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의 시간들'에 대해

연상연하 짝꿍의 마흔세 번째 편지

by 브라이스와 줄리

브라이스에게


오늘은 오랜만에 편지를 쓰며

지난 몇 주간 우리가 함께 나눴던

토요일의 시간들에 대해

이야기해볼까 해.


우리 요즘 거의 매주 광화문으로 나가고 있잖아.

답답하고 화가나다가도

그렇게 한 마음으로 모인 사람들을 보면

뭉클하기도 하고

역설적이지만 새로운 희망을 보게 되기도 하지.


지난주였을 거야.

여느 토요일처럼 집회를 보고 너랑 헤어진 후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가고 있었어.

지하철 안은

지상에서 뜨겁게 타오르는 열기가 무어냐 묻듯

차분하고 평화로웠어.


그렇게 나 혼자 지하철에 있는

사람들을 둘러보는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

'저기 이어폰 꽂고 있는 학생도 오늘 다녀왔겠지?'

'저쪽 아저씨도 지난주에 다녀오지 않았을까'

다들 나처럼 무심한 듯 앉아있지만

가슴 한편에선 뜨거운 열정을

하나씩 안고 있을 거란 생각을 하니

마음 저 아래에서 따뜻해 지는 기운이 올라왔어.


물론 내 예측이 틀렸을 수도 있지.

집회에 꼭 가야 한다는 의미도 아니고.

누군가는 노란 리본을 다는 것으로,

누군가는 뉴스를 시청하며 일기를 쓰는 것으로

대신할 수 있다고 생각해.

심지어 아무 것도 하지 않아도 상관없어.


다만, 이번 일을 통해

사람들이 결코 혼자가 아님을,

사회엔 생각보다 곁에 있어 줄 사람들이 많음을

알게 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그것이 오랜 갈등과 위기 속에서도

우리 사회를 지탱해 온 우리만의 힘이고,

또 어쩌면 지금은 너무나도 힘들지만

오히려 더 '다같이'의 힘을 깨닫게 되는

새로운 전환점이 될 수도 있으니.


여러가지로 생각이 복잡하지만

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은 결과로 되돌아오리라

낙관적으로 믿고 싶구나.

그리고 그것은

우리 스스로가 만들어가는 것인 만큼

나도 더 나은 구성원이 돼야겠다는

다짐을 했어.


이번 주엔 비록 함께 하지 못하지만

지난 몇 주간 함께 그런 마음들을

쌓아가주어서 고마워!

감기 조심해 :)


줄리, 모처럼의 편지 고마워!


오늘도 무사히

토요일의 시간을 채우고 왔어.

날이 한껏 추워졌는데도

참여하신 분들이 모두

축제를 온 것처럼

희망을 외치고 계셨어.


여전히 현실은 절망이지만

줄리와 지난주에

대화를 나눈 대로

사람들에겐 희망이 있다고 믿어.


내가 오늘의 시간 중에

인상적이었던 건,

안치환 님의

'하야가 꽃보다 아름다워'였어.

본인 노래 훼손되는 것이

평소엔 싫다셨지만 이날만큼은

이 말을 외쳐야한다며

우리와 함께 신나게

희망을 외치셨어.

그때 함께 모인 목소리와

촛불 물결에서 또한

희망을 봤구.


이렇게 우리가 지난 몇 주간

함께 마음을 모았고,

계속 대화를 나누고,

고민하고 미래를 그리다보니

나는 정말로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고,

이미 일어나고 있다고 믿어.

줄리와 내가 서로를 지지해

상황을 딛고 일어나듯,

또 우리가 서로의 가족과

주변의 소중한 사람들을

만나고 교류하며 새힘을 얻듯,

그렇게 우리는

더 나아지고 있는 중이지.


몇 마디 말로 쉬이 표현할 수 없는

토요일의 시간들.

광화문에서, 시청에서,

또 전국 각지에서

심지어는 세계 곳곳과

티비 앞에서 마음을 모으는

자리에서까지도

모두가 느끼는 각각의

감정들이 있을 거야.

이 역사의 현장에

우리가 함께 서있음에

(이렇게 우리를 만든 현실이

너무나도 화가나지만)

한편으로 감사하다.


우리 계속 사람들과 함께

연대하자.

같이 걸어가자.

그렇게 바꿔나가자.


줄리 함께 마음 모아줘서

늘 고마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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