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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아나뭐하나 Mar 08. 2023

소득차별 같은 인종차별, 인종차별 같은 소득차별

미국이라고 다를 것 없는 철옹성 같은 '학군지'의 벽

이곳에 온 지 반년이 넘어가니 이제 여기 엄마들과 하는 이야기의 주제나 깊이가 달라진다.

지금까지가 서로를 탐색하고 서로 다름을 신기해하는 과정이었다면 이제 내가 이 동네 문화에 녹아든 만큼 진솔한 이야기를 나누게 되고, 이 동네의 '민낯'을 마주하게 되는 경우가 왕왕 생긴다.


우리가 사는 동네는 크게 나누어 보자면 북쪽과 남쪽으로 나뉘어 남쪽에 평이 좋은 공립학교나 여러 사립학교가 자리 잡고 있다. 소위 말해 '학군지'다. 반면 북쪽에는 학교 평가에서 좋은 점수를 받은 학교가 남쪽 학교들보다 적다. 소득 수준도 그에 비례한다. 마치 우리나라 강남, 강북 같은 느낌이다. 방과 후에 아이가 다니는 학원들도 모두 남쪽에 위치하고 있다.


처음에는 우리야 뭐 단기로 이곳에 왔고, 아이가 엄마 케어받으며 한국에서 보다 좋은 자연환경에서 뛰어놀며 자유롭게 놀기 바라는 마음이라 그런 것에 크게 관심이 가지 않았다. 그러나 생각보다 아이가 빠르게 적응하고 아이 친구 가족들, 이 동네 이웃들과 생각보다 많이 가까워지면서 자연스럽게 이방인으로서는 너무 많은 것을 알게 된 느낌이 들었다.


우리 집은 북쪽과 남쪽 경계에 있는데, 놀이터를 가도 북쪽으로 가면 흑인 아이들이 대다수고 남쪽으로 가면 백인 아이들이 대다수다. 대다수라기보다 거의 100%다. 참 신기한 곳이다. 아시안이 잘 없는 동네라 우리는 어느 동네를 가나 도드라져 보이기는 한다. 어느 여름날은 스플래쉬 패드가 있는 물놀이 놀이터에 갔는데 그곳 아이들이 우리 남편을 신기하게 쳐다보며 다가와서 "Are you a batman?"이라고 물은 적도 있다.


우리 아이 반에는 인종이 다양하게 섞여있는 편이고 나는 그 부분이 좋았다. 아이가 미국 문화를 경험하며 다양성에 자연스러워지길 바라는 마음도 있었고, 또 어느 한 인종이 너무 독점적으로 많으면 인종차별 문제에도 쉽게 노출될 수 있겠다는 걱정도 있었다. 그런데 종종 아이 반 친구들 생일 파티에 초대받아 가보면 얘네가 정말 잘 안 섞이는구나...라는 것을 쉽게 알아챌 수 있었다. 친한 친구들에게만 초대장을 보낸다는 이유가 있긴 했지만 나는 그 묘한 갈라침을 느낄 수 있었다. 


우리 아이와 친한 반친구 엄마와 어느 날 커피를 마시면서 조심스럽게 이런 이야기를 꺼냈더니 자기도 그렇게 생각한다며, 그래서 곧 있을 아이 생일에 적어도 초대장은 모두에게 보낼 생각이라고 대답했다. 


속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는 사이가 된 그 엄마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지금 보내고 있는 유치원을 졸업하면 어느 학교를 보낼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졌다. 당시는 여러 공립, 사립학교의 오픈하우스 시즌이었다. 나는 1년 후에 한국으로 다시 돌아갈지 아니면 연장을 할지 고민하고 있던 시점이라 적극적으로 학교에 대해 알아보지 않았지만 주변 많은 엄마들이 여기저기 상담을 다니고 있었다. 


남쪽에 사는 많은 엄마들은 공립을 보낼 예정이라고 했고, 북쪽에 사는 엄마들은 사립학교를 알아보았다. 소위 말하는 '학군지'에 사는 엄마들은 굳이 비싼 돈을 내고 사립을 보낼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었다. 그럼 차라리 남쪽에 살면서 공립을 보내면 되지 않겠냐 싶지만 집 값 차이가 엄청나다. 


"알잖아, 위 쪽에 학교들 어떤지..."


집에 돌아오는 길에 그 엄마의 말이 맴돈다. 

소득차별 같은 인종차별 같은 그 말.

그렇지만 내 새끼를 위해 뭐가 최선일까를 머리 싸매고 고민하는 엄마의 말.

풉. 하고 한숨 섞인 웃음이 나온다. 묘한 기분이다. 


한국으로 돌아갈 내 입장에서는 이상하게 묘한 위안이 된다. 

세상 어디나 똑같구나 싶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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