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구여서일까, 뮤지엄 오픈하는 시간이 느긋한 것도 좋지만 11시로 매우 늦다. 덕분에 해변공원을 어슬렁거리며 사진 전시회를 볼 수 있었다. 사진의 내용을 보면 예술사진도 있지만 우리와 똑같이 이 곳 사람들도 세계정세에 민감한가 보다. 대부분 메시지가 있는 사회 참여적이며 현실적인 사진들이다.
바투미가 살아있다는 것을 느낀다.
바다로 향한 바투미 해변공원
대머리 아자리안 아저씨와 어시장
뮤지엄의 맞은편에서 택시를 타는데 어시장까지 가는데 5 라리란다. 바투미는 물가가 다른 곳에 비해 높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의외로 택시비가 저렴하다. 오케이 하고 어시장에서 점심을 먹을 것이라고 했더니 걱정 말라고 한다. 케이블카 타는 곳을 지나 북쪽으로 조금 가서 내리니 드라이버 아저씨는 10 라리를 달라고 한다. 10 라리에 흥정을 했대나, 어이가 없어서 그냥 바라보고 있었더니 자신은 아자리안이어서 거짓말을 안 한다고, 아자리안임을 강조한다. 어차피 다른 차를 타도 10 라리는 받는다고 생각을 하고 10 라리를 주었다. 미안한 마음에 안내를 해야 하겠다고 생각했는지 계속 따라다니면서 참견을 한다.
이 곳을 누가 시장이라고 생각할까 할 정도로 아주 작은 어시장이다. 고개를 갸우뚱하며 기웃거리니 정말로 바다 냄새가 난다. 안으로 들어가면 제법 종류별로 어물전이 형성이 되어있는데 시장 치고는 작지만 있을 것은 다 있다.
어시장 풍경
'쏙'은 쪄 준다.
홍합을 구입을 하면 한쪽에서 깨끗하게 정리를 해 준다. 그것을 가지고 조리하는 곳에 가지고 가면 기본 세팅이 되어있는 룸에서 약간의 음료나 샐러드를 시키면 찌거나 삶거나 튀기는 방법으로 조리를 해 가지고 온다. 너무 큰 생선은 혹시 덜 익을 수도 있으니 적당한 크기의 생선을 가져다주면 먹음직스러운 생선 요리로 변신하여 내온다. 서울의 노량진 수산시장만큼 넓지 않아서 동선이 짧고 시스템이 깨끗하고 편하다.
홍합 2kg과 작은 크랩처럼 생긴 ‘쏙’하고 ‘돔’을 시켰는데 몸집이 한국홍합(섭) 보다 작은 홍합은 자연산 홍합을 먹을 만큼 먹어봤던 내가 느꼈던 최고의 맛이었다.
우리를 따라다니다가 룸에까지 따라 온 드라이버아저씨에게 같이 먹자고 하니 ‘홍합’과 ‘쏙’은 자신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단다. 우리만 먹는 것도 그렇고 해서 돔을 하나 다시 시켜왔더니 먹는 방법까지 알려주면서 자알 드신다. 아자리안 드라이버아저씨는 끝내는 아르고 케이블카 타는 곳까지 우리를 태워다 주고 아듀를 고했다.
어이없는 것 같지만 생각하면 그래도 퍽 귀여웠던, 끝까지 자신은 아자리안이라고 엄지를 척 치켜세웠던 바투미의 드라이버 아저씨를 잊지 못할 것이다.
튀겨온 '돔', 홍합은 먹기 바빠서 사진이 없다.
바투미는 아자리야(Ajara) 자치 공화국의 수도이다. 아자리야 자치 공화국은 터키와 흑해를 접하고 있는 조지아의 자치공화국으로 바투미는 경제적으로 윤택하며 활기에 넘치는 조지아 최대의 항구도시이다. 공화국 주민의 대부분은 조지아인(93%)으로 구성이 되어있지만 17세기 이후(1614년~1878년) 오스만 튀르크의 지배를 받으면서 이슬람교를 받아들였다. 조지아에서는 조지아인이지만 종교적으로 소수에 해당하는 이들을 아자리야인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시내를 다녀보면 조지아교회는 물론 가톨릭 교회도 있고 모스크도 있어 종교적으로는 매우 자유로워 보였다.
바투미의 중심 광장
초현실적인 거리의 설치물, 거리풍경이 자유롭다.
러시아의 비호 아래 전권을 휘두르던 독재자 아바시제는 2004년 5월, 부패와 독재에 항거하는 아자리야 주민들의 시위와 조지아 정부의 노력으로(대통령 샤카슈빌리) 러시아로 망명했으며, 2007년 아바시제를 비호하기 위해 주둔하던 러시아군도 철수하여 지금은 사실상 조지아 정부의 지배권 안으로 들어온 자치공화국이 되었다.
바다에서부터 먼 산까지 이어지는 아르고 케이블카는 흑해의 정취를 느끼기에 안성맞춤이다. 바투미의 전망을 볼 수 있는 최고의 장소인 것 같다.
비치에서... 알렉산드리아의 등대를 모티브로 해서 디자인 했다는 쉐라톤 호텔
흑해, 물의 온도는 물놀이 하기에 적당하고 구름은 해를 가려주니 좋다. 뾰족한 흰색 건물은 알파벳타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