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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균 미국변호사 Jun 23. 2021

미국 대학 스포츠 선수들은 노예 계약을 맺는다?

대학 선수들의 보수에 관한 미 연방대법원 판결

Source: Maddie Meyer/Getty Images

미국인들의 대학 스포츠에 대한 사랑은 남다르다. 어쩌면 프로 스포츠보다 더하다고 볼 수 있는데, 대학 스포츠는 지역적 연고뿐만 아니라 학연도 걸려 있기 때문이다. 특히 대다수의 미국인들이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즉, 출신 주(state)에 위치한 대학교를 진학하기 때문에, 자신이 응원하는 대학팀에 대한 사랑은 각별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팬들의 사랑과 인기를 바탕으로 한 대학 스포츠는 특히 미식축구와 농구에 있어서는 일반 프로팀과 맞먹는 팬층과 흥행을 확보했다. 한국의 경우 스포츠 중계나 상품들은 거의 프로팀(그것도 대부분 야구나 축구 종목에 한하여)을 위주로 하지만, 미국은 대학축구나 농구 경기가 프로팀의 그것들과 거의 유사한 인기를 가지고 있다. 예를 들어, 충북대와 충남대의 학교대항전 농구 경기를 금요일 저녁 7시에 MBC 스포츠에서 생중계해준다는 느낌일까? (물론, 경기장은 가족과 삼삼오오 경기를 구경온 각 학교 동문들로 가득 찬다)


이러한 대학 스포츠를 총괄하는 곳이 바로 전미대학체육협회(NCAA, National Collegiate Athletic Association)이다. 메이저리그로 치면 MLB 사무국 같은 곳이다. 이 NCAA는 스포츠에 참여하는 각 학교들의 공동 이해관계를 위해서 만들어진 조직인데, 해마다 중계권, 경기 티켓 판매 수익, 관련 상품 등으로 수백억 달러의 수익을 내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이렇게 NCAA나 각 학교가 스포트 경기 중계권이나 입장권으로 팔아서 내는 막대한 이득을 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선수로 뛰는 학생들은 고작 "전액 장학금"과 "생활보조비 약간"을 받는 게 전부라는 것이다. 조금 과장하면 NCAA와 학교는 (프로에 입단할 경우) 연봉이 수십~수백만 달러가 될 수 있는 NBA나 NFL급 우수한 선수들을 고작 "학생 신분"이라는 이유로 장학금+@로 4년 동안 싸게 굴려가면서, 막대한 스포츠 경기 수익을 챙기는 것이다.


재밌는 점은, 여기에서 NCAA와 학교의 이해관계도 약간 상충된다는 점이다. NCAA는 각 학교가 우수한 스포츠 학생을 유치하기 위하여 입학생에게 제시하는 금전적·비 금전적 혜택을 일정 수준으로 엄격하게 규정으로 제한해 왔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재정 능력이 우수한 대학으로만 인재가 몰려 공정한 경기가 치러질 수 없다는 것이며, 대학 스포츠는 순수하게 "아마추어리즘"(amateurism)을 지켜야 한다는 명목이다. 그러나 이 말에도 어폐가 있는 게, 최상급 리그에 속한 대학팀의 미식축구 코치의 연봉은 수백만 불을 호가하기 때문에 과연 대학 스포츠가 진정 아마추어 리그인지 의심하게 된다.


이에 대하여 전 웨스트 버지니아대 소속 미식축구 선수였던 숀 앨스톤(Shawn Alston)과 캘리포니아 버클리대 소속 여자 농구선수였던 저스틴 하트맨(Justine Hartman)을 필두로, "대학 선수들에게 학업과 관련된 비 현금성 혜택 제공 금지"를 명시하고 있는 NCAA 규정을 반 독점법(antitrust law) 위반이라는 근거로 소송을 제기하였다. 이 소송에서 대학 선수들은 "대학 선수의 노동력을 독점하고 있는 유일한 단체인 NCAA가 막대한 이득을 취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의 이익 극대화를 위해 아마추어리즘을 명목으로 학생들을 착취하고 있다"라는 주장을 펼치며, NCAA의 대학 선수의 보상제한에 대한 규정을 전부 철폐하도록 요청했다.


미국 캘리포니아 연방법원 북부지법에서 열흘 가량 진행된 공판 끝에 판사는 NCAA의 독점적 지위와 해당 규정이 반 독점법을 위반했다고 판단했지만, 원고가 청구했던 NCAA의 보상제한 규정을 전부 무효화시키는 대신, "학업과 관련된 비 현금성 혜택 금지" 조항을 포함한 일부만을 무효화시켰다. 어떻게 보면, 양 측의 주장을 적당한 타협한 것이기에 NCAA와 선수 측은 모두 이에 대해 항소·상고했지만, 제9 연방순회 항소법원과 미 연방대법원은 1심 판의 판결이 옳았다는 판결로 사건을 종결했다.


이 사건으로 인해, 이제 대학 선수들은 학교 측으로부터 받을 수 있는 장학금 혜택 외에도 다른 학업 관련 비 현금성 혜택을 기대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혜택은 학교 수업에 필요한 랩탑 컴퓨터, 실험 도구, 악기 등이 포함될 것이다. 그동안 학교와 협회 측에 막대한 이익을 가져다주면서도, 장학금과 일부 생활비만 받고 고된 스포츠 생활을 했던 대학 선수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참고 링크: 미 연방대법원 판결문 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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