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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아래 첫 마을

# 우쉬굴리

by 그루

우쉬굴리Ushguli는 메스티아에서 46Km, 가는 길은 대부분 비포장 길이다. 메스티아에서 고개를 넘어가는 길, 메스티아의 지킴이 우쉬바 산은 잘 다녀오라는 듯 하얀 설산의 모습을 반짝 보여준다.

깊은 절벽 밑으로 흐르는 빙하협곡이 있는가 하면, 빙하가 녹아 흘러내리는 물로 땅은 질척거리고 차 한 대만 겨우 지나갈 수 있는 길이 다반사다. 우쉬굴리에 가기 전, 길이 험해서 지프로도 가는 길이 만만치 않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이해가 간다. 여름과 초가을 외에는 오고 가는 길이 여의치 않겠다 싶다.

산동네 메스티아에서도 훨씬 떨어진 곳이며 오지 중의 오지마을 우쉬굴리는 스바네티지역에 속한다. 게다가 마을 뒤에는 카프카스 산맥에서 세 번째로 높은 고봉이며 조지아에서는 가장 높은 산인 시카라Shkhara mountain(5,201m)이 넓은 가슴으로 마을을 굽어보고 있다.

일 년 중 절반 이상이 눈에 덮여 있는 곳, 우쉬굴리는 해발 2,410미터에 위치하며 조지아에서 가장 높은 마을이다. 두 개의 강이 만나는 지점에 4개의 마을이 형성이 되어있다고 하는데, 내가 보기는 강이 아니라 두 개의 계곡물이 만나는 지점이다. 수량이 많고 계곡이 깊어 Enguri댐도 있다.

마을을 품은 Shkhara mountain
계곡의 스타네티안 타워

주차장에서 왼쪽 아래 마을길을 통해서 시카라산 쪽으로 올라가니 빙하 물은 8월에도 여전히 마을길을 적셔주고 있다. 오래된 마을의 누추한 집들에 비해 ‘커(코)시키’는 위용을 뽐내듯이 서 있고 점판암과 돌을 두껍게 쌓아서 만든 집들의 창은 추위에 최대한 노출되지 않도록 매우 작다.

아랫마을에서는 몇 년 전 지진으로 집들이 다 무너져 내려 고향을 떠난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하지만 집은 무너졌어도 스반타워인 ‘커시키’는 그대로 남아있다. 이는 커시키의 튼튼함을 증명하고도 남는 일이다.


점판암의 지붕
Shkhara산이 보이는 마을 길과 스반타워

마을을 가로질러 살짝 오른쪽으로 꺾어져서 올라가면 교회가 있는 동산이 나온다. 조지아에서는 마을의 가장 높은 곳에 교회를 짓는데 이 곳에서도 예외가 아닌 듯하다. 12세기부터 그 자리에 있었다는 교회는 넓은 울타리만 아니면 스반 타워가 있는 그냥 보통 마을의 집과 흡사한 모양이다.

교회가 있는 언덕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면 마을 전경이 내려다보이고 위를 올려다보면 웅장하면서도 포근해 보이는 시카라 설산이 자태를 나타낸다. 이런 시간을 행복한 순간이라고 해야 하나, 야생화가 지천인 동산에 앉아 아무것도 부러울 것이 없으니 엉덩이가 일어날 줄을 모른다. 드라이버와 만나기로 약속한 시간만 지키면 될 터였다.


마을의 교회
교회가 있는 언덕에서 내려다 본 마을


내려오는 길, 주차장 윗길로 내려오다 보니 게스트하우스도 있고 트레킹 관련 일을 하는 곳도 보인다. 70여 가구 200여 명이 사는 이 마을에는 학교도 있고 작지만 박물관도 있다.


내려와서 드라이버가 안 보여 주차장 아래의 카페에 뭐라도 먹을 것이 없나 하고 들어가니 박물관에 있어야 할 조지아 통치자의 문장이 새겨져 있는 의자가 카페에 들어앉아 있다. 어떻게 여기 있을 수 있을까 생각했지만 사실 스바네티지역은 중세시대 각종 공예 및 회화가 발달했던 지역이었다. 지금도 마을의 집들을 기웃거리면 박물관에 있어야 할 공을 들여 조각한 멋진 문들이 집을 장식하고 있는 것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커피를 마시고 앉아있으니 마을 소년 하나가 안장도 없는 말 등에 휙 하고 올라타더니 쌩 하고 가버린다. 소년이 너무 부러웠다. 난 이렇게 본능적으로 원시적으로 사는 모습을 보면 정말 부럽다. 이곳에는 말이나 나귀들을 타고 다니는 사람들이 많은데, 여행자들이 돈을 지불하고 타기도 하지만 주민들도 주로 나귀나 말을 타고 이동을 한다.


메스티아로 돌아오는 길은 가는 길과 오는 길이 조금 다른 듯 들어갈 때보다 시간도 더 걸리고 차가 더 힘들어한다. 차가 힘드니 당연 차 안의 나도 힘들다. 메스티아의 따끈한 빵도 그립고 멋진 풍경도 지루해질 즈음 드라이버가 물을 마시는 내 물통을 보더니 차를 세운다. 내려서 물을 채우란다. 마시던 물을 버리고 물을 채워 마셔보니 시원한 데다가 살짝 달달하면서 탄산이 톡 쏘는 보르조미 샘물 맛이다. 눈만 조금 돌리면 맛 좋은 물을 마실 수 있는 조지아에서는 몸도 마음도 건강해지는 것 같다.


우쉬굴리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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