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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병호 Jan 24. 2023

직접 만들어 본 서체

일에 대한 생각

윤디자인에서 지방자치단체의 비주얼 시스템 안에 필요한 폰트(서체)를 만드는 이유는 몇 가지가 있다. 이미 CIP는 1990년 대에 들어와서 각 지방자치단체에 심벌, 캐릭터, 색상, 슬로건이 개발되고 이때 지정서체 또는 전용서체가 들어가게 되는데, 전용서체는 200자 내외로 jpg 이미지 형태로만 제공되거나 ai 파일로 개발되었다.


일반인이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전용서체를 전산화한다는 개념 안에서 폰트로 2,350자 또는 11,172자를 개발하게 되는데, 대표적인 사례가 광주광역시의 빛고을광주체다. 2022년엔 경기도 하남시도 폰트 화하여 무료 배포하고 있다. 공무원이나 일반인이 무료로 서체를 다운로드하여 지방자치단체에 필요한 간판이나 문서에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2022년을 기준으로 전국 54곳의 지방자치단체가 폰트를 개발하였는데, 줄곧 영업만 해오다 직접 폰트를 만들 수 있는 계기가 생겼었다. 앞으로도 지방자치단체의 서체를 만드는 일을 꾸준히 해나갈 때 더욱 좋은 영업자가 될 수 있으려면 한 벌의 서체를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됐었다. 마포구청에서 임시로 아마추어 서체 디자이너를 채용한다는 공고였다.


총 333일 간, 참여자 각자가 한 벌의 서체를 만드는 계기가 주어졌고, 나는 마포나루라는 서체를 개발하게 됐다. 평소 붓 느낌의 서체를 좋아했고, 마포나루 새우젓 축제라는 마포구의 대표적인 축제를 위한 서체를 개발하고자 했다. 2가지 시안으로 최종 요약되어 붓 느낌과 손글씨지만 각진 형태의 시안으로 좁혀졌다. 마포구청장님은 손글씨 형태의 왁자지껄 축제의 분위기를 담은 형태를 선택하셨다.


사람을 만나길 좋아하고, 평소에도 서체 작업보다는 카톡 메시지를 주고받다가 팀장님께 자주 혼나기도 했었지만, 내 인생에서 이 마포구 서체디자인개발실에서의 하루하루가 진짜 내 인생을 살았던 것 같은 시절이라 기억된다. 디자이너는 디자인이라는 결과물이 남기 때문에 영업자로 지내던 내 허전함을 채워주는 시간이기도 했고, 디자인 대학원에서 석사 졸업 작품 논문으로도 활용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영업에 더 풍성한 이야깃거리가 되었고, 직접 만들어봤었고 무료로 출시되어 배포되고 있다는 사실이 영업에 큰 힘이 되고, 기획을 할 때도 더욱 깊이 사고할 수 있는 발판이 되었다. 직접 만들어 본 서체로는 유일하고, 그 이후에 강원문화재단, 부여군, 금천구 서체를 개발할 땐 시안과 기획만 했다. 모든 과정을 다 참여하고 싶지만 일상에서 영업을 하고, 12개의 프로젝트가 상시 쌓여있어서 진지한 서체 작업을 하기엔 현실적으로 어려움을 경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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