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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간지

20240731/수/무더위 N일째

by 정썰
#2024_파리올림픽 #사격 #여자_10m #공기권총 #금메달 #김예지

일기에도 편집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의미 있는 내용들을 선별하여 하루를 기억하거나, ‘나의 하루는 좋았어!’ ‘나 되게 컨디션 좋잖아!’ ‘요즘 일 열심히 잘하고 있어!’와 같은 선한 거짓말로 나를 속이는 거죠. 그런 말에는 일상이 원하는 방향으로 흘러갈 거라고 주문을 거는 선언 효과가 있어요.


'기록이 단단한 행복을 이끈다'고 이야기하는 제갈명 님. 인스타 닉네임 '단단'. '나 기록 수집가'라고 자기소개를 하고 있다. '주문', '선언 효과'라는 단어가 눈에 맺힌다. 3~40대 까지는 이런 것들에 익숙했던 거 같다. 별 네 개를 코팅해서 주머니에 넣고 다니기도 했고, 수첩 사이에 가짜 백만 달러 지폐도 끼워 다녔다. 포기한 건가? 늙은 건가? 해볼만큼 해봤는데 아니더라 뭐 그런 건가? '거침없이 그분께 맡긴다'(주일 설교 말씀)를 잘못 해석해서 방관자가 되려는 건 아닌가?


또 한 명의 프로 기록자. 인스타그램에서 '라잇'이라는 이름으로 기록을 공유해 온 송예원 님은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으로 택한 일기가 일로 번진 사업가다. 자신의 기록 아이덴티티라 할 수 있는 매달 1일 ‘월훈’ 정하기 의식도 4년째 다른 사람들과 함께하고 있다는데 한 달을 마무리하며, 조금 아쉬웠던 점은 무엇이었는지, 어떻게 하면 조금 더 나아질 수 있을지 생각하면 목표를 정한다고.


올림픽 사격 공기권총 10m 여자 개인전 은메달리스트 김예지 선수가 하루 종일 화재다. 실력 못지않게 시크한 여전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이자 엑스의 소유주인 일론 머스크의 “액션 영화에도 사격 세계 챔피언이 나온다면 멋질 것 같다”, “김예지를 액션 영화에 캐스팅해야 한다. 연기는 필요하지 않다”라는 찬사도 한몫한다. 무심한 왼 손에 대롱거리는 딸의 애착인형이 정점을 찍는다.


7월 한 달도 우여곡절 끝에 일기 연재 약속을 지켰다. 8월까지만 더 해보자.

8월 월훈을 정해 본다.


개간지(開墾地 : 거친 땅이나 버려둔 땅을 일구어 쓸모 있게 만든 땅)


내 안에 있는 거칠고, 버려진 것들을 쓸모 있게 만드는 한 달을 살아보자. 개간지 나게 살아보자.

I wanna be a badass. 중년의 꿈치곤 너무 야무지긴 하다.




p.s. badass : 미국 영어에서 수시로 등장하는 최고의 찬사.

“두려움 없이 자기 다운 모습으로 세상을 변화시키는 사람으로 도덕적으로도 훌륭하다. 슈퍼 울트라 쿨하며 dumbass(찌질이, 바보)와 정확히 반대되는 사람이라 수 있다.” 행동 강령도 있다. 자만하지 않고 약한 자를 공격하지 않고 싸워야 할 때만 싸우며 스스로에게 철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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