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와 나방'에 관하여

연상연하 짝꿍의 마흔한 번째 편지

by 브라이스와 줄리

줄리 안녕, 이번에도 내가 먼저

편지를 보낸다.


줄리는

'나비'와 '나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


지금까지 난

나비는 곤충,

나방은 해충이라고 생각했어.


그런데 최근에 한 기사를 통해 접한

나방에 대한 시를 읽고 찾아보니

나방은 그냥 나비와

몇 가지 차이점을 가지고 있는,

같은 분류에 속하는 곤충이래.

큰 차이 하나를 꼽자면

나비는 낮에, 나방은 밤에

주로 이동을 한다는 것.


나방은 그냥 생긴대로

나비처럼 열심히 사는 그런

곤충이었다는 거야.


한 번 생각을 해봤어.

나처럼 나방을 나쁜 존재, 기피할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을까 하고 말이야.


어쩌면 그 원인은

우리가 어렸을 적부터 입버릇처럼 부른

"나비야~ 나비야~ 이리 날아 오너라.

호랑나비, 흰나비, 춤을 추며 오너라."

라는 노래를 배우면서부터 아닐까 싶어.


나비는 좋은 것,

나방은 나비만큼은 아닌 존재라고 말이야.


종종 나는 두려움에 빠지곤 해.

나도 어서 나비처럼 피어나서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고

세상에 좋은 영향을 끼치는 사람이

되겠다며 열심히 살고 있지만

나방으로 머무르지 않을까 하고.


줄리는 그럴 때마다

"아무도 네게 나방이라고 한 적 없어"

"설사 네가 나방이라고 한들,

네가 행복하면 된 거야'

라고 위로해줬지. 고마워.


줄리의 그 따뜻한 진담과 더불어

나는 그 기사에서 읽은

<나방>이라는 제목의 시를

통해 다시 한 번 위로를 얻었어.

그리고 나방은 해충이 아니라는

'팩트' 또한 힘이 됐고.


요 며칠 고민한

'나비와 나방'에 대해 생각하면서

내가 느낀 건

둘 다 괜찮은 존재라는 것.

그리고 줄리의 말대로

둘 다 각자의 행복을 누릴 줄 안다면

성공했다는 것.


줄리 말대로

남들이 강요하는 '나비'가 되겠다고

발버둥치지 않을게.

시에서 시인이 노래한 것처럼

우리의 탄생은 패배가 아니니까.


나 방

   조기영


어둠의 미로에서

이슬의 출산을

기다리는 밤


하늘 엉덩이는

앞산 천장까지 내려와

꽃을 잉태한 여인처럼

달을 토해내는데


밤마다 달빛을 이다

허리가 휜 골목에서

나방이 가로등을 두드려

낮으로 들어가려 하네


밤은

고향은

실패가 아닌데


너의 탄생이 패배가 아니듯


가지마라

나방


p.s 참고로 시인은 KBS 고민정 아나운서의

남편이시기도 해.

아내는 그의 시를 읽으며

삶의 위로를 얻었고.

그리고 그걸 다른 사람들고 함께 나눴지.

참 부러운 관계야, 그치?


브라이스에게

답장이 늦었지? 미안해 흑흑.

이번에도 한글자 한글자에

꾹꾹 눌러 담은 네 진심이

느껴지는 글이었어.


며칠 전에 저녁을 먹다가

(일면 '나주곰탕 선언')

곰탕을 앞에 두고서

세상 진지한 얘기들을

오랫동안 나누었지.

남들이 보면

전쟁에라도 출전하는 사람마냥

비장하고 진지하게.


그때 우리가 나누었던

얘기 중 하나가

아무도 너를 나방이라고 생각하거나

나방이라고 말하지 않았다는 거,

어쩌면 그건 너 스스로가 만든

굴레일지도 모른다는 거였지.


분명 지금 그런 생각들이 들수밖에

없는 시기라는 거 잘 알아.

나도 애써 괜찮은 척 하지만

스스로 그렇게 느낄 때가 많거든.

참 뻔해서 말하기도

미안한 얘기지만

결국 자신의 가치는

자기 자신이 만드는 것 같아.

넌 일단 나방이 아니고,

설령 나방이라해도 위에 말했던 것처럼

'해충'이 아닐뿐더러,

해충이라해도 그 자체로 행복하면

그게 무슨 상관이겠어.

나방도 분명 자기 스스로는

행복하고 즐거울거야.


<청춘시대>에서 진명이가

마지막에 중국으로 떠나잖아.

정말 남은 돈을 모두 털어서.

그런데 항공사 직원들은

그런 진명이를 보고

"금수저인가봐. 부럽다"고 말하지.

진명이의 24시간을 다 아는 우리는

진명이가 얼마나 참담하고

아픈 시간들을 거쳐

여행을 떠나게 됐는지를 알지만,

수속을 밟는 그 순간만 본

항공사 직원들은

그냥 남들 일할 시간에 여행을 떠나는

'여유 있는 집안의 자제'로만

보는 거야.


누구든 보이지 않는 나름의 과정과

인고의 시간들을 거쳐

무언가가 되는거라 생각해.

쉽게 일이 풀리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조차도 말야.

우리가 어떻게 쉽게 얘기할 수 있겠어.

한 사람의 인생은 자신말곤

아무도 자세히 알 수 없는 걸.


난 그래서 자기 자신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내가 어떻게 생각하느냐,

내가 어떤 의미를 부여하느냐,

내가 행복한가, 즐거운가 아닌가.


난 브라이스 너가 지금의 힘듦을

그런 관점에서 보면 좋겠어.


넌 잘하고 있어.

잘될 거고.

분명, 지금의 시간들이

너가 바라는 '이상'에 도달하는 데

큰 밑거름이 되고 있을 거야.


어깨를 펴고, 기운을 내고,

항상 웃는 사람이 되면 좋겠다.

오늘 시험이지?

파이팅! 내 몫까지 열심히 해줘!


이따 맛있는 점심 먹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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