무 날것으로 표현했지만 사실입니다. 하루의 모든 시간을 코칭을 하는데 쓰지는 않지만, 책을 읽고, 생각을 정리하고, 가끔 강의자료 만들어야 하고요.. 생산적으로 써야 하는 시간이죠. 그래서 저도 안부전화나 편한 통화는 운전할 때나 집안일을 하면서 하는 편입니다.  


어제도 창원 코칭을 끝내고 돌아오면서 지인과 통화를 했답니다. 그 지인과 창원에서 넘어오는 동안, 그리고 집에 도착해서도 한참을 더 통화를 했습니다. 두 시간을 했죠. 결국은 제가 질문하고, 지인은 대답을 하는 코칭이 되고 말았습니다. 저는 고객의 에너지 상태나 기분, 감정을 살피고 있고, 직관이 발휘되면 질문을 던지고… 그렇게 시간이 흘러버렸습니다. 이 이야기를 하면 제게 전화를 하시는 분들이 더 많아질 수도 있겠군요. 이제는 아는 분이 전화하셔도 코칭을 하지 않으려고 노력할 겁니다...ㅠ.ㅠ 


두 번째는 대화나 상황을 코치의 관점에서 살펴보는 버릇이 생겼습니다. 

아무래도 코치는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다 보니 상대방이 하는 말에 대해서 관심이 갈 수밖에 없습니다. 소위 말하는 직업병이겠죠. 누군가와 이야기를 하다가도 '저분은 커뮤니케이션을 이렇게 하면 더 좋을 텐데…', '저건 좀 그렇네….' 하는 판단을 하고 있습니다. 많은 이들이 I message보다는 You message를 많이 씁니다. 열린 질문이 아닌 닫힌 질문을 많이 하죠. 그런 것들이 탁탁 걸리는 겁니다. 단, 그에 대해 이야기를 하지는 않습니다. 코칭을 하는 상황이 아닌데 하나하나 일일이 짚어서 이야기를 하다가는 대화가 제대로 되지 않겠죠. 그리고 일일이 지적질을 하는데 누가 좋아하겠어요? 완전 꼰대 중의 핵꼰대라는 말을 듣겠죠. 코칭에서는 고객이 들을 준비가 되어 있지만, 일상 대화에서는 모두 자신의 말에 스스로 도취되어 있는걸요.. 


세 번째는 제가 직장을 다닐 때의 경험인데요, 회사 일이 심드렁해질 수 있습니다. 


당시 저는 인사부서에서 조직문화를 담당하고 있었습니다. 회사 전체의 조직문화 진단을 하고 보고서를 작성합니다. 진단 결과에 따라 각 조직에서 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어떤 활동을 할 것인지를 생각할 수 있도록 워크숍도 진행하고요. 내용을 취합해서 보고하고, 활동이 잘 되고 있는지를 점검했습니다. 문화가 좋아졌는지 나빠졌는지는 이듬해 진단에서 나오는 숫자로 파악합니다. 결국 보고서로 시작해서 보고서로 끝났습니다.  


조직문화가 좋아지면 성과가 올라간다는 연구결과는 참 많습니다. 조직문화 진단 0.5점 높아졌다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0.5점이 높아지면 성과는 얼마나 올라가야 좋다는 걸까요? 0.5점이 높아지면 사람들이 그만큼 행복한가요? 구성원이 행복하려면 0.1점이 올라야 할까요, 0.5점이 올라야 하나요? 조직문화 담당을 하면서 늘 가졌던 의문이었습니다. 사람의 행복감, 조직문화가 좋다는 걸, 숫자로 표현할 수 있는가!!!  


그런 점에서 직접 사람을 만나서 이야기하고 변화를 관찰할 수 있는 코칭은 달랐습니다. 코칭을 하는 한 시간 동안 고객의 에너지가 올라가는 걸 느낄 수 있고 얼굴에 웃음이 피어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조직문화 활동이 박제된 사물이라면 코칭은 생생하게 살아 숨 쉬는 존재를 바로 만나는 겁니다. 고객이 약속한 것을 했다고 보내오는 문자나 카카오톡 메시지 하나에 환호성을 지르기도 합니다. 장기 코칭을 끝내고 고객이 뭔가를 성취해 내면 내 일처럼 기뻐합니다. 회사 일에서 주는 만족감과는 차원이 다릅니다. 성취감의 수준과 깊이는 다를 수밖에 없죠. 당연히 직장 업무에 대해서 좀 심드렁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코칭으로 인해 생긴 변화가 가끔은 단점으로 보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점이 코칭을 하는 이유이기도 하겠죠. 코칭, 정말 마법 같은 순간을 만날 수 있습니다.




이 글은 제가 출간한 "코치나 되어 볼까"의 일부입니다. 책 내용이 궁금하신 분은 다음 글을 참고하세요.

"코치나 되어 볼까?", 전자책으로 출간하였습니다

이전 02화 #06. 코치로서 느끼는 좋은 점, 네 가지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