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임플란트

20240729/월/무더위

by 정썰
#치과 #X-ray #못난_이

implant

1. (남의 마음에 생각·태도 등을) 심다 [뿌리내리게 하다]

2. (의학적 목적을 위해 보통 인공적인 물질을 사람의 몸에) 심다 [주입하다] (→transplant)

3. (수술을 통해 인체에) 주입하는 [심는] 물질 (→transplant)


치과의 치료법 중 하나로, 충치나 풍치 치료의 최후처방인 발치 이후에 나올 수 있는 치료법 중 하나이다.

위아래 턱뼈에 심은 티타늄으로 제작한 나사를 뿌리 삼아, 빠진 자연치아를 대체하는 보철물을 만드는 방법.


3개월 만에 치과를 찾았다. 궁금한 건 늘 9시 30분 첫 타임으로 예약을 하고 5분 전에 도착하는데 안내데스크 앞 소파는 대기자로 꽉 차있다. 나만 빼고 다들 뭔가 다른 룰을 적용하고 있는 건 아닌지. 아차 음모론에 빠질 뻔. 사진을 찍고 치료 의자에 앉았다. 자~알 나왔다. 잘 나왔다. 이게 얼마짜린데...ㅠㅠ


워너비 접이식 자전거 한 대가 한 입에 들어갔다. 30대 초반 수방사 근무시절 중고차 한 대를 한 입에 쑤셔 넣은 후 20여 년 만의 폭식?이다. 그때는 미혼이어서 미안함은 없었다. 내돈내치. 지금은 미안함도 한 입 가득이다.


참 못났다. 얼굴만큼. 치아도 차암 못났다. 20년 전 치료의 흔적은 마치 수정액으로 칠한 거처럼 찍혔다. 신경이 죽은 부분은 조금 슬프기도 하다. 잠시 기다리는 틈을 타서 기념사진을 기념촬영 해본다.


짧은 마취 후 이 작은 공간 안에서 대규모 공사가 시작된다. 뭘 이렇게 긁어내고 조이는 걸까. 대충 머릿속에 그려지긴 하지만 궁금하다. 한 편으로는 성인 어른치곤 작은 입이 미안하기도 하다. 봉합을 하고 입을 헹구고 3주 후에 다시 만나기로 한다. 뭘 먹으려면 한두 시간 기다리란다. 마취가 풀리기 전엔 혀를 함께 씹을 수 있다고. 아침을 먹고 나올걸. 난 평소에도 가끔 혀를 씹는데 스스로 마취되고 풀리고 그러나?(그 고통은 상상 이상이다.)


썩은 걸 빼내고 대체물을 심어서 기능을 유지할 수 있다는 건 참 괜찮은 방법이다. 내 사고와 행동방식, 말버릇과 생활습관에서 빼내야 할 건 뭘까? 수정액 발라 덮고 싶은 부분은 없을까? 왜 없어. 수 천만 원 견적이다. 다행인 건 자가치료 가능하다. 자가치료만 가능하구나.


반 사는 동안 반이 망가지고 반이 남았다. 나쁘지 않다. 장기기증 신청을 해 두었는데 치아는 기증 부위가 아니라 다행이다.ㅎㅎ


keyword
이전 27화책, 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