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키는 바쿠에서 325km 서북쪽에 위치하며 아제르바이잔의 가장 오래된 도시 중의 하나다.
가는 길목에 위치한 디리바바 영묘와 아제르바이잔에서 가장 규모가 큰 모스크인 주마 모스크를 볼 수 있었다. 디리바바 영묘는 14세기 수피파의 성자였던 디리 바바의 묘에 작은 모스크까지 있는 작지만 건축술이 독특한 문화재이다. 건물의 비례 상 넓은 부분을 차지하는 빛창살이 아름답다.
주마 모스크는 748년에 건축되었으며 1859년과 1902년의 대지진으로 파괴되었다가 2010~2013년에 복원되었다고 한다. 결코 화려하지 않은 크림색에 가까운 베이지톤의 색을 지닌, 오래된 원래의 돌과 새 돌이 적절히 조화를 이루며 서둘러 치장하지 않은 아제르바이잔만의 품격이 있는 모스크가 멋지다.
한국교회의 여름 성경학교처럼 이슬람도 쿠란학교가 있나 보다. 방학을 이용해서 아이들이 도란도란 쿠란을 공부하고 있었다. 귀에 들어오는 선생님의 말소리보다 지나가는 낯선 이에게 더 눈길을 주는 귀여운 아이들, 어느 곳이나 아이들은 그 나라의 힘과 미래며 얼굴이다.
바쿠에서 셰키가는 길, 차창밖으로 보이는 카프카스의 능선들과 골짜기
디리바바영묘의 아름다운 빛창살, 촬영을 즐기던 소년
주마모스크의 회랑
셰키 캐러밴 사라이 Caravanserai
셰키에 도착해 18세기 셰키칸(한)국 시기에 지어진 캐러밴 사라이에 짐을 풀었다. 캐러밴 사라이를 개조한 숙소에 머무는 경험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어 캐러밴 사라이의 방이 몹시 궁금했었다. 오후 3시가 다 된 한낮인데도 방안에 들어서니 제법 시원하다.
길쭉한 공간을 거실과 화장실과 욕실, 안쪽은 침실로 세 공간으로 나누었다. 최소한의 있을 것만 있는, 벽은 원래 지어진 그대로, 돌과 모르타르로 된 벽체가 그대로 드러난다. 뭘 더 바라겠는가, 이 곳에 머무는 경험을 하는 것만으로도 감지덕지, 게다가 물이 잘 나오는 화장실과 욕실도 같이 있다.
이 곳은 여관이기도 하지만 유적지이며 박물관이기도 하다. 그래서 각종 행사나 촬영이 수시로 이루어지는 곳, 그러므로 일반 호텔처럼 로비나 정원에 빨래를 말릴 수도 없을뿐더러 음식물에서 나는 진한 냄새도 자제해야 한다고 한다.
이 곳에서 머무는 이틀 동안 빨래는 다 했다 생각했지만 땀으로 범벅을 하고 들어와서는 빨래를 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극도로 건조한 날씨로, 거실에 걸어둔 빨래는 밤이 되기도 전에 보송보송 말라버렸다.
캐러밴 사라이의 침실
카프카즈 알바니아 왕조와 셰키 칸국
바쿠에서 325Km 떨어진 실크 생산지로도 유명한 셰키 Sheki 는 카프카스산자락에 위치한 곳으로 1세기경에는 카프카스알바니아 왕국에서 가장 큰 도시들 중의 하나였으며, 아랍 세력의 침략 이전까지는 정치 경제적으로 가장 중요한 지역이었다고 한다.
생소한 이름의 ‘카프카스 알바니아왕국’은 아제르바이잔의 고대왕국이었으며 아드리아해에 위치한 발칸 알바니아와는 전혀 관계가 없다. '발칸 알바니아'와 구분을 하기 위해 '카프카스 알바니아'라고 부르는 아제르바이잔 땅에 있었던 초기 고대국가이다. 그래서 현재의 아제르바이잔은 카프카즈 알바니아 왕조에서 그 뿌리를 두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중세시대에는 카프카스에 있던 가장 강한 국가 중의 하나이기도했던 셰키는 1743~1819에는 셰키칸국Khanate of Shaki의 수도였다. 실크로드 상에 중요한 거점 도시이기도 했으며 셰키칸국 시대에는 엄청난 부를 누렸다. 칸의 여름왕궁 바로 아래에 대형 캐러밴 사라이가 있었던 것은, 왕궁의 영향력 아래 캐러밴 사라이가 있었다는 증거이다.
셰키칸국 왕의 여름집무실로 사용된 왕궁은 못 하나 쓰지 않고 지은 건물로 1762년 건축 당시 40여 동의 왕궁이 있었다고 전해진다. 지금 남아있는 몇 동의 건물들은 뮤지엄이나 기념품 샵 등으로 사용되고 있었다.
아름다운 스테인드글라스 문양이 유명하며, 이란 왕조의 영향을 받았지만 셰키칸국만의 문양으로 발전시켜 표현한 섬세한 내부의 장식과 외부의 타일 장식은 매우 가치가 있어 보였다.
왕궁보다 더 오래된 1530년에 심은 높이 34m의 잘생긴 플라터너스는 왕궁만큼이나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것 같았다.
셰키칸국의 여름 왕궁
왕궁앞에 있는 1530년 태생 플라터너스
왕궁 옆에 위치한 특별한 느낌의 둥근 돔을 가진 박물관으로 들어가려고 하니 키시 알바니아교회 티켓이 있으면 된다고 한다. 가까이 있는 칸 왕궁의 티켓이라면 몰라도 멀리 떨어진 키시알바니아 교회의 티켓이라니, 처음에는 어리둥절하였다. 다행히 키시알바니아 교회를 다녀온 티켓을 가지고 있었다. 알고 보니 박물관 건물은 6세기 지어진 카프카즈알바니아교회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