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brunch
브런치북
금빛 종소리 '미얀마'
09화
'사람을 골고루 행복하게 만드는 것'
인레 호수, 수로에서
by
그루
Dec 14. 2015
아래로
"배 수리할 시간이 없어, 오늘은 그냥 다녀와야 해"
찌푸린 아들의 얼굴을 살피며 사내는 오늘도 집을 나선다.
배안의 포대자루 안에 무엇이 들었는지 연신 물에 젖을새라 눈을 떼지 못한다.
집 문 밖에 나서며 입에 문 담배, 불을 붙일 새 조차 없다.
그나마 모터 소리, 시원스레 힘을 내준다.
허리 한 번 펴지 못하고 배 바닥으로 들어오는 물
고개 한 번 들 시간이 없다.
아무리 퍼 내도 물은 그 자리
,
어제보다 물이 더 들어온다.
치열하게 생존을 위해서 사는 삶
인레호수, 수로에서
이들은 누구나 그렇게 살아간다.
우리가 눈만 뜨면 다가오는 상대적인 빈곤을 못 느끼며 살아간다.
혹자는
정치는 방법이 아니라 '사람'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사람을 골고루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 바른 정치라고...
그것이 정치라면 미얀마의 현재 정치는 긍정적이다.
교리를 외우는지 진지하다. 장사는 뒷전
관광객들이 오고 가는 수공예품을 파는 가게 앞, 좁은 수로
내가 수없이 접었던 종이배를 닮은....
흙탕물이 솟아나는 수로 바닥에 노 하나 기대어
목각인형 팔러 온 인따족 처녀
오고 가는 사람들에겐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연신 책을 보았다 눈을 감았다 하며 입을 되뇐다.
동글동글한 미얀마 글씨 가득한 그녀의 책
그녀 옆의 목각인형들
내일 다시 가게 앞자리를 지키겠지.
아내를 앞에 두고 젊은 부부가 내가 탄 배, 내 옆을 지나간다.
관광객들은 그들과 공존하는 삶을 사는 사람들일 뿐
미얀마 사람들은 강한 배척도 과한 환대도 안 하는 몸짓이 몸에 배어있다.
그래서 미얀마 여행은 마음의 짐이 가볍다.
옷 색깔이 눈에 띄어서일까
자꾸 그들에게 마음이 꽂힌다.
뒤에서 사진을 찍다가 남자의 서글서글한 눈과 마주쳤다.
도둑질하다 들킨 것처럼 멈칫하다가 눈웃음을 지었다.
순간 침묵
슬로우 모션으로~고개를 돌리는 남자의 등을 보며
가슴이 서늘해졌다.
목마를 탄 손을 흔들어 주는 귀여운 소녀의 미소를 따라가다가 마주친
제법 진지한 꼬마조사
뒤로 제친 모자와 바구니
학교 파하고 또르르 달려와
늘 와서 물고기를 잡는 곳
어제는 빈 바구니, 오늘은 좀 채워야 누이에게 체면이 서는데...
숨 죽이며 가느다란 대나무 낚싯대를 기울이는 꼬마 조사님
어떤 눈먼 고기 낚여서
아이 입가에 미소 짓게 해줄까
keyword
인레
미얀마여행
호수
Brunch Book
금빛 종소리 '미얀마'
07
흔들리는 햇살 속, 금빛 종소리
08
사람을 만나다
09
'사람을 골고루 행복하게 만드는 것'
10
미얀마의 아침
11
굴렁쇠 소리 따라오는 ......
금빛 종소리 '미얀마'
brunch book
전체 목차 보기 (총 21화)
댓글
댓글
0
작성된 댓글이 없습니다.
작가에게 첫 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브런치에 로그인하고 댓글을 입력해보세요!
멤버쉽
그루
여행 분야 크리에이터
<지중해 블루> 출간작가
한동안 그림을 그리며 살았지요. 지금은 사진을 찍고 글을 씁니다.
구독자
1,588
팔로우
월간 멤버십 가입
월간 멤버십 가입
이전 08화
사람을 만나다
미얀마의 아침
다음 10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