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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병호 Jan 23. 2023

나를 회사에서 안 잘리게 해 준 서체

일에 대한 생각

열심히 하라는 뜻에서 상사님은 나에게 입사 후 3개월 간의 시간을 주겠다고 이야기하셨었다. 아니면 창원으로 다시 내려가야 한다 하셨다. 지금 생각하면 그저 장난이었지만, 첫 직장생활에서의 나는 그게 진심인 줄 알았고, 입사하고 3개월 간 틈날 때마다 전국 200개 도시에 전화를 걸었었다. 성과가 안 나오면 나는 쫓겨난다고 생각했다.


정확히 3월 되는 날, 경기도 지역을 전화하는 날이었다. 경기도 북부권에 포천시에 전화했다. 평소 하던 대로 포천시 서체에 대한 설명을 드렸다. 신기했다. 보통 11% 정도의 담당 주무관만 이해했는데, “어, 그거 지금 공고 났는데, 어떻게 아셨어요? “라고 하셨다. 실제로 담당자가 가르쳐준 ‘경기북부지식재산센터’에 타이포브랜딩이라는 사업명으로 정말 공고가 올라와 있었다.


일주일 만에 제안서를 완성하고, 모든 부서가 정량적 서류 준비에, 정성적 서류 준비, 그리고 제안서 작업에 몰입하여 입찰할 수 있었고 수주할 수 있었다. 그렇게 ‘포천 막걸리체’ ‘포천 오성과 한음‘ 서체를 만들 수 있었다. 타이포디자인센터의 이현호 대리님은 대구의 유명한 캘리그래피 작가 김대연 선생님을 섭외하셨고, 성준석 대리님은 포천 막걸리체를 완성도 높게 작업하셨다.


전라남도 푸른 전남체를 만든 임광규 소장님은 포천 오성과 한음 서체를 만드셨다. 종종 한국표준협회 도시혁신센터를 통해 문경이나 무주로 출장을 가더라도 간판에 사용된 포천 서체를 만나게 된다. 최근엔 영월군 기획실에 근무하시는 주무관님은 포천 서체가 너무 예뻐서 사용하고 싶다가도, 영월군 만의 서체가 아니라 기분이 상한다는 말씀을 하시는데 참 기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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