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Ⅱ와 2의 차이

by 손명찬


중학교 때 유난히 키가 컸다.

계속 컸다면 좋았으련만, 그때 키가 지금 키다.

황금단추가 달린 검은 교복이 잘 어울렸다.

검은 모자까지 살짝 눌러 쓰면 내가 봐도 멋졌다.

고등학생인 줄 아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러나 중학생인지는 금방 알 방법이 있었다.

중학생은 목 컬러에 아라비아 숫자로 된 배지를,

고등학생은 로마 숫자로 된 배지를 달았기 때문.


Movie-말죽거리잔혹사 중에서


다니던 학교는 고등학교와 건물만 떨어져 있고

같은 운동장과 같은 대문을 쓰고 있었다.

고등학교 등교시간은 중학교 보다 한 시간 빨랐다.


어느 날 아침 일찍 학교 문을 통과할 때였다.

복장검사를 하던 고등학교 선생님이 나를 잡았다.

시간이 일러 중학교 선생님들은 아직 보이지 않았다.



보니 목 칼라에 붙어있어야 할 학년 배지가 없었다.

선생님은 이름을 적으며 무섭게 말했다.

“이 정신없는 녀석 봐라, 늦었으니까 얼른 들어가고

나중에 부르면 지도부로 와. 알았어?”



중학생이라고는 생각도 못한 선생님.

물론, 부르지도, 중학교 건물까지 찾아오지도 않으셨다.

아니다.

용서할 테니, 좋은 말로 할 때 나타나라고

교내 방송을 여러 번 하셨을 지도 모를 일이다.


*

학창 시절,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키 덕을 본 것 같다.

그 다음 해, 두발과 복장이 자율화 됐다.


Movie-엽기적인 그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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