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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루 Aug 19. 2016

튀니지안 블루

# 튀니지 - Sidi Bou Said


Sidi Bou Said   

 

엘젬을 다녀오니 살짝 늦은 오후가 되어버렸다. 시디 부 사이드를 튀니스 교외로 가는 기차인 TGM을 타고 갈 생각이었지만 여유를 부리기에는 시간이 너무 가버렸다. 그래도 서두른다면 시디 부 사이드에 가서 일몰을 보고 돌아올 수 있는 시간이다.


시디 부 사이드는 튀니스 북쪽 20km 지점에 위치한 지중해를 끼고 있는 언덕 마을이다. 호텔 앞에서 택시를 타니 마을 언덕 기슭에 내려준다. 바다를 바라보는 언덕에 앉아있는 마을을 보니, 생의 마지막을 이 땅에 의탁했던 부 사이드Bou Said(1156~1231)의 뛰어난 안목이 새삼 느껴진다.  

Bou Said는튀니지의 이슬람 대학자로, 당시 이곳 이름이었던 Jabal el-Menar에  성소를 짓고 여생을 보내다가 1231년 그 자리에 묻혔다. 이후 그의 묘를 순례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찾으면서 마을을 이루어 살기 시작했다. 18세기 이후 길이 만들어지면서 귀족과 부호들의 별장들이 하나둘 생기기 시작했다.


소설가 앙드레 지드가 자주 찾았던 곳이며, 아름다운 마을에 반해 폴 클레Paul Klee(1879~1940), Gustave Henri Jossot(1866~1951), 요절한 독일 화가 August Macke(1887~1914), 스위스의 스테인드글라스 디자이너인 Louis Moilliet(1880~1962) 등의 작가들이 모여들었던 곳이다.


블루와 화이트로 상징되는 시디 부 사이드의 풍광은, 1920년, 폐가 좋지 않아 이곳에 정착한 프랑스 화가 Rodolphe d’Erlanger(1872~1932)가 튀니지 건축가에게 의뢰해 10년에 걸쳐 집을 짓고 튀니지안 블루와 흰색을 주조로 꾸며나가기 시작한 것이 시작이다. 그의 집 정원에서 바라보는 풍경이 압권이라는데, 현재 그의 집은 지중해 아랍 음악센터 Ennejma Ezzahra가 되었다.


오른쪽에서 두번째 보이는 집이 지중해 아랍 음악센터 Ennejma Ezzahra


여행을 다니다 보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침략하여 남의 땅을 수탈한 국가는 말할 것도 없거니와 강도와 같은 나라를 등에 업은 가해국의 주민들이, 너무나 쉽게, 때로는 거저, 경치 좋고 살기 좋은 남의 땅에 와서 지병을 치료하거나, 영감을 얻거나, 여생을 보내거나 하는 짓거리들을 보면, 울컥 치밀어온다. 그 사람이 파울 클레이거나, 시몬 드 보부아르이거나, 앙드레 지드라 할지라도....

비록 내 나라는 아니지만 상식적인 마음속에서는 용납이 안 되는 것이다. 아름다운 Rodolphe d’Erlanger의 집도 반갑게 받아들일 수만은 없는 수탈자의 얼룩이다.



메인 도로 옆을 관찰하면서 걷다 보면 정원이 예쁜 작은 박물관도 있으며, 앙드레 지드가 자주 들렀다는 카페 데 나트는 내부에 돗자리natte가 깔려 있는 아랍식 카페로 입구의 안달루시아풍의 말굽 아치가 눈길을 끈다. 카페를 옆에 끼고 오른쪽으로 접어들면 그 유명한 밤발루니Bambalouni(커다란 둥근 도넛) 가게다. 갓 튀겨낸 도넛을 설탕에 바로 굴려 주는 데, 언덕을 올라갈 때 한 개, 내려올 때 한 개, 변명 같지만 맛보다는 재미로 사 먹게 된다. 사람들이 누구나 지나다니는 좁은 길목에 있어서 장사하나는 끝내주겠다.



카페 데 나트
기념품가게의  튀니지의 상징인 타니트(치마입은 사람모양)와 물고기 문양
튀기자마자 없어지는 밤발루니
푸른 창과 부겐베리아

  

한 때는 샹송의 무대로도 유명한, 많은 명사들의 흔적이 남아있는 언덕 끝에 있는 카페 샤반느, 지금은 카페 데 델리스Cafe Delices로 이름이 바뀐, 바다를 향한 카페로 젊은이들은 옛 영화와 그들의 흔적을 찾아 들어온다. 아래를 보면, 겨울이어서 조금은 쓸쓸한 요트들이 정박해 있는 항구와 오른쪽으로 해수욕장이 보인다. 바가지요금만 조심한다면, 푸른색 의자에 앉아 해가 지는 지중해를 바라보는 낭만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맛도 맛이지만 잣이 가득 들은 민트 티는 잊을 수가 없다.


카페 데 델리스
카페 데 델리스의 민트 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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