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의 업무와 불확실성에 대한 관용

Ambiguity Tolerance

by 김정균 미국변호사

학부 시절에 영어교육학을 공부하면서 배웠던 개념 중에 Ambiguity Tolerance 즉 "불확실성에 대한 관용"이라는 것이 있었다. 쉽게 풀이하자면, 머릿속에 뭔가 궁금한 점이나 풀리지 않은 점을 해결하지 않은 채 그대로 넘어갈 수 있는 능력이라고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영어 지문을 읽다가 모르는 단어나 표현이 나오면 바로 멈춰서 사전을 찾아보는 사람은 불확실성에 대한 관용이 낮은 편이고, 반대로 이를 건너뛰고 계속 읽어나가면서 문맥을 파악하려는 사람은 불확실성에 대한 관용이 높은 편이다.


모든 것이 그러하듯, 이 불확실성에 대한 관용도 적당히 균형이 잡혀야 효과적인 학습이 가능하다. 외국어를 공부하면서 문법이나 표현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그것이 이해될까지 계속 붙잡고 있는 것보다는 가끔은 이해가 필요 없이 그냥 외워야 경우도 있고, 어떤 경우에는 꼭 완벽하게 짚고 넘어가야 하는 것들이 있기 때문이다.


변호사 업무에서는 불확실성에 대한 관용이 어느 정도 필요하다. 그렇지 않고 모든 불확실성을 해결하려고 하다 보면 좌절과 스트레스만 받게 된다. 법률 실무라는 것은 결국 사람을 상대하는 일이다. 결정권자는 판사든, 검사든, 혹은 당사자든 사람이기 때문에, 항상 불확실성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법이라는 가이드라인이 존재하긴 하지만, 결국 그 가이드라인을 해석하여 적용 범위를 결정하는 것은 사람이 하는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법률 실무에는 항상 변수가 존재한다. 믿었던 증인이 갑자기 재판에 나타나지 않을 수도 있고, 우편으로 보냈던 증거 서류가 분실될 수도 있고, 원격으로 진행되는 재판이 기술상의 결함으로 중지될 수도 있다. 그러나 변호사의 업무는 상당수가 이러한 불확실성을 줄이거나, 이를 대처하는 경우가 많은데 여기에서 변호사의 딜레마가 생긴다: 과연 어디까지가 예측 및 통제 가능한 불확실성이고, 어디까지가 예측이나 통제가 불가능한 불확실성인가. (조금 말장난을 하자면, "불확실성의 범위에 대한 불확실성"이다)


이제 6년 차 변호사로 접어들면서, 신입 변호사였던 시절과 가장 큰 차이점이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사건 결과의 불확실성을 인정하고 포용하기 시작했다는 것과, 다른 하나는 의뢰인에게 "모르겠다"라고 답변하는데 당당해졌다는 것이다. 쉽게 말하면 "불확실성에 대한 관용"이 높아졌다고 볼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신입 변호사 시절에는 심리나 재판을 앞두고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곤 했었다. 왜냐면 변호사가 담당하는 거의 모든 사안은 양측이 첨예하게 주장을 관철하기 때문에 한 끗 차이로 결과가 갈릴 수 있기 때문이고, 항상 자신의 주장뿐만 아니라 상대방의 주장도 미리 예측해서 감안하기 때문에 정말 결과를 알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다 보니 재판 일주일 전부터 재판 시나리오를 머릿속으로 수십 번 돌려보고, 각각 시나리오에서 어떻게 대응하고 의뢰인에게 조언할지를 준비하기 때문이다. 특히 필자가 주로 접하는 형사 사건들은 당사자 제도(adversarial system)와 구두 변론(oral argument)이 핵심이기 때문에, 재판 당일날 증인의 말 한마디, 검사나 변호인의 말실수 하나에 유무죄가 갈리는 경우가 있는 만큼 변수가 많은 업무다.


초년생 시절에는 모든 것이 통제 가능하다는 허황된 환상을 쫓아, 가능한 모든 불확실성을 예측하고 통제하려 했었다. 그러다 보니 가능성이 매우 희박한 상황에도 에너지를 쏟는(=스트레스받는) 경우가 꽤 있었다. 그러나 연차가 지나면서 경험이 쌓이다 보니 통제/예측이 가능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들을 조금 더 잘 구별하기 시작했고, 어디까지 현실적으로 예측하고 준비해야 하는 것인지에 대한 감을 잡기 시작했다. 게다가 불확실성을 자주 접하다 보니 거기에 대해 둔감해진 것도 있는 것 같다.


그러다 보니, 예전에는 의뢰인이 "제 사건에서 무죄가 나올 수 있을까요? 혹시 유죄가 되면 형이 얼마나 나올까요?"라는 질문을 했을 때 나름대로 최선의(?) 예측 결과를 알려주곤 했었는데, 요즘은 "그건 판사(혹은 배심원)가 결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모릅니다. 대신 법률상 기소 내용의 최대 형량은 X 년입니다"라고 당당하게 대답한다. 옛날에는 "모른다"라고 대답하는 것이 변호사로서 어떤 큰 죄악처럼 느껴졌는데, 이제는 거기에 대해서 아무런 죄책감(?)이 없다. 정말 모르기 때문이다.


다시 "불확실성에 대한 관용"으로 돌아가서, 모든 직업이나 업무에는 적절한 불확실성에 대한 관용이 필요하다. 다만 업무의 성격이나 스타일에 따라 이러한 관용의 정도가 차이가 있을지언정, 어느 양 극단으로 치우치면 안 된다. 관용성이 너무 낮다면, 매 순간 자신이 모든 것을 알아야 하고, 궁금한 것은 바로 물어보고 해결해야 하고, 애매한 것은 항상 해결해야 하는 본인과 주변이 조금은 피곤한(?) 삶이 되겠지만, 관용성이 너무 높다면 일이 어떻게 되든 상관없다는 식의 무책임·무관심의 태도를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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