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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유부

by 빵떡씨 Sep 29. 2017

날짜: 2017년 9월 29일 금요일  ㅣ  날씨: 반팔 입으면 감기 걸리는 날씨

브런치 글 이미지 1

우리 팀장님이랑 디자인 팀장님은 유부남이다. 두 분은 자주 이런저런 얘기를 나눈다. 둘이 꺄르르 웃고 있어서 무슨 얘긴가 들어보면 주로 유부남으로 사는 것에 대한 얘기다. 아내한테 이래서 혼났고 우리 애가 저래서 못 쉬었고 이번 주말도 쉬기는 글렀다 등등. 삶의 고충도 희화화 하여 즐겁게 얘기하시는 모습이 역시 인생 선배다 싶었다. 팀장님들 얘기를 자주 듣다 보니 나도 유부남의 삶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보게 됐다. 그리고 그들의 몇 가지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1. 주말에 하는 일이 같다
"주말에 애기 데리고 아파트 앞에 나가면 전부 애아빠들이에요. 다 유모차 끌고 나와서 걸어다녀"
"애엄마가 나가라고 한 거지. '밖에 가서 산책이라도 쫌 해요!' 이런 거지"
"응 그래서 입던 런닝 그대로 입고 나와서 머리도 눌려서 눈도 풀려서 어기적 어기적 걸어다니는 거야, 약간 좀비처럼"
"멀리까지 나가지도 않아. 귀찮아서. 집 앞만 왔다아-갔다 하는 거야"
"응 근데 그게 한둘이 아니야. 그리고 저번주에 그러고 있던 사람이 이번주에도 그러고 있어"
(꺄륵)

2. 아내 얘기로 배틀을 뜬다
"제 아내는 애기 배냇저고리 만든다고 뜨개질 하는 걸 주문했는데 몇 번 하더니 머리가 아파서 못 하시겠답니다아-. 그래서 그거 침대 옆에 고대-로 있잖아"
"뜨개질 같은 건 괜찮죠. 제 와이프는 임신했을 때 요가 하겠다고 개인 레슨 끊었어요."
"저희 아내는 발레하고 싶다 하더라고요"
"어? 우리 와이프도 발레 세 번 나가고 관뒀는데"
(깔깔)

"제 아내는 약간 이런 스타일이에요. 제가 청소나 설거지 하면서 궁시렁-궁시렁 거리면 '할 거면 궁시렁거리지 말고해!' 요런다니까요"
"아니 그게 차라리 나아요. 우리 와이프는 내가 뭐 하고 있으면 옆에서 꼐애속 이건 이렇게 해라 그건 그렇게 하는 게 아니다 그래요. 그럼 저는 마음 속으로 '야 그럴 거면 니가 해!'해요"
"마음속으로라도 하는 게 어딥니까"
(묵념)

3. 플스에 집착한다
"저는 플스를 못 해본 지 1년은 된 거 같아요"
"앞으로도 못 하실 텐데. 그냥 파세요"
"안돼요옹 제 마지막 해방구에요. 그거 마저 팔면 정말... (약간 울먹)"
"저는 아내가 잔다고 해서 '응 자~'하고 돌아 누워서 플스하는데, 아내가 화면 빛 때문에 잠을 못 자겠다고! 그래서 이불 속에 들어가서 하는데 버튼 누르는 소리가 거슬린다고! 그래서 거실에 나가서 하려는데 어딜 나가냐고! 그래서 플스 하지도 못하고 끌어 안고만 있었어요"
"분명 꿈에서 플스 하셨을 거에요.."
(오열)


어젠 회사 사람들이랑 프로필 사진을 찍으러 갔는데, 스튜디오에 플스가 있어서 두 분이 함께 피파를 하셨다. 무지개 동산에서 뛰어놀아도 그렇게 행복해 보이진 않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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