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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을 뚫고 찾아온 당신

by 손명찬


장편 만화영화 ‘로버트 태권V’를

보지 못했으면 어딜 가도 대화에 끼지 못하던 때가 있었다.


어머니가 사촌형과 나를 동네 극장에 보내주셨다.

꿈같은, 꿀 같은 시간이었다.



아쉽게 영화가 끝나고

집에 가려고 일어설 때 사촌형이 한 번만 더 보고 가자고 했다.

망설이다가 도로 앉아 다시 영화를 보기 시작했다.


당시 동네 극장은 좌석제가 아니어서

우리 말고도 두 번 보는 아이들이 많았다.



다시 넋을 놓고 보기 시작했다.

한참 보고 있는데 누군가 바로 앞에 있는 게 느껴졌다.


어머니가 쭈그리고 앉아 나를 마주보고 계셨다.

너무 환하게 웃고 계신 어머니 얼굴.

걱정이 돼서 나를 찾으러 오신 것이었다.

앞에 오래 앉아 계셨다고, 몰랐냐고 하셨다.


어머니는 내 손을 잡고 가면서도 계속 웃으셨다.

덕분에 야단맞을 겨를이 없었다.

그런데 어머니는 나를 어떻게 그리 쉽게 찾으셨나?



*

한석봉과 그의 어머니가 불을 끄고 대결을 할 때

어머니는 어둠 속에서 떡을 써시면서, 웃으시면서,

아들의 엉터리 글씨와 난감한 표정을 다 보고 계셨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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