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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명찬 Dec 19. 2019

담과 벽 인터뷰

어른을 위한 우화

          

세상에 마을과 집이 처음 생겨났을 때 우리들 자부심은 제법 컸더랬습니다. 사람의 평화와 안녕을 위해 세워지고 쌓아올려지니 공들였다는 유명 탑들도 부럽지 않았습니다. 당신이 우리를 불러 처음으로 당신의 집을 짓고는 “밖에서 보면 든든하고 안에서 보면 아늑하다.”고 기뻐할 때 가장 좋았습니다. 게다가 당신과는 예전부터 알고 지내던 사이여서 더욱 좋았습니다. 알고 보면 당신이 늘 디뎠던 흙과 돌들에서 우리가 뽑혀 왔으니까요.     


그런데 당신이 가끔 사용하는 “담을 쌓고 벽을 친다.”는 말이 좋은 뜻이 아닌 걸 알고 놀랐습니다. 우리에게 귀가 있다는 표현도 마찬가지입니다. 이해가 잘 안 됩니다. 높은 벽을 보시거든 ‘안전하겠구나.’, 넓고 기다란 담을 보시거든 ‘담쟁이넝쿨이 좋아하겠구나.’ 여기시면 안 될까요? 왜 우리를 상한 마음의 말로 쓰려고 하시는지요? 왜 하필 장애나 단절을 뜻하는 나쁜 뜻으로 바꿔 쓰시는지요? 진짜 우리 얘기는 아닌 거지요?       


사랑으로 선택받은 기쁨은 오래갑니다. 간혹 오해나 서운한 일이 있어도 진실로 선택된 사실이 바뀌거나 달라지지는 않습니다. 오랜 믿음대로 당신이 ‘우리 집’이라고 부를 때 당연히 우리도 얼른 고개 끄덕입니다. 당신이 안에 있을 때에는 우리는 둥지 모양이, 당신이 밖에 있을 때에는 우리는 성곽 모양이 되어 당신의 집을 지킵니다. 위에서 보거나 좀 떨어져서 보면 더 분명한 모양입니다. 둥근지 네모난지는 그리 중요하지 않습니다.            

*

마음에 있는 담과 벽을 과감히 허물어 보세요.

담과 벽은 당신의 마음에 자신들이 사용되기를 전혀 바라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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