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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전쟁 영웅을 낳으신

by 손명찬


갤러그 백만이 넘었다면 우리 세계에서는 달인이었다.

친구들은 하나씩 달인의 경지로 올라갔다.

전자오락 게임에 소질이 없던 나는 그저 구경꾼이었다.



달인의 세계는 대단해서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했다.

당장 외계인이 지구를 침공한다고 해도

이 친구들이면 모두 물리칠 수 있을 것 같을 정도였다.



어느 날, 달인 하나가 갑자기 전자오락을 끊었다.

이유를 묻자 아버지에게 된통 걸렸다는 것이다.


그도 나도 이해가 되지 않은 것은

우리 아지트 오락실에서 아버지를 마주친 적도 없고,

그럴만한 시간대도 아니라는 것이었다.


“이 녀석, 너, 전자오락하지?”

한 마디에 눌려 각서를 쓰고서 용서 받았다고 했다.



그는 금단 현상에 시달렸으나 씩씩하게 참았다.

그러다가 어느 날, 사단이 나고야 말았다.

오락실에 몰래 갔다가 아버지에게 현장에서 잡혀

집으로 끌려와 매를 흠씬 맞았다는 것.



그도 나도 놀라고 불가사의하게 여겼던 것은

그가 버스까지 타고 집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내려

그 동네 오락실에서 게임을 했다는 것이다.



*

달인 뒤에는 초인 아버지가 있었던 모양이다.

8번째 불가사의로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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