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009/수/578돌 한글날
잇다
빛이 어둠을 이어 깨친 뒤
해가 달을 잇고
달이 해를 잇고
봄이 겨울을 잇고, 여름이 봄을 잇고
가을이 여름을 잇고, 겨울이 가을을 잇고
다시, 봄이 겨울을 이었다.
들이 산과 바다를 잇고
빗줄기가 하늘과 땅을 잇고
들판 가득 풀들이 자라 목숨줄을 이었다
하늘과 땅, 사람의 이치가
백성과 임금을 잇고
풀뿌리로 뻗어 나던 생각들은 어진 임금의 마음과 이어져
마침내
말하고자 하는 바, 그 뜻이 글자로 이어졌다.
그 후로
생각이 생각을 잇고
마음이 마음을 잇고
내가 너를 잇고
네가 나를 이어
오늘이 어제를 잇고
내일이 오늘을 잇고
세상에 사람이 있고
사람이 세상을 잇고
사람이
동그라미와 세모를 잇고
천정을 열고 하늘과 이어져
‘잇다’
육백성상(六百星霜)을 지나 그날과 오늘을, 당신과 나를
잇다.
2021.0924.08:52. 씀.
3년 전 모기관 한글날 백일장에 출품해서 학부모 부문 1등 당선. 상장과 부상, 만 원권 문상 열 장.
세상이 생기고, 사람이 나고, 말이 통하고, 어진 임금이 백성의 말을 (글자로) 그려낸 역사적 흐름과 창제의 원리(천, 지, 인)를 시각적으로 담고 싶었다. ‘잇다’의 글 모양을 글로 그리고 싶었다. 오늘과 삼 년 전을 한글로 잇다.