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과 물, 시간이 만들어낸...

광시广西 - 資原현 八角寨(빠지아오짜이)

by 그루

八角寨(빠지아오짜이)


八角寨(빠지아오짜이)는 랑산 팔각채 풍경구에 속하며 후난성과 광시좡족자치구 경계에 위치한다. 원래의 이름은 윈타이산으로 8개의 빼어난 봉우리 때문에 八角寨팔각채로 더 많이 알려져 있으며 광시성에 속한다. 중국 단하지형으로 유네스코 자연유산에 포함된 곳은 이곳(후난성의 崀山은 광시성의 팔각채를 포함한다.)을 포함해 광동성의 丹霞山(단샤산) 푸젠성의 泰宁(타이닝) 저장성의 江郞山(장랑산) 구이저우성의 赤水(치수이) 장시성의龙虎山(룽후산) 6곳이다.


처음에는 확실한 여행 계획에 없던 곳이어서 무리가 되지 않나 생각했지만 내가 팔각채를 보러 이곳에 다시 올 수는 없을 것 같아(늘 이런 생각이 무리를 가져온다.) 하루를 팔각채 가는 것에 사용하기로 했다. 그런데 호텔의 투어데스크에도 하루에 다녀오는 프로그램이 없다. 하지만 중국에서는 어디든지 일명 빵차라 부르는 허가받지 않은 대절 차와 협상이 가능하다. 호텔 투어데스크의 소개로 資原현에 있는 팔각채와 천문산을 함께 보기로 하고 빵차 기사와 이른 아침 6시에 만나기로 하였다.


구이린에서 북쪽으로 약 140Km, 후난성과의 경계까지 올라간다. 30분이나 늦게 나타난 기사 때문에 로비에서 비몽사몽하던 아침잠이 달아나버렸다. 아침 6시 30분경 출발해서 資原Ziyuan까지는 약 3시간, 資原시내로 들어오니 대나무 모양의 가로등이 눈에 들어오며 도심의 느낌이 밝다.


하지만 곧 나올 것만 같은 팔각채는 어두운 산골마을로 천천히, 끝없이 들어간다. 뭔가를 끝없이 요구하는 기사는 한없이 서행을 하며 시간을 끈다. 나중에야 안 사실이지만 이유를 만들어 돈을 더 받고 싶었거나, 다음에 가기로 한 천문산이 귀찮아서 가고 싶지 않았던 것, 이른 점심시간 즈음에서야 인적이 없는 팔각채 주차장에 도착했다.

주차장은 동네에서 가이드를 하는 아주머니들만이 서성이고 있고 차 한 대 없이 휑하다. 산악지형이어서인지 날씨는 확실히 추워지고 도착하자마자 후드득 떨어지는 빗방울은 참 난감했다. 여행만 가면 날씨 운 하나는 기가 막히게 따라주는데 뭐지! 원래의 산 이름이 운태산이니 구름이 많은 산답게 늘 비가 자주 내리는 곳인 것은 분명하다.


밥은 나중에, 날씨가 날씨인 만큼 어렵게 왔으니 배낭에 가져온 약간의 간식을 믿고 일단은 올라가고 봐야 했다. 중국에 올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일 년 내내 비가 많은 중국 서남부 여행에서는 방수가 되는 재킷이 많은 도움을 준다. 가이드 아주머니의 산행 가이드 비용은 100원이라고 한다. 가이드 아주머니는 얇고 가벼운 캔버스 운동화로도 미끄러운 바위 길을 잘도 올라 다니신다.


매표를 하고 산행을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 그러면 그렇지, 어느새 비는 그쳤다. 중국의 산에 있는 흔한 잔도는 기본이고, 벌써 엄청난 볼륨의 바위들이 자태를 드러낸다. 날씨는 흐리지만 단하지형의 전형적인 자태를 볼 수 있어서 다행이다. 머리들이 현대적인 녹색의 헤어스타일을 한 기묘한 거인들이 서 있는 것 같기도 하다. 티켓에 있는 설명에는 ‘단하지형丹霞地形 의 혼’이라고 쓰여 있다. 중국인들도 이 바위들을 생명이 있는 거인으로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다.


단하지형이란 땅의 융기와 풍화작용 등을 통해 붉은색 사암이나 역암이 오랜 시간 바람과 물에 깎이면서 단독의 봉우리나 기암괴석이 된 것을 일컫는다. 광동성에 있는 단하산丹霞山의 이름을 따서 만들어진 지형의 이름으로 ‘붉은 노을’이라는 지형의 이름은 퍽 낭만적이다. 단하지형은 중국 내에 널리 퍼져있지만 이곳은 광시지역에서 유일한 단하지형이다.



바람과 물, 시간이 만들어낸 생명체 같다.
바위는 수직으로 수백미터까지 솟아있고, 땅은 풍화된 붉은 사암의 퇴적물로 매우 붉다.
용잡이 잔도


8개의 봉우리들이 높지는 않지만 봉우리마다 올라갔다 내려가기를 반복해야 한다. 팔각채 쪽만 돌아본다면 2시간에서 3시간 정도가 걸린다.

늦은 점심을 資原시내까지 나와서 먹었다. 운전기사는 돈을 더 뜯어내고 싶은 욕망을 끝까지 버리지 않는다. 하지만 그의 한 가지 목표는 달성했다. 너무 늦어지는 바람에 가려고 한 천문산은 패스하고 구이린으로 돌아왔으니.


그래도 거인의 형상을 한 팔각채의 봉우리들이 눈앞에 아른거리는 것을 보면, 다녀오길 참 잘했다. 근처에 있는 천문산과 바오딩 폭포, 남성적인 강이라는 資江쯔강은 못 봤지만 잘 생긴 팔각채는 봤으니 최소한의 목적은 달성한 셈이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