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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병호 Oct 02. 2021

서체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

일에 대한 생각

각기 다른 문화권에서 만들어진 붓이나 닙(펜 촉)의 형태에 따라 서체 형태는 영향을 받아왔고, 현대 사회에도 우리가 사용하는 디지털 디바이스에 맞춰 서체(Font)는 새롭게 개발되고 있습니다.


서체를 통해 사회에 영향을 끼친 인물


2019년 일본 동경에서 열린 국제타이포그래피협회(Association Typographique Internationale) 행사로 전 세계에서 모인 서체 디자이너들에게 화제가 됐던 서체 디자이너 매튜 카터(Matthew Carter)나 타이포그래퍼 허브 루발린(Hurb Lubalin), 헬베티카(Helvetica) 서체를 만든 막스 미딩거(Max Miedinger), 프루티커(Frutiger) 서체를 만든 아드리안 프루티거(Adrian Frutiger)와 같은 인물이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훈민정음 창제와 반포를 했던 세종대왕, 시와 문장의 대가 추사 김정희, 한글 서체의 부리와 민부리 구조를 정립한 최정호 최정순, 한글 조형 이론의 체계를 정립한 김진평, 두산주류의 ‘처음처럼’ 글씨로 잘 알려진 쇠귀체의 신영복 선생.


원곡 김기승, 무림 김영기와 같은 서예가뿐만 아니라 서예에서 캘리그래피 문화를 이끈 이상현, 멋글씨 예술가 영묵 강병인, 손글씨 아티스트 공병각 디자이너, 레터링에 김기조 디자이너.


그리고 광고계의 기본 서체 HG꼬딕씨 서체를 개발한 독립 서체 스튜디오 한글씨의 김동관 디자이너에 이르기까지 서체라는 분야에서 문화와 산업을 이끄는 사례는 그 기준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수없이 나열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인물들은 저마다의 시대정신으로 무장된 서체로 새로운 문화와 산업을 열어가기 위해 누구보다 치열하게 그것들에 녹아들었기에 그럴 수 있었고, 현재도 진행형입니다.


서체로 문화와 산업에 영향을 준 기업


일본 모리사와(Morisawa)가 서체(Font) 시장에서 전 세계 1, 2위 하는 글로벌 기업이지만 불과 20년 전만 해도 샤켄(写研)이 가장 큰 서체(사진식자) 회사였습니다. 지금은 소수의 인원만이 샤켄의 명맥을 이어갈 뿐이지만 샤켄은 지금의 가치로 보면 연 매출 6,000억 원 규모로,  현재 기술과 규모 면에서 세계적으로 가장 큰 모노타입(Monotype Imaging Inc.)이 연 매출 2,000억 원 규모인 것을 고려해볼 때 그 영향력은 매우 컸을 것입니다.


격(格)을 알아야 파격(破格)도 한다.


일본 서체 회사 모리사와 관계자를 통해 샤켄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샤켄이 큰 영향력을 가지던 시기에 실리콘밸리의 한 스타트업이 디지털 서체(Font) 사업을 샤켄에 함께 하자는 제안을 하러 찾아왔었지만 연매출 10억 원 규모의 스타트업이 제안한 서체 사업을 샤켄은 사진식자 산업의 위축과 서체 원도 유출 등 여러 위협 요소가 있어 거절했었다는 이야기였습니다.


그때 샤켄에 서체(Font) 사업을 제안했던 스타트업은 지금은 누구나 아는 포토샵, 일러스트레이터를 개발한 어도비(Adobe)사입니다. 현재 시가총액은 343조 원으로 삼성전자 뒤를 잇는 10위 권 기업입니다. 경영학에서 배우던 노키아(NOKIA), 코닥(Eastman Kodak Company)과 같은 사례 아닐까요?


문화와 산업을 알아야 서체로 새로운 문화, 산업을 이끌 수 있습니다. 변화되는 문화 속에 그저 지배당하는 서체가 아니라 문화와 산업을 이해하고, 시대정신을 읽는 준비된 인물, 기업이 서체를 통해 새로운 문화와 산업에 기회를 만들고 사회에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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