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622/토/비
청문회(聽聞會, hearing)
: 위원회가 중요한 안건을 심사하거나 국정감사 또는 국정조사를 실시함에 있어, 판단의 기초가 되는 정보나 자료를 수집하기 위하여 증인 등을 출석시켜 증인을 청취하는 것.
대수롭지 않은 거짓말이라 생각했다. R.O.T.C. 후보생 지원율은 급속하게 줄어들고, 상급부대에서는 뾰족한 대책 마련 없이 각 대학 학군단에 집요하게 모집 활성화 압력을 넣고 있었다. 난 K대의 학군단 선임교관, 훈육관이었다. 80명이었던 정원이 50명으로 줄었지만 총응시자는 50명이었다. ‘명문 학군단 만들기’를 모토로 대책을 제시하라기에 미국 대학 자매결연을 통한 우수후보생 하계 입영훈련 연계 연수라는 아이디어를 제안했지만, 학군단장의 발표에 강단을 가득 채웠다 사라진 박수와 함께 행방이 묘연했다.
결국 3명이 1차 소집에 나타나지 않았고, 연락도 받지 않았다. 상급부대장은 지방 지원생 후보군 구제와 총원 유지를 위해 소집 불참 인원을 즉각 보고해 정원을 조정토록 했다. 담당자는 이 중요한 명령을 전자 공문이 아닌 행정관 이메일로 보냈고, 바쁘고 나이 많은 행정관은 메일을 읽지 않았고, 난 입영훈련 첫 상황회의에서 제대로 뒤통수를 맞았다. 학군단에 대한 감찰 지시가 떨어졌고, 난 순간 최대한 머리를 굴려 상황을 모면하려 했다. 단장께 보고하자 아니나 다를까 철저하게 잘 수습하라는 당부에 구체적 행동지시까지.
결론을 말하자면, 감찰장교는 상황보고가 끝나자마자 해당 미참석 지원자들과 통화하여 진실을 알고 있었고, 난 그 학생들이 숨겨둔 진실을 모른 채 뒤늦게 연락이 되어 1차 소집에 참석했다고 거짓말해달라고 부탁했다. 매일 아침 감찰실로 출석하여 똑같은 조서를 한 달 동안 썼다. 가공된 진실이 반복되고 일이 잘? 해결될 거라 믿었다. 한 달이 지나고 다음날. 감찰참모와 감찰장교는 나와 동행하여 학군단 실사를 했고, 결국 내 앞에서 미출석 학생들과 통화를 했다. 말하자면 대질 통화. 마무리 뒤통수.
그날 엄청 울었다. 감찰참모가 당황할 정도로. 경고장 한 장으로 마무리될 거라며 위로 아닌 위로를 건넸지만, 난 더 이상 군복을 입을 자신이 없었다. 군을 바꾸고 싶어서 시쳇말로 말뚝을 박았다. 모교 학군단으로 와서 직속 후배들의 훈육을 맡았다. ‘명예’, ‘정직’. 두 가지 덕목만을 강조했다. 큰소리칠 수 있었던 건 그때까지는 자신 있었다. 상관에게도 바른말하고, 아닌 건 아니라고 지킬 건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채찍질하며 ‘임기추상(臨己秋霜)‘하려 애썼다. 15년간 지켜온 신념이 조금씩 바래고 무너지다 결국. 그리고 얼마 후 정소령은 예비역이 되었다. 장교는 거짓말하면 안 된다. 명예로워야 한다. 지금도 생각엔 변함이 없다. 그리고 지금까지 전역의 결정을 후회한 적은 한 번도 없다.
청문회를 보았다. 참고인 진술 중에 심하게 눈을 깜빡이며 간혹 메모를 하는 해병대 사단장을 보면서 그럴듯한 변명을 위해 머리를 굴리는 초조함이 보였다. 기억하기 싫은 그 날이 떠올랐다.
대한민국 해병이 평시에 목숨을 잃었는데 책임을 회피하고 충직한 또 한 명의 군인을 죄인으로 몰아가는 국방부 장관과 사단장이라니. 거짓말…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