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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느와르의 완성

by 손명찬


버버리코트를 입고 성냥개비를 입에 문 주윤발.

피아노 줄이 보여도 우아하게 날아다니는 왕조현.

둘이 주연인 영화라면 만사 다 제쳐놓고 보러갔다.



가끔은 아류작들에게 낚이기도 했다.

애매하게 ‘공동주연’이라더니 왕조현이 한 장면 나온!

같이 갔던 친구들과 울분을 토했던 기억이 난다.

나이 들어서도 버버리코트를 입는 날에는

왠지 성냥개비를 하나 물어줘야 할 것 같았다.



‘옛날 성냥’을 만드는 공장은

경북 의성에 한 군데만 남았다고 한다.

한때는 최고의 이사 축하 선물이었다는데,

지금은 추억의 판촉물로 그럭저럭 팔린다.

가업을 이어받은 사장님은 할아버지가 되어 있고

명맥이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본인도 모른다.


Chosun.com(2016.02.22)


그러고 보니 요즘은 버버리 코트도 유행이 아니다.

의류함 속으로 사라진지도 꽤 오래된 듯싶다.

할리우드와 중국을 오가며 대배우가 된 주윤발도 더이상 액션 배우로 살지 않는다.

왕조현도 요즘 뭐하는지 잘 모르겠다.

같이 영화 본 친구들도 거의 연락이 끊어졌다.

나도 예전처럼 추억을 졸졸 따라다니지는 않는다.



*

어른이 되니, 이젠 추억이나 그리움이 나를 따라다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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