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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균 미국변호사 May 12. 2024

피클볼 50일 후기 (4.0 입문)

나의 DUPR 전적


어느덧 피클볼에 입문하지 50일이 지났다. 최근, 내 누적 DUPR* 점수가 3.95가 되어 디렉터에게 요청해서 4.0 경기에 참여할 수 있었다. 3.85~4.25 정도의 선수들이 랜덤하게 파트너를 해서 개인당 총 8게임을 치렀는데, 나는 그중에 4승 4패를 했으니, 딱 4.0 정도는 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Dynamic Universal Pickleball Rating. 테니스의 NTRP 점수와 비슷한 개념인데, DUPR공식경기 누적 기록을 바탕으로 현재 실력을 나타내준다. 최소 2.0에서 최대 8.0인데, 보통 동호인들은 2.0~5.0 사이, 5.5 이상은 프로선수 등급이다]


4.0경기를 해보니 확실히 3.5와 4.0의 차이를 느낄 수 있었다. 3.5에서는 일관성 있는 딩킹(dinking)3rd shot drop을 제대로 할 줄 안다면 웬만큼 승리할 수 있었다. 반면, 4.0에서는 이 모든 게 기본이고, 더 나아가 point construction과 전략적인 부분이 더 중요해진다. 쉽게 말하면, 피클볼에 필요한 기본적인 샷을 에러 없이 어느 정도 일정하게 구사할 수 있으면 3.5에서 승리할 수 있지만, 4.0에 올라가면 그러한 샷 구사능력을 바탕으로 상대방의 약점을 파고들어 나에게 유리한 찬스가 오도록 포인트를 셋업하는 능력이 중요해진다.


마찬가지로 4.0에서는 공을 무작정 강하게, 혹은 잘 치기만 해서 포인트를 따기는 쉽지 않다. 내가 아무리 좋은 서브나 리턴, 혹은 드라이브를 치더라도 4.0 선수들은 대부분 공을 넘긴다. 심지어 내가 끝났다고 생각하는 하이발리도 넘어오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리고 다들 동체시력반사신경이 좋다. 나도 나름 테니스로 단련되어 반사신경은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는데도 불구하고, 피클볼 선수들은 그 부분에서 테니스 선수보다 더 뛰어나다고 생각된다. 피클볼에서 대다수의 포인트가 치열한 맞발리로 결정된다는 점을 보면 그리 놀랄 일도 아니다.


복식 전략에서 테니스와 피클볼의 가장 큰 차이점은 을 보느냐 사람을 보느냐의 차이인 것 같다. 무슨 말인가 하면, 테니스에서는 내가 어떤 공을 어떻게 쳐야 하는지, 예를 들면, 내가 일단 넘기는 수비적인 공을 쳐야 하는지 아니면 조금 공격적인 공을 쳐야 하는지는 대부분 상대방 코트에서 날아오는 공의 속도나 스핀, 코스 등을 보고 결정하게 된다. 즉, 초점이 에 맞춰져 있다. 그러나 피클볼은 코트가 좁고, 그만큼 날아오는 공을 보면서 내가 어떤 공을 쳐야 할지에 대한 판단을 하는 시간이 적기 때문에, 상대방 선수가 공을 칠 때의 자세나 시선 등을 보고 거기에 맞춰서 내가 미리 다음 공을 어떻게 쳐야 할지를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즉, 상대방 선수가 공을 칠 때 한발 물러난다든지, 신체 균형이 약간 불안한 상태인지, 혹은 상대방이 공을 칠 때 시선이 아래로 향했는지 등의 신호를 미리 파악하고 다음 공을 예측하는 것이다. 아무래도 상대방과의 거리가 가깝기 때문에 이러한 신체적 신호를 감지하기가 테니스보다 쉬워서 그런 것도 있다. 다시 말하면, 공보다 상대방의 바디 랭귀지(body language)를 잘 읽어야 한다.


실력이 늘어남에 따라 내 피클볼 장비도 늘어나고 있다. 처음엔 토트백에 대충 물과 라켓, 공 몇 개만 넣어서 들고 다녔지만, 이제는 피클볼 전용 가방에 라켓도 두 개나 생겼다. 사실 신발이나 옷, 아대는 테니스와 동일하기 때문에 다행히 큰 추가 지출은 없었다. 피클볼 레슨비나 경기 비용이 더 나갈 뿐이다. 피클볼 라켓(패들) 수명이 얼마나 될지는 모르겠지만, 테니스 스트링을 유지보수하는 비용보다는 저렴할 거라 생각한다.


물론 피클볼도 엄연한 스포츠이기 때문에 부상의 위험은 여전히 존재한다. 애초에 내가 피클볼을 시작한 이유도 1년 전 전방십자인대 파열수술 후 회복을 위한 것이었다. 테니스보다는 아무래도 (특히 무릎) 부상의 위험으로부터 자유로울 거라고 생각했지만, 여전히 위험은 존재한다. 특히 피클볼을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는 종아리 근육에 무리가 가서 일주일 정도 쉬었고, 최근에는 아치가 높은 깔창을 썼다가 무릎 안쪽에 통증이 생겨서 일주일 넘게 휴식을 취해야 했다. 무리하지 않고 여유 있게 즐기면 동네 약수터 배드민턴처럼 가볍게 칠 수 있지만, 제대로 하자면 테니스와 비슷한 혹은 부위에 따라 그 이상의 부상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것이 피클볼인 것 같다.


일단 4.0 달성 기념으로 기록을 남겼다. 과연 4.5를 달성할 수 있을지, 그렇다면 얼마나 걸릴지에 대해서는 미지수지만, 일단 테니스에 복귀하더라도 피클볼은 여전히 즐길 것 같다. 피클볼 스윙이나 동작이 테니스와 어느 정도 겹치는 부분이 있어서 테니스에 얼마나 큰 긍정적 혹은 부정적인 영향을 줄지는 모르겠지만, 부정적인 부분을 제대로 인지하고 이를 상쇄하고자 노력하면, 전반적으로 테니스에 긍정적인 부분이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약 두 달 뒤 내가 테니스에 온전히 복귀한 뒤에는 피클볼이 어떤 식으로 테니스에 영향을 끼치는지에 대해서 써볼 예정이다. 아마 그때쯤 되면 4.5 달성 여부나 시기에 대해서 조금 더 명확한 답을 얻을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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